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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국]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by viv! 2023. 9. 27.

정작 함께 보고 싶었던 남자친구는 보던 중 혼수상태가 되어버려서 울적했던 영화. 나는 남자친구랑 영화 취향이 대체로 안 맞는다😂

사랑은 무엇인가 결혼은 무엇인가 이혼은 왜 하는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 결혼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다. 목소리와 연기할 때 톤이 너무 매력적인 배우.

결혼이야기는 사실 이혼 이야기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플롯으로 구성되어있다. 조금 뻔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가면서 보여준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서 남이 되기까지의 고통스러운 여정. 이혼을 대하는 저마다 다른 태도. 그리고 흡혈귀같은 이혼 변호사들. 땅 덩어리가 크고 주마다 법이 다른 미국의 특수성 등이 드러나는 작품.

사랑하는데도 서로가 견딜 수 없어서 헤어질 수 있다. 우스운 일이지만 오래된 커플이라면 경험해봤을수도 있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날 낯설게 보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더 이상 내 삶이 아닌 것 같고, 나를 잃은 기분이 들 때.


결혼 전의 커플이라면 권태기인가? 하고 헤어지면 될 문제지만 결혼을 한 상태에 아이가 있으면, 또 주인공 부부처럼 함께 일을 하던 사이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줄거리; 스포 있음.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인이었던 니콜과 연극 연출가를 꿈꾸던 찰리는 빠르게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했으며, 아주 사랑하는 아들도 얻었다. 찰리의 극단을 지원하기 위해 니콜은 뉴욕에 자리 잡았고, 찰리의 연극에 출연했다. 니콜의 지원으로 찰리는 뉴욕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 성공적 연출가가 되었으며 찰리의 연극도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니콜은 찰리의 연극에서 주목을 받아 배역 제안이 들어왔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 커플로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헤어지는 중이었다. 니콜은 찰리와 이혼을 하고 친정이 있는 LA로 갈 것이었다. 둘의 관계는 이미 파경을 맞았으며 둘은 같은 집에 같이 있지만 잠을 따로 잘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대화만 나눌 뿐이다.

니콜은 드라마 배역을 위해 아들 헨리를 데리고 LA로 왔다. 어쩐지 딸보다 사위편인거 같은 친정엄마는 이혼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니콜의 마음은 이미 정해진 상태다.

찰리와 니콜은 서로 악감정 없이 최대한 빠르고 합리적으로 헤어지고자 한 것 같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기로 하고, 별거 조정관을 만나 조정을 거친 뒤 각자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간단한 작업처럼 이혼을 대한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 제작장에서 만난 동료의 조언으로 실력 좋은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소개 받은 니콜은 노라를 만나 하소연을 하게 되고 노라의 정성어린 말에 흔들려 그녀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이때 니콜의 하소연을 통해서 둘의 과거와 니콜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데, 니콜은 고작 18세의 나이에 반짝 신인 스타로 성공으로 가는 길을 목전에 두고 할리웃을 떠나 뉴욕으로 사랑의 도피를 해버린 아깝게 잊혀진 여배우였다. 그러나 그녀는 찰리를 너무 사랑했고 그 창의성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믿었기에 커리어를 기꺼이 포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지원하기 위해 그의 연극에 자신의 것처럼 참여하였고 결국 그 연극이 빛을 보게 되어 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니콜은 자신이 점점 작아진다는 걸 느꼈고, LA가 그리워졌다. 두고 온 숙제처럼 LA에 할 일이 있다고 믿었기에 찰리에게 LA에 가서 잠깐만이라도 작품활동 하면서 지내면 안 되겠냐고 했으나 찰리는 응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싸움으로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니콜에게 TV배역 제안이 들어왔다. 기쁜 마음으로 찰리에게 이 소식을 전했는데 찰리는 별 관심도 없더니, 출연료를 듣고는 그걸 극단 예산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니콜은 상처 받았다. 그렇지만 니콜이 진정 이혼을 결심한 건, 사실 메리앤이라는 동료 무대감독과 찰리가 잠자리를 했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별을 결심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메리앤과 잠자리가 유일한 이유라고 하기 보다는 외도 사실을 알기 전부터 쌓여온 감정이 외도 사실을 확인 후 폭발한 걸로 보인다.

