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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뜻밖의 프라하 (먹여행)

by viv! 2022. 8. 17.

갑자기 왜 프라하를 가기로 했더라…

기억 안 난다. 그냥 안 가본 나라라서(?)

광복절 연휴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서 마구 안 가본 곳을 뒤지다가 얻어걸린 여행지였다.

그래도 이 급조된 여행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계란찜 재질 스크램블 에그

체코에는 한국인이 바글바글바글 했다 (…) 거의 한국인줄…. 거짓말 안보태고 어딜 가나 한국인을 발견할 수 있었고 솔직히 돌아다니면서 한국어 계속 들림….;;

그 부분에서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덜해지면서 좀 재미가 반감됐나…?

프라하 핫초코

프라하의 첫인상은 솔직히 구소련에 독일이 살짝 묻은 것 같았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그래서 도심에 기대를 걸었는데 , 어라..? 분명 도심에 내렸는데도 안예뻤다. 그래서 어리둥절하면서 어디서부터 예뻐지는거지? 다들 왜 프라하 예쁘다고 한거지? 하며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곳곳에 약쟁이와 노숙자, 알콜에 쩔어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낮부터 땅에 널부러져서 잔디에 코를 박고 자고 있거나, 뜨거운 해에 익어 벌개진 피부를 하고 땅에 앉아 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간혹 고개를 땅으로 하고 모자를 하늘을 향하게 해놓고는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지 멀쩡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구걸을 할까. 라는 생각이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똥멍청이들이 많은데 다들 제 밥값하며 살아간다. 제 분수에 맞는 일만 찾으면 노숙자 신세는 면할 수 있을텐데…. 아하, 그렇게 남 비위 맞추고 사느니 차라리 길에 키스하겠다는걸까…? 그런거라면 정말 자존감 만큼은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다.

결국 관광객으로 들어찬 이런 광장 너무 극혐시러워서 관광지따위 과감하게 패스하고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다니기 시작했다.

내 여행 스타일은 남들이 하라는 거 안하고 내가 하고싶은거 즉흥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건 없기 때문에….

대신 여행 파트너가 만약 꼼꼼히 계획을 짜는 스타일이면 그 계획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편이다. 내가 알아보기 귀찮기도 하고 만일 계획대로 안 됐을 때 화가 나기도 하고해서 안짜는거라 누가 굳이 짜주면 그대로 불만 없이 이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큰 틀에서 오늘 어느 쪽을 볼지 정도만 정했고 프라하의 경우 강 건너편을 갈지 말지를 기준으로 정해 돌아다녔다.

하지만 관광지의 문턱은 너무 높았고… 아니 무슨 다들 연가야?

프라하 성은 정거장에 내리자마자 미친 인파와 줄에 질려버려서 급발진, 그대로 U턴 해서 한인 마트 갔다가 타이마사지 받으러 감. 참고로 마사지는 여기서 받았다.

Siam Spa Thai massage
+420 226 200 300
https://goo.gl/maps/MyqugPGG4Zq3nRPVA

Siam Spa Thai massage · Na Poříčí 8 / 1039, 110 00 Nové Město, Czechia

★★★★☆ · Thai massage therapist

maps.google.com

태국인들이 해주심.

시원했고 60분 가격도 너무 적당했다(5만5천원)
근데 담날 담결림.
마사지 때문인지 추워서 웅크리고 자서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나에게 관광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 덜한 카페 같은데 앉아서 바깥 구경하고, 이렇게 일상에 환기를 해주는 여행의 의미를 곱씹어봤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

프라하 사람들의 미적 감각은 내 머리로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다. 댄싱 하우스(개못생김)에는 거대 똥파리(개징그러움)가 조각되어있었고 거리와 상점에는 난데없는 붉은소와 사슴 동상이 많았다. 내 기준 모두 조금 기괴했다.

프라하에서 도저히 뭘 먹어야 좋을지 몰라서 아시안푸드로만 달리다가 약간의 죄책감이 들어 급하게 사먹은 뜨르뜰로.

음… 왜 만원 씩이나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 음식 굴라쉬나 꼴레노가 있다는데 둘다 먹기 싫어서 패스했다. 굴라쉬는 체코 말고도 많이 팔고 꼴레뇨도 딱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게 아닌거 같아서 대체 뭘 먹어야 하지, 하고 고민했다. 얘네거다 싶은 음식이 딱히 없는 느낌.

