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직을 결심한건, 더 이를 수도 있지만 작년 11월.
내 마음속으로 정한 사직원 제출 데드라인은 2월.
지진 발생으로 타이밍 놓치면서 3월.
그런데 2023년 1월부터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일들은 내 결정이 맞다는걸 확실하게 인식시켜줬다.
내가 겪는 것들은 어찌보면 갑질 어찌보면 성희롱 어찌보면 무언가 더 이상의 것일지도.
일단 회사 내에서 우연한 계기로 알게된 나에 대한 불법 사찰 행위는 자칫 경비 아저씨에 대한 불이익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서 뭘 어찌하기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A말대로 내가 너무 나이브한걸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알 수 없는 텃세같은게 있었는데 내가 눈치가 없는게 아니라, 이유없이 날 싫어하는데 내가 먼저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가 싫었다. 특히나 굳이? 싶었던 것이 내가 열심히 이래야 교태야 해봐야 얻는게 뭔지 아무리 따져봐도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1. 현지 인맥? > 이미 필요한만큼 있음
2. 현지어 실력? > 먹고살만큼 함
3. 영어 > 난 잘함
4. 업무 > 안겹침
5. 업무외적 도움?> 딱히…
6. 우호적 관계가 나의 승진(월급인상)에 기여하는가? > ㅈ도 아님
7. 아님 뭐 개인적인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나? > 몰?루?
8. 오래 볼 사이인가? >놉
9. 배울점이 있는가?>놉
10. 성격이 좋아서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가?>놉
결론은 나로서는 굳이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 사회성 조까고 대했드먼 더 미쳐버릴거 같았는지 결국 한 짓이 치졸하고 어이없게도 아무 죄없는 경비를 들들 볶아서 한 개인사찰이…이게 맞나.
내 선에서 끝나는 일이면 아쉬울 것 없이 들이받겠는데… 그러고 나면 분풀이로 경비아저씨에게 응징이라든가 뭐 업체 교체라든가 하는 또라이식 강수를 둬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서 주춤거리게 됨.
한심하지만 한평생 저러고 살텐데.
어차피 내 손과 입만 더러워지고 개조가 불가할테지.
그리고 경비 아저씨가 저런 갑질을 당해야 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아니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 짓을 할거고, 또 아저씨 말론 9년씩이나 이 짓을 해왔다고 하니 그저 웃음이 난다.
동시에 뭐 경비가 잘리건 말건 뭐가 됐건 내 알바인가 싶어야 정상일까 싶기도 하다. 이건 A의 입장인데, 경비 개인사정이고 나발이고 어쨌거나 경비로서 해선 안되는짓을 했는데 왜 니가 그 사람 불이익까지 걱정해서 미친년들 참교육을 안 시키냐며 날 답답해한다. 내가 불과 5년 전에 딱 저런 마인드였어서 엄마랑 또 당시 남자친구랑 뒤지게 많이 싸웠었다. 살다보면 꼭 그런게 아니라는 말이 그땐 참 이해가 안갔었는데 내가 그 사이 머리가 굵어진건지. 경비아저씨의 입장을 고려하고 싶어지는게 우습다. A는 내가 너무 나이브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내 손으로 누군가의 밥줄 끊을 수도 있다 생각하면 그걸로 충분히 괴롭다.
정작 날 힘들게 한 건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실언하는 어떤 아저씨다. 처음 실언한 일자는 2022.6.16이었다. 나에게 주말에 집에 와인 사서 쳐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다. 카톡으로 주변에 이 얘길 하면서 이새끼 뭐하는 놈이냐고 적었었더라.
당시에 잠깐,뭐라고? 싶었으나 social cue를 전혀 못읽는 불행한 사람인건지, 그냥 (변태)개저씨면서 어떤 나쁜 인텐션을 가진 인간인지 당시에는 분간이 안 가서 거리를 두며 유예기간을 두고 있었다.
그 뒤 일년간 지켜본 결과 그냥 불행한 사람이고, 전자인거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본인이랑 친하게 지낼 마음이 없고 본인과 대화하는게 불편하건만 그쪽은 내 의사가 뭐가 됐건 본인이 그리는 이상적 상사의 이미지 그런게 있는 모양인건지 이건 뭐 벽에다가 대고 거절하는 기분이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정말 지 얘기만 하는 것같다. 일방통행도 그런 일방통행이 없다. (취미생활을 위해서)주말에 만나자거나, (야근을 시키며)같이 밥을 먹자거나, (휴가를 낸 일자임에도)만나자거나, 퇴사후에도 한국에서 보자거나, 퇴직 후 완전 귀국 전까지 시간이 있는데 보지 않는 것은 “쌩까는 것” 이라 표현하며 집에 찾아오겠다, (송별회를 핑계로)술을 진탕 맥여서 보내야지. 하는 말들은 50대가 20대에게 했다기에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들이라 성희롱으로, 갑질로, 직장내 괴롭힘으로 뭐든 지랄발광을 해보겠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지가 20대 여자라 생각 하는건가 싶고, 나와 곧잘 어울리는 다른 20대 여자 직원과 본인을 비교하며 질투하는건가 싶어 뭐하자는 거지 병신인가?싶은 느낌이 더 강하다. 너님이 20대 남자, 또래여도 갠적인 케미가 안 맞으면 내가 직장 밖에서 너랑 어울릴 이유가 없다구요…
진심으로 진정으로 저 사람은 정말 내가 자기랑 친하다고 생각하는걸까 싶기도 하고 거절 의사를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하며 No means no, just fuck off 처럼 쌍욕 섞어가며 니랑 놀기 싫고 밥을 사줘도 같이 먹기 싫다고 더 강하게 표출해야 하는건지, 내가 왜 그렇게까지 날 세우고 있어야하는건지.