둘은 변호사를 개입시키지 않기로 했지만 니콜이 변호사를 고용해 찰리에게 소장을 보낸 상태이므로 찰리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혼소장 전달

아들과 아내를 보기 위해 LA로 날아온 찰리. 둘은 이혼을 목전에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로 키스를 한다. 세월처럼 굳어진 인사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마음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이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찰리는 니콜이 찰리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니콜을 사랑한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매우 의지한다. 소장을 받기 전까지 찰리는 어쩌면 현실 부정 단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혼을 사뭇 건조하게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장을 받자 당황한다. 이혼을 말로 꺼낼 때와 서류를 통해 구체화 할 때는 확실히 체감되는 것이 다를 것이다.

헨리를 재우고 난 뒤 둘은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니콜은 찰리에게 오늘 어디서 지낼거냐고 묻는다. 이혼을 확실히 하고 싶은 니콜은 찰리를 빨리 끊어내려고 하는 모습이다. 별 생각 없이 처가댁에 머무려던 찰리는 매우 당황하지만 곧 짐을 챙겨서 근처 호텔로 향한다.

소장을 받은 후 30일 내로 답변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이 당장 급한 상황이다. 찰리는 제이 라는 실력있다는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변호사 수임료가 시간당 950불에 착수금은 25000달러, 거의 3천만원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이는 LA에서 둘이 결혼하고, 헨리가 LA에서 태어나고, 이혼 소장도 LA에서 받았으니 당장 뉴욕으로 헨리를 데려가 거기서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양육권을 뺏기기 딱 좋다고 겁을 준다. 찰리는 원만하게 합의하고 싶어하지만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이혼 변호사들은 찰리의 기대를 산산조각 낸다.

You know what people say,
Criminal Lawyers see bad people at their best, and Divorce Lawyers see good people at their worst


- 형사 사건 변호사들은 악한 사람의 최선을 보고 이혼 변호사들은 선한 사람의 최악을 본다고들 하죠-

찰리는 제이를 고용하지 않고 사무소를 나오고,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지만 니콜의 변호사인 노라는 찰리에게 전화를 걸어 답변서를 재촉한다. 그리고 찰리에게 겁을 주며, 니콜과 이미 얘기한 부분이라면서 full custody까지 가져올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애써 니콜이 그럴리 없다고 말한 찰리이지만 이제 니콜이 낯설게 느껴질 지경이다.

별거중인 만큼 시간을 정해서 헨리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두 사람. 사실 이혼 소송은 이미 찰리에게 불리하게 시작되고 있다. 제이가 말한대로, 니콜이 LA에서 소장을 접수하고 헨리도 LA에서 태어나고 현재 모자가 LA에 있는만큼 찰리는 뉴욕에서 LA까지 날아가 양육권 분쟁에 참여해야 할 시간을 따로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아직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헨리는 오랜만에 본 찰리를 반갑게 여기지 않고 그저 할머니 집에서 놀고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찰리는 LA에 있는 한정된 시간동안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변호사도 선임해야 하므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평소 끔찍이도 다정한 성격이면서 아이에게 뜻하지 않게 화를 내고, 아이 손을 잡고 이혼 변호사 사무실을 돌아다닌다.

이 부분이 나는 마음이 아팠다. 둘다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맘이 있으니 아이의 joint custody를 위해 싸우는 걸텐데 정작 이 과정을 부모가 고통스럽게 통과하는 동안 아이 역시 큰 피해를 입는다.

여기서 신기했던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이혼 당사자가 만약 변호사와 상담을 하면 설사 고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변호사는 그 케이스에 선임될 수 없다는 법이 있었다.

니콜은 찰리와 변호사를 안 쓰고 원만하게 합의하기로 했다면서 LA에 와서 변호사 사무소만 다닌건지, 어째 찰리가 가는 이혼변호사 사무실마다 니콜이 전에 상담을 받았어서 선임할 수 없는 변호사들 뿐이다. 어쩌면 노라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변호사 사무소 어시가 “늘상 있는 일” 이라며 “대부분 최대한 변호사를 많이 만나 배우자가 선택권이 없도록 만든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분히 저열하지만 이혼처럼 감정과 이성의 영역이 치열하게 섞인 법정다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라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거 같은데, 니콜이 새삼 대단하다 여겨졌다.