사진 찍는 데 재주는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가본 프라하인들이 사랑한다는 브런치 카페는 내 기대보다 노맛이었다. 하…. 분명 터키에그베네딕트+고트치즈, 애플프렌치토스트, 기본 크로아상이었는데 뭔 졸라 난해한 비주얼의 음식들이 나왔다.특히 저 터키에그베네딕트는…메뉴에 없던 것인데 웨이터가 사명감을 가지고 팔아내려고 애써서 넘어가줬더니 웨이터 머리에 딱밤을 졸라 쎄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게 맛 없었음. 맛 없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네 ㅋㅋㅋㅋ그냥 맛이… 그냥 예상가는 포취드 에그에 염소 치즈에 난데없는 요거트에 (…) 괴랄한 조합…하 나는 오늘의 메뉴나 주방장의 야심찬 픽은 재고 떨이라는 불신이 강한 사람이라 절대 픽 하지 않는데 정말 뭔가에 홀렸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배고파서 정줄 놓은 상태에서… 저걸 터키 에그가 아니라 터키+에그+고트치즈로 듣고 맛있겠다고 생각했음. 뻨 뻨 뻨! 앞으론 무조건 내 고집대로 주문하겠다. 그리고 저놈의 프렌치 토스트는(…) 주방장 나와 이건 그냥 시럽에 재료를 다 재워둔 수준 아니냐고 저 통조림에서 꺼낸듯한 비주얼의 과일들 왜 저상태냐고 난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에 과일의 아삭함을 원했는데 ㅠㅠㅠㅠ 똥망

체코스러운걸 별로 안해서 체코 비어스파 체험을 굳이굳이 했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체코 와서 해본 체코 관광객 스러운 짓이라서 잘 했다고 생각한다. 맥주를 저렇게 따른건 내 의지가 아니라 옆에 생맥 기계가 조금 이상하다. 그리고 욕조 한 통이 2인용처럼 보였다. 다리 뻗고 누워도 안닿였음ㅎ 내가 짧은 탓도 있지만…

아무튼 언제 내가 맥주에 드러누워보겠어.하며 즐김.

난 솔직히 전체일정 중에서 강에서 배 탄게 제일 좋았다. 2인 한시간 300코루나(12달러 정도?) 라서 진짜 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괜시리 힐링 됐다.
사실 이런 패들링 보트 자체를 첨 타보는데 그게
프라하네? 의미부여ㅋㅋ

강바람이 시원하고 풍경이 나른했다. 배 위에서 나눈 아무 의미없는 대화도 너무 웃겼고…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다.

배 타는게 저렇게 좋았던건 어딜 가나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살짝 질렸던 것 때문이 아닐까. 그냥 너무 사람 많았어. 그리고 다 체코 사람이 아닌 관광객인게 더 문제였다. 한국어가 안들리면 영어가 들렸고 영어 아니면 불어가 들렸다. 이게 뭐냐고?

예전에는 복작복작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재미도 나름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사람이 많은 곳 자체가 싫고 프라하는 처음 가보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돌아보기가 귀찮고 지금 내가 유럽에 신물난 상태인지 막 신나지도 않았다. 다 거기서 거기 같으니 한국음식이나 내놔 같은 상태였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먹은 샤브….여기서 몸보신 제대로 했다.

그리고 프라하꼬기 라는 곳을 가서 고기를 마구 먹었다.
버섯 시켰더니 저렇게 달랑 3개 줘서 어이가 없었음.

사이드로 시킨 이 감자전은 핵비추. 안에 치즈를 왜 넣었는지 모르겠는데 느끼하고 맛 없음 그자체였다. 차라리 고기를 시켜 고기 더 시켜.

약간 어이없겠지만 내 기준 프라하에서 내가 찾은 최고의 뜻밖의 맛집은 이 곳이었다. 한국인들밖에 없는걸 감안하고 먹으면 왜 한국인 픽인지 알게 됨. 일단 한국인들이 어찌나 많이 오는지 몰라도 한국말로 응대해줌 쌈씹뿐~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 시간 알려주심. 굿. 우리 먹는 와중에 한국인 꾸역꾸역 들어옴. 우리 뒤에 세팀 더 한국인이엇고 한팀만 영어 쓰는 백인들이었음.

