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 끝에 휴가 다녀옴.
12월 날이 점점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이 답답하니까 여유도 없고 사람이 예민해져서 매일 성질만 냈다. 1월이 되자마자 날아가버리려고 존버하고 있었는데 격리면제는 재개될 기미도 안보이지, 한국가서 10일 격리는 할 자신이 없지. 갑자기 찾아온 동생은 3주간 지내고 가겠다고 하지…덕분에 휴가일자는 계에에에속 미뤄지지, 와 그냥 딱 미칠 것 같았다. 요즘 매일매일이 쳇바퀴 돌듯 똑같아서 정신병 걸릴 지경이었는데. 마음은 갑갑하고 날은 춥고 인생이 퇴로 없이 꽉 막힌 교통체증 속에서 히터가 다운된 채 버티는 똥차 같았다. 배터리 교체 백날해도 소생 안되는.
오랜만에 본 동생은 너무 반가웠지만서도 내 몸이 힘드니까 그냥 집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렇게 그냥 1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난 앙카라의 눈비가 뒤섞인 날씨가 너무 지겨웠다.
도시 자체도 안예쁜데 날씨까지 구리니 진짜 살맛 안났다. 그리고 자꾸 이상하게 몸이 아팠다. 날씨 영향을 이렇게 많이 받는 사람인줄 몰랐다. 영국에서는 날씨가 꾸져도 마냥 좋았는데 여기 고도가 (아주 미미하게) 높은 것이 영향을 주는 걸까? 왜 이리 답답하고, 매일밤 자다 깨고, 피로하고, 그렇지.
요 근래 특히 온 몸이 여기저기가 쑤시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머리가 멍하고 게다가 소화도 안되고 얼굴도 못생기고 최악이었다. 혹 만성피로인가 하고 고민했다만 어디 말하기도 우스운 것이 만성적으로 피로할만큼 열정적으로 살지도 않았다.
걍 놀고싶은거였겠지 뭐. (아니나 다를까 마이애미 도착하자마자 씻은듯이 나음)
지난 7월에 없는 휴가를 갈아넣어서 엘에이를 다녀왔는데 또 못참고 쿨타임 찼으니 ㄲ? 하면서 마이애미행 티켓을 끊었다. 마이애미는 3년 전에 가보고 처음이었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걍 히스패닉 타운이다. 오히려 이번엔 더 심했던 것 같음. 아르헨티나계, 브라질계, 쿠바, 멕시코… 걍 아메리칸을 찾기가 힘들었다. 백인들은 브라질/아르헨티나 출신이고 흑인들은 아일랜드 출신이었다. 찐미국인들은 나 처럼 관광하러 오는 수준… 심지어 호텔 메이드같은 직업군들은 영어를 아예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우린 때때로 스페인어를 써야 했다. 스페인어 이럴 때 써먹네…ㅎ
해변도 갔다가 산책겸 여기저기 돌아다녔음.
갠적으로 보터니컬 가든은 볼 게 없었다.ㅎㅎ
갔더니 심지어 웬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려고 준비중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결혼 커플 500만쌍 본거 같음.
슈퍼문(supermoon) : 현대미술 박물관인데 interactive art 라고 해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걸 컨셉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방마다 테마가 있고 뭐 나름 다채로웠다. 터치하면 변하는 그림, 거울을 이용한 전시, 보이는 각도마다 빛의 굴절율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 작품이랑 착시 작품들, 방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었는데 소오오오오오올직히 난 현대미술에 별 감흥이 없어서 여기 갈 마음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입장료도 인당 45불인가? 그 정도함. 근데 A가 가자해서 감. 근데 아니나 다를까 별로였슴. ㅎㅎ
다소 이해하기 난해한 이런 설치미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밟으면 그 주위로 일렁일렁 거리면서 꽃 피어남.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고 보는 것 만으로도 심미적인 느낌도 없어서 결국 내 취향은 아니었음.
그리고 기념품점에 이런 졸라 말도 안되는거 판매함ㅋㅋ 아보카도 씨앗 키우는 화분인데… 이걸 왜 삼. 그러면서 또 사진을 찍었네.
정말 미국은 뭐든 돈이 될 수 있는 나라구나.
그리고 우리는 이번엔 “내가 찾은” vizcaya museum에 방문했다. 공원+대저택+별채 인데, 솔직히 건물 안은 감흥이 없었고. (베르사유나 돌마바흐체나 걍 저런 양식+앤틱가구+카펫 먼지 많아서 싫어함.) 공원이 아주 볼만했다. 근데 군데군데 관리 안되는 느낌은 좀 있었음. 이 정도 규모면 관리인이 있을텐데도 나뭇잎이 정리 안된 곳이 있어 연못 중에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곳도 있었다.
여기가 훨 낫더라, 입장료도 20?25?불 정도 밖에 안했고...
어딘가 동남아스러웠다. 약간 베트남 이런 곳에 프랑스 식민시절에 프랑스인이 지어놓은 별장 느낌이 났다.
특히 이 나무 너무 캄보디아 스러운 것...
아무튼 여기서 결혼하는 커플 ㄹㅇ 500만쌍 봄. 정원 규모가 꽤 큰데 이곳저곳에서 웨딩 사진을 촬영중이라 돌아다니면서 빡이쳤지만… 그래 저들에겐 한번뿐인 순간인데 하하😊 근데 나도 여기 오는게 한번 뿐인 순간인데 왤케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찍으실까 … 난 저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90 day fiance나 married at first sight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단체촬영 같았다. 카메라랑 세팅장비들이 즐비해있고 제작진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음. 그럼 그렇지.