찰리는 고민 끝에 어째 딸보다 사위 편인 장모에게 전화를 하고 장모는 비밀이라면서 딸이 아직 상담하지 않은 변호사 버트를 추천해준다.

어째 딸보다 사위 편인거 같은 니콜엄마

 

버트는 네번 결혼하고 세번 이혼한 이혼 경력남이고 나이가 많다. 그리고 제이처럼 찰리를 겁주며 상황을 비웃지도 않고, 제이처럼 돈에 미쳐있는 것 같지도 않아 시간당 비용도 절반 정도이며 매우 인간적으로 상담을 해준다.

찰리는 애초에 변호사를 선임할 마음이 없었던 만큼 이혼을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버트의 조언이 마음에 들고 변호사 비용도 버트가 제이의 반값 수준이니 만족스러워하며 그를 고용한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게 변호사 시장에서 몸값은 결국 승률이기도 한 점… 과연 버트는 인간적인만큼 좋은 변호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변호사는 사실 인간적인 변호사가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 변호사다.

이후 헨리와 대화하던 중 찰리는 니콜이 헨리에게 LA에서 살아도 되고 학교도 여기서 다녀도 된다 고 말한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니콜에게 전화를 건다. 니콜은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라고 건조하게 답하고 찰리가 뭐하는 짓이냐고 화를 내자 사실 당신 이메일 다 봤고 메리앤이랑 이미 잔 것도 안다고 말한다. 찰리는 각방을 쓰고 난 다음이라고 항변하지만 니콜은 다시 잘해보겠다는 말도 다 개소리였지? 라고 찰리를 몰아세운다.

메리앤과의 외도로 찰리는 니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음이 확실하다.

니콜과 변호사 노라

니콜과 찰리는 변호사들을 통해 조정에 들어가는데, 노라에 비해서 버트가 말빨과 공격성에서 밀린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 장면 보면 노라는 독기 품은 말벌 같고 버트는 좀 맥아리 없는 달팽이 같다. 말도, 행동도 느릿느릿.

변호사 버트와 찰리

1차 조정 후 휴식에 들어가자 버트는 찰리에게 이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가지말고 적당히 합의하자고 제안한다. 이 장면에서 버트가 진심으로 짜증났던건 처음에 찰리에게 조언할 때 헨리에게 양육의지가 있는 아버지인거 처럼 보여야 하니 LA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노라가 LA에 지내는 집도 있는데 아들 양육을 왜 LA에서 못하냐고 공격하자 그럴듯한 개소리로라도 항변을 못하고 의뢰인에게 상황이 난처하고 불리해졌다고 말한다. 찰리도 어이없었는지 당신이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냐 따지지만 버트는 이혼 소송은 끌어봐야 고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찰리는 헨리 문제를 그렇게 쉽게 합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변호사로서의 독기가 부족해보이는 버트를 해고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제이를 찾아간다.

돈 냄새 나는 변호사

다시 제이를 고용하고 재판장에 나타난 찰리. 당연히 이제껏 버트와 실컷 논의한 내용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노라와 제이는 둘다 만만찮은 독종들이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재판에 임한다. 제이는 인정사정 없이 니콜을 공격한다. 니콜이 반짝 스타로 데뷔했다고 주장하는 그 작품은 사실 삼류영화 수준이며 거기서 가슴을 노출하는 저질 연기를 했을 뿐이며 찰리의 수준 높은 연극에 참여하면서 뒤늦게 연기자로서 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라고 니콜을 비하한다.

노라 역시 찰리의 능력을 한껏 비하하면서 니콜의 이름값을 활용해서 연극을 시작한만큼 니콜의 기여도가 없었더라면 과연 찰리가 브로드웨이 진출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평화롭게 시작한듯 했던 법정 진술은 점점 난투극처럼 변한다. 칼만 안 들었지 서로를 후벼 파는 식으로 변질된 변호인들 간의 난투극은 결국 이혼 당사자인 니콜과 찰리를 병들게 할 뿐이었다.