K-Remember
+420 602 889 089
https://goo.gl/maps/37C428YtUWA4AJ5q6

K-Remember · Biskupská 1753/5, 110 00 Petrská čtvrť, Czechia

★★★★☆ · Vietnamese restaurant

maps.google.com

주소는 이 곳. 솔찍히 저 고기 양 좀 봐봐.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어. 게다가 저 국물이 찐이야. 사골이야 사골. 그리고 가격도 185코루나. 7달러? 개이득… 프라하가 명성에 비해 나에게는 임펙트가 약해서 다시 가게될진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꼭 저 쌀국수 집을 갈 것임…

이 쯤에서 뜬금없이 그냥 써보는 프라하 공항 버스(AE)로 도심 가기.

잘 되어있어서 헤맬 이유 저은혀 없지만 그래도 써둠 ⤵️

1. 내려서 나오면 인포 데스크로 가서 AE 버스 티켓을 산다. 버스 기사에게 현장 구매도 가능. 인당 100코루나였다. 카드 가능. 우린 공항 환전을 하지 않으려고 그냥 카드 긁었다. 하나비바 만세.

2. 인포 데스크에서 티켓 사고 뒤돌아 보면 출구가 있고 출구로 나가면 그냥 AE 버스 승강장이 떡하니 있어 못 볼 수가 없다.

3. 타면 프라하 중앙역까지 그냥 쭉 올 수 있다. 대충 40분 걸린 것 같다.

4. 프라하 중앙역에서 어리둥절해서 있지말고 그냥 사람들이 타는 엘레베이터 (이상한 원통모양이라 좀 엥스러움) 타고 내려가면 된다.

5. 끝 당신은 프라하 1에 도착하셨습니다. 👍🏻

암만 역 이름을 살펴봐도 읽기가 드럽게 힘들어보여서 진작 포기하고 내 맘대로 읽었었다. 근데 뭔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러샤어 영향을 받은 느낌…한국이 아마로 “까레이스끼” 같았다.

그리고 나는 현지어를 웬만해서는 안녕하세요, 네, 아니오, 감사합니다 정도는 익혀 가는 편인데 내가 급히 익힌 속성 체코어는 아래와 같다.

안녕하세요 - 아호이
고맙습니다- 데꾸이, 데꾸유
네 - 아노
아니오 - 네
플리즈 - 쁘로씸

였다. 어쩐지 네/아니오가 한국어와 절묘하게 바뀐듯한 것이 매우 맘에 들었다.

하지만 저 표현들을 실제 쓸 일은 정작 1도 없었는데 체코인들이 영어를 다들 겁나 잘해서 의사 소통에 장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나 터키나 영어 들으면 어쩌라고 시전하는 모노링구얼들의 나라 사람들만 보다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느낀건 독일계가 영어를 잘하고, 이건 같은 게르만어족이라 그런거 같다만 그 외에는 동유럽애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우리 크로아티아인 형부피셜 동유럽이 못 살아서 그렇다고 했다. (자국 포함 광역 팀킬) 못사니까 뭐라도 해먹고 살려면 영어를 해야한다고. 그리고 관광업이 크니까 영어가 기본이라고…그럼 키랑 스페인은요???

끝으로, 체코는 반러 감정이 굉장히 높은 나라라고 한다. 그런거치고 언어가 좀 러시아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이리저리 다닐 때 우크라 국기가 많아서 처음 우크라 국기를 메인 광장 근처에서 봤을 땐 어! 우크라 대사관인가! 했는데 골목 골목 그냥 일반 상점에서 우크라 국기를 걸어두는 것을 발견했다. 근데 어째서인가 약소국들끼리 깡패 국가에 대해 연대하는 느낌이었달까 뭔가 애잔했다. 국기 걸어두는게 무슨 연대고 지지일까.
이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결국 내륙국가가 될 것인데. 우연히 들어간 펍에는 Fuck off 푸틴이라는 이름의 맥주도 팔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무슨 소용일까 푸틴은 전범 재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자국에 내세울 만한 걸 얻고 전쟁을 끝내려 할거다.
약소국이었던 입장에서, 그리고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아태지역민의 입장에서 우리가 체코 입장처럼 연대할(?)곳은 어디일까 잠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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