나는 그나마 귀차니즘 만렙이라 병신판단여부에 대한 유예기간을 길게 둔 편인데 퇴직을 확정했음에도 더 선 씨게 넘는 게 반복되니까 이제 돌아서면 하 씨발 진짜;싶어지는 그런 단계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저 3인방보다 더 열받는게 저쪽은 뒤에서만 꿍얼거리기 때문에 나 싫어하면 뭐 어쩔건데 하고 무시해버리면 되는데 이쪽은 무시를 해도 저러니…처단법이 없었다.
가뜩이나 일을 그만두려던 참이었는데 저런 병신들까지 연달아 설쳐주니 지금와서 일은 그만두는 것에 대한 어떠한 아쉬움도 없어서 여러의미로 고맙다…🙏🏻
퇴사 후 정말 연락이 이어지면 지체없이 고용노동부&현직장에 진정 넣을 예정.
일은 그만두는 이유는 순서대로 그 누구에게도 솔직히 말 못했지만 1. 이제 재미없고…2. 이러다가는 정말 인생 ㅈ될거 같고 떠날 시기를 놓쳐버려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과 불안감으로 불면증이 생김 3. 성장불가 정체되는 느낌 조직이 나와 어울리는지 모르겠음 부모님의 독촉 5. A와의 문제…이다.
나는 대학 입학 전 이년간 방황을 하는 시간을 가진터라 남들보다 늦게 대학을 들어가는 바람에 소속이 없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나 궤도에서 다시는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들 다 하는 휴학을 최대한 안하고 꾸역꾸역 추가학기를 듣고 학점을 가득채워 들었다. 그렇게 대학을 1학기 남겨두고 자격증을 따고 시험도 준비하고 서류를 난사하여 어찌저찌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러니 행복할리가…
내 일이 장난스럽다고 생각한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부서이동이랄 것도 없는 것이 자의반타의반(결론적으로 잘 된 것일수도…) 이뤄지고 난 뒤 “잘하고 있다” 는 가스라이팅으로, “잘한다” 는 것이 인정인지 노예화인지 애매해질 무렵 나는 이걸 내가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에 봉착했고 그때부터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재밌고, 잘할 수 있고, 적성에 맞고 남들은 힘들다던데 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변화가 없는 업무. 안정감인척하는 권태감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내가 회사 사람들의 인정에 목맬 정도로 애정결핍이 있는 인간은 아니라서…칭찬은 돈으로 주든지 시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니 적응이 끝난 무렵, 일년차가 가장 힘들었다.
A를 만나러 간 미국에서 A지인들을 만나고, 정말 내가 내 일을 즐기고 있지는 않구나 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렇다면 이 일을 그만둬야한다 라고 생각하고 미친듯이 고뇌하고 괴로웠던 것은 2022년 2월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1년은 그냥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우울하게도 불안하게도 나는 그 1년동안 불안함만 쌓아갔다. 차곡차곡. 분명 하고싶은게 있었는데 일을 병행하자니 힘에 부쳤다. 타인과 함께 일하면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감정소모도 곁들여야 하니 간혹 만나는 취급주의 인간들을 대할 때면 짜증도 났다. 일은 손에 익었고 그래도 이 정도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하고 착각하는 순간까지 도달했다.

그런 다음에는 내 손에 들어온 일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나 이걸 내가 잘 해봤자 나한테 일이 더 생길텐데 굳이 잘하려고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내가 이 일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얻어낸 딱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나는 이제 성장하려고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자 우울함이 찾아왔다. 뭐지? 뭐 하는거지. 매너리즘에 빠졌다.
늘 같은 고민 같은 생각을 하느라 지쳤다는 것이 맞다. 덮어두고 고민만 해서는 무엇도 되지 않으니 나가서 뭐라도 해보겠다는 것이 대책없는 나의 생각이고, 다행히도 거기에 반대하지 않고 되려 그걸 원하는게 나의 부모님이라 잘 맞아떨어졌다. 또 방황을 허락해준 부모님께 감사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는 한다. 나는 아마 더이상 방황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이게 부모님의 슬하에서 해도 되는 마지막 방황일지도.
왜 그 좋은(?)직장을 그만두느냐 는 말에 대해서는 “좋다”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반문하게 된다. 좋긴 뭐가 좋아 빛좋은 개살구지. 라고 쏘아붙이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가장 어이없었던 코멘트는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
예?부모님은 이제 그만 들어오라고 하시는데요….
나에게 티끌만큼도, 아주 한치도 관심이 없어야지만, 그래서 뭘 몰라야지만 내 일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 밖에서 보기에는 다 좋아보이는 법이다. 나는 개살구인 것은 알고 왔지만 진짜 살구를 평생 먹어보지도 못하고 개살구의 겉모습에만 만족하며 살 것인가 하면 괴로워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일년 전과 같은 진로 고민을 하고 있고 그것이 괴로워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스스로 만족스럽다는 것은 무엇으로 인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려나… 아마 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게 될테지만.
아 그리고 또라이들한테 시달리는만큼 좋은 사람들도 많이 얻었다. 회사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한국인 친구를 사귄셈이다. 대학교때도 못사귄 친구를…!
업무 외적으로 사교모임에서 만난 외국인 몇몇은 어쩌면 길게 가져갈수도 있는 인연이 될 거 같다. 결론은 난 정말 인복이 많고 항상 내가 주는 사랑보다 받는 게 많은 편이라 행복한 편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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