니콜과 찰리가 처음 함께하기로 결정했을 때 니콜이 찰리를 도운 것이나 니콜이 가슴을 노출하든 어쩌든 열연을 펼쳐 반짝 스타가 된 것은 모두 두 사람 눈에 축하할 만한 일이며 대단한 일이었다. 이혼 소장을 찰리에게 건네기 직전 찰리가 맥아더상을 받았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너에게 처음 말하는거야, 라고 하자 니콜은 진심으로 축하하며 자신의 일처럼 행복해 한다. 그랬던 사이에서 저런 대화는 사실 부당한 것이며 니콜과 찰리는 그 자리에 자신들이 고용한 변호사들을 통해 자신들이 진술한 내용의 각색된 버젼을 듣고 있으나 전혀 행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모든 약점을 알기 때문에 사랑하면서 그 약점을 품어주지만 반대로 사랑이 끝나면 그걸로 정말 쉽게 나를 파괴할 수 있다. 그걸 잘 보여주는 이혼 과정이다. 평상시라면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은 확대되고 부모 자격이 없다며 비난할 일로 확대된다.

두 사람은 이 재판 과정에서 내상을 많이 입었음에도 좀 더 서로 원만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는지 둘만 대화할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이내 대화는 말싸움으로 번진다.

https://youtu.be/FDFdroN7d0w?feature=shared

두 배우의 감정선과 인텐스한 연기력이 정말 빛이 나는 장면이고 이 영화 최고의 씬이다.

 


마음에도 없는 악담을 쏟아부은 뒤 찰리가 무너져서 흐느끼고 니콜이 그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장면은 부부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또 여기서 섹스가 참 부부 생활에 있어 중요하구나 라고 뜬금없이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섹스라는게 남자와 여자로 나누기는 좀 뭐히지만 아무튼 대체로 작동 메커니즘이 다르다보니 서로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쉽게 섹스리스로 갈 수가 있고 그건 또 이혼 사유가 될만큼 중대한 문제로 커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찰리는 단순히 섹스리스 때문에 니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겼을 것이다. 니콜이 자신을 거부했다고 표현하니 말이다. 반면 니콜은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찰리와 섹스를 할 수가 없었을 것 같다. 뉴욕 생활 수년이 지나 자신이 사라지는 마음이 들어 공포감에 질려있던 니콜은 찰리에게 수차례 단기적으로라도 LA에 살고싶다고 제안했음에도, 찰리가 미동도 하지 않자 진정 자신을 위하기는 하나, 나를 사랑하긴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잠자리를 하고 싶겠냐고.

찰리에게는 그게 외도의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단한번의 외도는 이미 흔들리는 니콜 마음을 그대로 무너트린 행동이 되었다.

살벌한 싸움

찰리는 그럼에도 그건 딱 한 번이다. 나는 성공한 남자라 수차례 그럴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널 원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이런 천하의 빌어먹을 상놈같은 변명을 한다. 그러면 니콜은 거기서 넙죽 아이고 고맙습니다 해야하나? 니콜은 정확히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근데 한마디도 안 지고 여기다 또 유어 웰컴 이런다 또 진짜 찰리 입 때리고싶었음.

그 자리에서 찰리는 어쨌든 외도 상대를 찾아 잠자리를 한 자신이 천하의 쓰레기인 것을 인정해야 했다. 섹스리스로 간 것은 니콜의 거부 때문이지만 파트너가 갑자기 섹스를 원하지 않는 중대한 문제를 그저 날 거부하는군! 으로 생각하고 밖으로 나도는게 성숙한 관계인가. 찰리는 사실 니콜의 요구가 징징거림으로 느껴질만큼 질려버린 것이었다. 자신이 20대에 성공하여 즐길 기회가 너무 많았지만 니콜을 선택한거라면서, 니콜은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걸 요구했다며 결혼도 자신이 아닌 니콜이 원해서 한 것처럼 말한다. 비겁하다.

여자로서 사족이지만 니콜은 잠자리 상대가 하필 함께 일하는 같은 극단 소속인 메리앤인게 더 치가 떨리게 싫었을 것이다. 차라리 앱에서 만난 원나잇 상대라고 하지. 하필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니. 언제부터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이성적 기류를 느꼈을까. 나와 함께 일하면서 내 뒤에서 내가 우스웠을까. 이런 복잡한 마음이 안 들수가 없다.

