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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음의 빚 갚기

by viv! 2022. 10. 6.

이번주는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한 마음들을 돌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주이다.

Y 아저씨는 아버지 예에에앳날 옛적 친구로 인연이 닿았는데 본인 딸들은 다 타지로 보내고 갑자기 보부상처럼 나타난 나를 일년 가까이 딸처럼 보살펴주시고 있다. 여담이지만 Y 아저씨 부인 Z이모는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답다. 우아 고상 그 자체.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자. 특히 두분 다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하시면서도 터키인치고 상당히 흔치 않은 *부담스러울까봐 연락을 먼저 하지 않으시는 점* 개인적으로 매우매우매우 사랑한다. 대신 어쩌다 연락을 드리면 당장에라도 데리러 와주신다.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가 필요할 때, 힘들때, 창문이 깨졌을때(놀랍게도 실제로 일어난 일), 뭔가 의논하고 싶을 때…

아무때나 부담없이 쳐들어가서 빈대짓하라고… 늘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심지어 나한테 용돈 필요하냐고 물어보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정도 눈새는 아님미다…

아저씨는 우리 아부지를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정작 아저씨가 백날 천날 말하는 우리 아버지를 행님으로 모시게 된 계기는 아빠가 전혀 기억 못하는 일화라는 것이 웃음 포인트) 말 끝마다 행님이라고 장난을 치지만 아조씨도 넘나 대단한 사람이다. 정말 존경한다. 은근 일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아무래도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다보니 뭔가 상황을 볼 때 인사이트가 생기게 도와주시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일에 지금 딱히 진심이 아니라서 ..그걸 일에 적용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냥 내가 똑똑해지는 기분임ㅋㅋㅋ대화를 나눌 때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유심히 보지 않았던 부분도 언뜻 생각해보게 도와주기도 하고… 여러모로 현지 지식인을 곁에 둘 수 있는게 그 사회를 연구해야 하는 나로서는 복이고 운이다.

아저씨는 나에게 주변 지인들을 하나둘씩 소개해주시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많이 도움이 된다. 의사,변호사같은 실생활에 도움될 분들도 있고 교수, 친정부성향논객 등등 재료로 써먹을만한 인물들도 곧잘 소개해주신다.

나로서는 개이득 뽀인뜨.

이번에 큰 행사를 치르면서 나는 또 사회를 보게 되었고 언제까지나 여기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이번엔 아저씨 부부를 꼭 좀 초대하고 싶었다. 사실 아부지도 은근 “Y 아저씨 어떻게 좀 초대 못하나?” 했고 나는 우리 부모님 대신 그 부부를 초대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였다. 그도그럴게 Z 아줌마가 행사 컨셉을 듣고 너무 궁금해하시는 눈치였다. 미국에서 한 행사랑 비슷한건가? 하면서 많이 궁금해 하셨다. 다만 아무래도 공개행사가 아니라서, 또 아저씨가 현역이 아닌지라 초대 명단에 넣기가 여러모로 애매해서 난감했다. 그러다가 또 여차저차 이리저리 부탁해서 초대장을 만들어냈는데, 그 자체로 너무 기분좋았다.

9월에서 10월로 넘어오는 내내 킹받는 순간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들숨 날숨에 욕 튀어나오고 인성 파탄자가 된건가 싶을 정도로 다 싫었는데, 아저씨 아줌마가 오신다 생각하니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즐거우셨을까? 무대에서 700명이 넘는 관객들을 보는데 아저씨 아줌마가 한 눈에 들어왔는데 부모님 찾듯 한눈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 참 신기했다.ㅎㅎ

내심 초대장을 드리면서도 이게 참, 이것도 결국 내 마음을 위한 건데, 불쑥 이렇게 와달라고 하면 덥석 와주실까 싶었는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

한편, 초딩 동창이 결혼했다 무려 아랍남자랑(…) 아랍 남자가 금발여자를 좋아하긴하나보다…. 어쨌거나 그 친구는 두바이에 살림집을 차린다고 했다. 보드룸이라는 휴양 도시에서 요트 띄우고 결혼식을 했는데, 미생인 나는 못 갔다. 공항에서 내려서 허겁지겁 항구까지 가는 것도 문제, 주말 보내고 또 허겁지겁 올라오는 것도 문제라…그렇다고해서 고작 결혼식 참석에 내 귀하디귀한 연가를 쓰기도… 마음만으로 축의했는데 또 이 나라 정서상 그거 용납 안돼. 그래서 용서 받지 못할 짓을 했다 내가. 친구+초딩동창 그룹은 나에게 당장 뒷풀이 참석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주말에 이스탄불 끌려간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혹시 내 영혼에는 할머니가 들어간걸까? 너무 귀찮다….

