Roborock-로보락 S8 Pro Ultra 사용기

169만원의 몸값

후진국 생활의 최고 단점은 단연 값싼 인건비였다.
아줌마를 주1회 불러도 우리돈 12만원이 안 되었으니.
인플레이션이 제 아무리 미쳐돌아간다고 해도 사회초년생 따위가 집에 청소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당연히 귀국 이후에는 그런 사치 따위 부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 살기에는 집이 크기도 하고 먼지 쌓이는걸 닦을 자신은 없고 사자갈퀴같은 내 머리카락은 돌아서면 흩뿌려져 있는지라…내심 고민이었는데 귀국 소식을 들은 동생이 열심히 검색하여 로봇청소기를 들여주었다.

이 청소기 가격이 170만원 가량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었다.
미친건가? 그돈이면아즘마1년넘게쓸수가있는데!
뭔 청소기에 그런 거금을 들이는건가! 필요없는데!
게다가 이렇게 비싼 청소기인데도 사람들이 예약구매를 한다고? 3월에 샀는데 5월이나 돼야 배송된다고?

처음에는 왜 그런걸 사? 굳이? 남들 다 산다고 살 필요 없어! 라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웬걸 역시 남들은 바보가 아니다.
남들이 다 쓰는건 이유가 있다.
써보니까 극락 신세계다.

우선 (개봉기는 별거없으니 생략하고)
개봉 직후 첫 사용을 위해서는 좀 귀찮은 과정을 처리해야 하기는 한다.

‎Roborock

 

가장 먼저 로보락 앱을 다운 받고 로봇청소기를 내 폰에 설치된 앱에 연동해야 한다. 설명서에 적힌대로 앱을 설치하고 하라는대로 계정을 생성한 뒤 로봇청소기 뚜껑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해주면 연동 끝.

그런 다음 본격 청소를 위해서는 로봇청소기가 집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집 구조를 파악해서 맵핑(mapping)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있어야 후에 구역별/방별 청소를 시킬 수가 있다. 첫 사용자에게는 매우 번거롭지만 한번 해두면 매우 편리함.

맵핑을 해보면 일단 침대나 가구가 있는 곳은 벽이라고 인식하는거 같음. 맵상 그냥 까맣게 나오더라. 하지만 이것도 나중에 가구를 일일이 맵에 추가해서 배치할 수 있기는 하다. 난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어차피 되게 잘 피해다닌다.

맵핑 작업이 끝나고 나면, 청소 루틴을 설정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인스트럭션이 읽기 귀찮아서…아무것도 모르면서 로봇청소기 위에 있는 전원만 계속 눌러보았는데 진공청소기과정 없이 물청소를 대뜸 시작해서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앱으로 청소 과정을 설정해야 한다.

루틴 생성

이런 식으로 가장 기본인 Vac followed by mop을 설정해두면 알아서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까지 한다.

또 각 청소 기능의 강도도 설정할 수 있다.
Max+는 아직 사용 안 해봤는데, balanced 정도로만 돌려도 솔직히 크게 불만족스럽지 않다.

청소 과정이 시작되면 청소 구역을 테두리를 따라 크게 한바퀴 돈 다음 그 안을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청소한다.

또 매우 경외로운 기능은 카페트를 자기가 알아서 들어올리고 청소한다는 점…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카펫이 청소 후에는 원래 자리에서 좀 (때론 많이) 밀려나있다.
아직 그 정도로 섬세하진 못한 로봇씨.

쇼파 밑, 책상 밑이나 좁은 틈새도 센서로 자동 감지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각이 나오면 일단 다 들어가서 먼지를 닦고 쓸고 하니까 집이 큰 노력 없이 깨끗이 유지되는 것 같아서 일단 실사용 1주일차로서는 만족감이 최상이다.

게다가 물청소의 경우 알아서 중간 중간 걸레를 빨러 혼자 통으로 돌아갔다가 나오는데 이게 매우 귀엽다.

청소기가 아주 열심히 청소를 대신하니 내가 할 일은
1. 물통 갈아주기 (물 청소 후에 더러운 물 상태 확인👀)
2.먼지통 비워주기 (청소 후 상태 확인)

그리고 6-12주 사이에 브러쉬 교체해주기인데.

이 정도면 정말 개꿀 아냐?…

이 로봇청소기 별명이 효녀라는데, k장녀인 내가 보기에는 웬만한 인간 딸 보다 낫다(…) 부모님 댁에 로봇청소기 놔드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