치열한 싸움이 끝나고 법원은 양측 집에 아이가 지내는 동안 감정사를 파견해서 그 보고서를 토대로 판결을 내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찰리는 격해진 감정이나 어째 제뜻대로 되지 않는 불운이 겹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이가 노라에게 밀린건지, 찰리가 백기를 든건지 찰리는 뉴욕 양육을 포기하고 LA에서의 양육 시간 조정도 45:55로 니콜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합의를 보며 사실상 이혼 재판에서 대패한다.

그런데 니콜은 정작 승소를 하고도 떨떠름하다. 양육시간이 찰리와 공평하게 50:50으로 배정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독종 노라는 어떻게든 승리하는게 목적이었기에 의뢰인의 감정 따위는 사실 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이겼으니 됐잖아? 하는 약간 소시오패스적 태도…ㅎㅎ

소송이 끝난 뒤에 보면, 사실 버트의 말대로 원만히 합의하는 편이 시간도 돈도 감정도 덜 쓰는 길이었지만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가…. 다시 돌아가서도 찰리는 아마 버트를 해고하고 제이를 새로 고용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니콜에게 매우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이 애초에 찰리랑 변호사 선임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왜 통수를…ㅠ부부가 충분히 대화를 나눴더라면 굳이 소송전 까지 가지 않고도 그러니까 헨리 일년치 등록금 몇만불을 공중에 태우지 않고도 충분히 합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인간은 역시 감정이 섞이면 이성적으로 일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그 것 또한 돈 벌 시장이 되는구나 를 알 수 있었다.

이후 둘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잘 모르겠다. 서류상으로는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헨리를 매개로한 가족이기는 하고, 아직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니콜은 LA에 남았고 드라마도 성공적이었으며 모든게 다 좋아졌다. 새로 만든 사람 좋아보이는 남자친구도 있다. 그리고 찰리는 UCLA 교수 자리가 생겨 LA에 단기 교수직을 맡기 위해 온다. 앞으로 LA에서 지낼거라는 찰리의 말을 가만히 듣는 니콜의 눈가가 어째 빨갛다.
그리고 막 글을 깨친 헨리가 더듬더듬 무언가를 읽고 있는데, 하필 그건 서로의 장점을 적어보면서 감정을 최대한 좋게 하고 이혼조정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던 조정관의 조언에 따라 니콜이 적었던 찰리의 장점들이다. 더듬거리는 헨리의 발음을 교정해주며 따라 읽는 찰리의 눈가도 빨갛다.

첫눈에 찰리에게 반했었다는 니콜
니콜이 쓴 찰리의 장점
찰리가 쓴 니콜의 장점

그렇게 니콜이 간절히 바랐던 가족의 LA 행. 만약 찰리가 UCLA 교수직을 조금 더 일찍 제안 받았더라면 아마도 둘은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사소하게 어긋나면서 사실 싸울 필요까지 있었나 싶었던 모든 것들이 반드시 헤어져야만 이유로 변해버리는 소모적 전쟁이었다.

헨리를 사랑하면서 양육하는 부모로서 둘은 이혼했지만 계속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좋든 싫든 헨리가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평생을 봐야하는 사이이다. 미성숙한 이혼과정 보다 이혼 후 서로 삶에 충실하면서 존중해주는 관계에서 둘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영화 말미에 서로를 보고 눈가가 빨갛게 변한 두 배우의 모습이나 잠든 헨리를 안고 가려는 찰리를 불러 세우고 찰리의 신발끈을 동여매어 주는 니콜의 모습에서는 꼭 이성적 사랑은 아니어도 분명 어떤 종류의 사랑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꼭 불같이 사랑해야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듯 꼭 사랑이 식어야만 이혼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남과 남이 얼떨결에 가족이 되고 또 얼떨결에 헤어질 수도 있는게 부부, 사실은 결국 서류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남이다.

번외로, 미국 참 살벌하다. 소송의 나라답게 변호사들도 살벌하고. 이혼소송은 정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애가 어리고 주양육자가 엄마면 미국 남자들 이혼하면서 재산 절반이 날아가서 웬만해선 쉽게 못한다던데 진심 그럴듯…
재판과정이 뇌리에 너무 강하게 남는다. 노라가 너무 밥맛 떨어지는 독종 변호사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체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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