이건 근데 최악은 아니다. 친구야 뭐 … 보고싶기도 했고, 초딩동창들이 죄다 올거니까 이런 핑계로 얼굴 한번 보는거고 어릴적 흑역사 소환하면서 노는거지. 이렇게 뒤지게 가기 귀찮고 피곤하고 힘들고 짜증나도 막상 거기 가면 나는 뒤집어지게 잘 놀 사람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 스케줄이 ㄹㅇ 헬게이트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스탄불에 간 김에 나는 모든 마음의 빚을 정리하려고 막간을 이용해서 아기가 있는 집에도 들러야 한다. M언니가 아기를 낳았는데 그게 무려 2019년인데 내가 글쎄 아직 한번도 안 가봤다. 2020-2021년 코로나 핑계가 있기도 했지만 사실 아기 있는 집 자체를 가고싶지가 않았다…진짜. 내가 주말을 희생하면서 애 있는 집에 가겠냐고…? 언니랑 통화할때면 들려오는 빽빽소리->이제 언어형태로 진화하긴 했지만 아무말 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리고 아기 좋아하는척 하며 앉아있어야 하고 애랑 대화같지도 않은 대화 시도하는척 해야하고, 언니랑 막 집밥 먹어야 하고(약간 가기 싫은 아주 솔직힌 이유 중 하나는 M 언니가 좀 요리솜씨가 없움…ㅋ) 나로서는 유인책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집…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많이 미뤄왔다. M언니는 아기 키우느라 아예 모든사회생활이 스탑되어서 너무 심심한건지, 주기적으로 안부를 물어오는데 그때마다 오라고 하기 때문에 물론 그냥 하는 말일지라도 내가 맨날 바쁜척 하느라 미안했다 . 바쁘기도 했지만 솔직히 귀찮음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기있는 집에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이제 더이상 변명 구멍이 생각나지 않을 지경이라 내 토요일 밤과 일요일 낮은 그 집에서 희생해야 한다…

금욜 퇴근 직후 떠나서 불금+토요일브런치 해치우고, 토요일 저녁-일요일. 하, 진짜 개빡센 일정이다. 아찔하다. 근데 이렇게라도 안 몰아넣으면 아주 그냥 원성이 자자하고 나는 정말 정없는년이 되기 때문에 정말 귀찮고 짜증나고 육체가 고단해도 가야한다. 근데 진짜 너무 귀찮다. 내 평화로운 주말이 순삭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왜 이 나라에는 아직 집순이 집돌이 개념이 정착 안된거지? 경제수준도 그렇지만 생각수준도 우리나라 90년대 인싸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에 멈춰있어서 약간 내가 그냥 혼자 집에서 쉰다하면 이해를 못하고 졸라 애가 타지에서 적응을 못했나, 하고 짠하게 생각하며 왜 혼자 있냐고 안쓰러워한다. 왜 혼자 있냐니 혼자 있고싶어 나는 제발 혼자!!!!!!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회사에서 주5일 겪는걸로 너무 존나 충분^^ 쥬뿐데스네. 나는 닝겐 싫고 그냥 밥해먹고 하늘 색깔 변하는 것만 봐도 주말 순삭이란마리야.

아아, 지금 떠올랐는데… 5월에 결혼한 친구 하나 더 있구나…내가 걔 결혼식에도 안가고 5월에 한국으로 휴가 갔었지 참… 이건 또 어떡할까… ㅠㅠ 얘도 맨날 오라고오라고. 사실 결혼 사실은 2월부터 알았지만, 4월에 초대장 받았을때부터 당연히 내가 한국 포기하고 갈 결혼식은 아니지 하면서 못 간다고 하고 한국 갔었고 많이 서운해했었는데. 그걸 아직 만회를 못했다. 그리고나서 7월에 집들이 초대받아서 가려고 했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버렸고 8월에 또 초대했는데 이번엔 그 남편이 걸렸다고해서 못갔는데. 아니 근데 그와중에 그 남편…졸라 별로다. 남편이 무슨 해외기반 언론사에서 일해서 나한테 자꾸 지가 쓴 사설링크를 보내는데;; 나는 내 관심사가 아니라 걍 음? 하고 안읽었는데 며칠 뒤에 혹시 읽었냐며 내 피드백이 궁금하다고 자꾸 디엠와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걸 끝까지 안읽은 나도 좀 그렇지만 ^^ 너무 바쁜 와중에 그런 연락 받으면 내가 쉴때 숙제하듯 그 글을 읽고 싶겠냐고…아닌가, 그래도 내가 너무 야박한건가. 아니 근데 따지고보면 그 남편이라는 애는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님;; 그래서 프루프 리딩 맡겨놨냐 싶어서 ㅈㄴ 얼탱이가 없어서 기를 쓰고 안읽음. 아무튼 이 남자애는 결혼 전에 취업할 무렵 갑분 나를 레퍼런스로 써도되냐 해서 (존나 얼탱이 없었음 … 내가 니 상사도 아니고 너랑 일한적도 없고 무엇보다 나는 널 모르는데???;;;;) 그때부터 어이 없었다. 일단 너무 간곡하게 부탁해서 그래 뭐 내 개인정보 써도 괜찮다,근데 뭐 그쪽에서 확인차 연락 오면 난 너랑 관계를 구라를 칠 순 없으니 솔직히 답해야 할 것 같다 했는데 그 뒤로 가타부타 말도 없고… 그랬다. 그때부터 잘 모르겠다. 급발진으로 친구 남편 흉보는 것도 웃기지만 그냥 이 동네 마인드셋이 이런게, 아무리 겪어도 겪어도 이렇게 선넘는 부탁이 일상이고 당당하게 염치를 모르는것도 짜증나서 그럼.

결론은 염치와 교양이 있는 Y 아저씨 부부같은 사람들은 발견 즉시 놓치면 안될 정도로 귀하다는 것과 내가 이번주에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동분서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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