유럽풍 19세기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보면서 집과 공원의 주인이었던 이 남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졌다. 안내판에는 엄청 간단하게 “international agricultural company“ 를 운영했다고만 나와있었는데 본능적으로 “…? 그럼… 노예사업..?” 이런 생각만 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못참고 안내원한테 hey quick question, so what was this deering guy doing? 하니까 안내원이 매우 동공지진함.
A가 옆에서 Deering company(미국에 농업기계 만드는 회사?) 얘기하면서 거기랑 연관있냐 하니까 이름 때문에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글로벌하게 뭘 많이 햇다 하는데 암만 들어도 노예 무역이나 노예 사업 아니고서야…🤔
암튼 우리의 합리적 의심을 뒤로하고 다시 해변으로 갔다.
이건 해변에서 마주친 애… 산책하다가 이런거 마주치면 진짜 개놀랄 것 같은데 사람들 너무 천하태평이라 같이 셀카도 찍었다.
어떤 언니들이 춤 추고 있었다. 노래가 매우 신났음. 술 없이도 취하는 기분.
이건 진짜 우리가 매일 간 브런치 레스토랑인데 진짜 다 맛있음. 물론 나는 꾸준하게 에그베네딕트만 조졌다.
이건 마이애미 공항의 환영인사인데 왜 한국어만 어서오세요/환영합니다가 아니라 기쁜,고마운인지 전혀 모를 노릇이다. 멍충이들.
마이애미에서 좀 지내다가 슬슬 한식이 땡길때 쯤 애틀랜타로 넘어갔다.
애틀랜타가 모옵시 그립기도 했고. 애틀랜타는 뭐랄까. 낯선 도시 같지 않은 느낌이다. 대도시긴한데 뉴욕만큼 붐비지도 않고, 뉴욕만큼 이상한 사람이 말 걸지도 않고, 관광객이 많지도 않고 걍 딱 살기 좋을 느낌이 든다. 물론 애틀랜타도 막상 살면 개노잼 ㅈ노답 도시일 것처럼 보이긴하는데 (동네에 볼 거라곤 조지아 아쿠아리움이랑 코카콜라 뮤지움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노잼임ㅋㅋㅋㅋㅋ) 이미 ㅈ노답인 터키 사는 내 입장에서는 사실 관광보다 음식인지라 음식이 다양하면서 저렴한게 매우 좋았다. 그리고 엘에이는 노숙자 천지라 너무 눈갱과 코갱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 내 머릿속에 비위생적인 도시로 남아버렸다. 구불거리는 커브길도 너무 취향 아니었고.
아무튼 여긴 마침 고등학교 때 동창이 유학중이라 이것저것 묻기도 좋았당. 특히 코리안타운 깔깔깔 게다가 엘에이나 마이애미 대비 매우 저렴하고.
여러가지를 생각했을 때 미국은 영구적으로 살고싶은 나라는 절대 아닌데 중장기 (1년에서 3년까지) 체류 정도는 할 수 있을법한 나라다.
일단 뭐 없는게 없어서 공허함 이런게 덜할거 같고 인종 의 용광로 속에서는 코리안임에도 외부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들기때무네.
뭣보다 돈으로 안되는 게 없다는 걸 아주 잘 알려주는 캐피털리즘의 캐피털.
네일 받으러 가서 조심스럽게 “너네 혹시 이런거 가능?” 하니까
“if youve got time and money, we got you sweetie~~~!” 하던게 생각난다. ㅎ 물어본 내가 바보였다.
A는 이번에 나랑 좋은 시간를 많이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덕분에 다양한 곳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정말, 스페인 생활 버틴 것도 지금 여기 생활 버티는 것도 A 덕분이야. 어떻게 버텼을까. 살망도 진짜 좁아터져가지고 틴더 깔면 계속 아는놈 나오는 동네였는데 게다가 중국마트는 딱 하나있는데 구멍가게 사이즈에 맨날 재고부족 ㅠㅠ 날 그 틈바구니 속에서 구해준게 A 였다고!
A한테 늘 미안한건 내가 여전히 쥐손톱 만큼 번다는거닼 그땐 용돈 타먹고 살던 학생이라 대놓고 모든것이 A 가 커버하는 거였지만 지금은 나도 버는데!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미천하게 벌기 때문에 …이 친구 주급이 내 월급보다 많으니까 말 다했다. 넘 미안해서 클쓰마스 선물로 루이비똥에서 지갑을 하나 사줬는데 내가 미천한 월급을 한두푼 모아서 산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갑더라 스크래치 날 까봐 쓰지도 못하길래 진짜 어이없게 웃겼다.
앞으로 내가 열심히 벌어서 한번쯤은 호강시켜줄게.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애미-올랜도-포트로더데일 (0) | 2022.07.16 |
---|---|
휴가를 다녀옴2 (애틀랜타) (0) | 2022.02.16 |
갑자기 태국을 가게 되었다. (0) | 2019.08.26 |
모로코 여행기 , 모로코 사막투어 후기 (0) | 2019.08.15 |
Miami 마이애미 호텔, 영화 '알라딘' 후기(윌 스미스 찬양) (0) | 2019.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