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평론: 소시오패스 같은 남편 데리고 살기는 영국 대사직 수행보다 힘들다.
두 종류의 외교관이다. 하나는 발로 뛰는 외교관, 하나는 수 쓰는 외교관. 어느 직업군에나 있을법한 FM과 소시오패스의 기가 막힌 합이다.
주인공 캐서린 와일러는 주영대사로 부임한다. 그것도 원래는 아프간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영국으로 바뀐거다. 중대한 요직으로 꼽히는 영국 대사가 된 이유는 케서린이 윗선의 신임을 받기 때문인데… 국제 정세가 영 불안하다. 갑자기 발생한 영국 군함에 대한 테러사건. 배후를 두고 이란이 거론된다. 분노한 영국인들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 선거를 앞둔 영국 총리의 대처는 이란의 화만 키우는 형국이다. 불안불안하다. 하필 이럴 때 영국대사로 간다.
캐서린은 중동지역 전문가인거 같다. 영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 같다는 전망으로 이란 전문가로서 영국대사에 발탁된 것도 그렇고 원래 아프간으로 가려고 했다는 것만 봐도 중동쪽으로는 빠삭한 외교관인듯
늘상 하는 생각이지만 저런 업무는 그 언저리 지역에서 최소 5년은 탐구해봐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상적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진 않은 것이다. 5년씩 해외 파견 나가라고 하면 개인으로서는 너무 손실이 크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니까.
하긴 그래서 일반 말고 지역으로 특채 처럼 선발하는 경우도 있었던거 같은데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을 5년에서 10년씩 해당 지역으로만 돌리면 해결될 문제기는 하다.
각설하고, 캐서린은 공무원인데 실용적이고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다. 형식보다 내용이고 털털하고 허례허식도 무척 싫어한다. 포스터에 나온 풀어헤친 머리와 벗어던진 구두가 캐서린을 대변한다. 정말 발로 뛰는 타입이다. 업무에 진심이니만큼 사람이 따를 스타일이라 평판도 좋은거 같다. 단점은 좀 능구렁이 같지 못하고 곧이 곧대로 하는 것 같다.
캐서린이 대단하다 생각되는 점은 야욕이 없어보이는 점이다. 그저 외교관으로서의 일을 미련하게 열심히 잘하는 것에 포커싱 되어있는 FM 그 자체다. 아프간 대사보다 훨씬 선호되는 영국 대사로 낙점되었을 때도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므로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아프간행을 위한 준비가 물거품이 되었음에 한탄하고 차기 정부 요직에 점 찍어둔 상부 결정을 알고서도 기뻐하지 않는다. 아프간에 있는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느껴 눈물 흘리기도 한다.
백악관에서 탐내는 능력있는 외교관이면서 출세욕이 없다는게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 드라마인 것이지만.
할 와일러는 캐서린의 남편이다. 첫 등장부터 싹수가 노래 보인다. 대사 -본인도 대사이니 사칭까진 아니지만-가 아닌데, 그러니까 주영대사는 캐서린인데, 동행할 때면 대사 부부라 하니 어쩐지 할이 대사같고 캐서리는 대사 와이프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약간은 그걸 즐기는거 같다. 나중엔 자기를 ambassador’s wife라고 불러달라고 빈정거린다.
직업병 때문인지 도대체 와이프를 엿먹이려는건지 도와주려는 건지 모를 정도로 비공식 업무에 진심이다. 사모 답게 문화예술같은 활동이나 걸 것이지 자꾸 정무를 노리고 나댄다.
캐서린과는 구두로는 이혼 예정이라고 합의한거나 다름 없는데 이혼 안 할거라고 뻐긴다. 사실 캐서린을 사랑하기 보다는 그냥 시커먼 속내가 있는 양반이다.
할은 독고다이에 소시오패스다. 실용적인데 사람을 도구로 생각한다. 와이프마저도.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물불 안 가릴 성격임이 보인다. 능수능란하게 캐서린의 길에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재를 뿌린다. 능력은 좋을지 모르나 국무부에 적이 많다는 묘사로 봐도 주변인들은 극혐하는 스타일이다. 과격한 발언 때문에 국무부장관한테 쎄게 찍혀서 대사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와이프 따라 온 건데, 정말 능구렁이 500마리를 삼킨거 같다. 후반에 캐서린한테 뚜까 쳐맞는 장면이 있는데 속이 다 시원함.
넷플릭스 미드 외교관은 치열한 국제 정치 현장에서 남편 새키마저 도움이 안 돼 내 편 하나 없는 와일러 대사의 고군분투기다. 국제정치 답게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지라 절대 지루하지 않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영국군함 테러 사건 같은 사실이 아닌 허구도 있지만 배경적으로는 실제 국가간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어서 실제 상황을 훔쳐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또한 저렇게까지 자유롭다고? 싶은 오프더레코드 대화나 웃픈 실제 상황,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업무 현장, 어색하고 불편한 외교가 허례허식 등이 사실적으로 잘 담겼다.
미국 국무부가 돌아가는 모습이 늘 궁금했는데 사실과 얼마나 일치할지 궁금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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