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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무튼 출근

by viv! 2023. 11. 25.

1. 얼레벌레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신규교육을 받고 있으면서도… 어,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기도 하는 뭐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2. 어쨌거나 나는 내 커리어적 면에서 end goal이랄까 그런걸 정립하는 단계 정도로 생각 중이니만큼 이 또한 계속 내 공부와 병행해 나갈 경력이기는 한데, 출퇴근을 경험하고 나니 이게 생각보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신규로 업무 관련 교육도 받아야 하는데 업무 시간 내 이수를 도저히 못 하겠다. 내 개인 시간을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이상 투자를 해야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장기적으로 좋은건지는 더 두고봐야 할 거 같다. 지금 이 업무가 나에게 좋고 나쁜걸 판단하기엔 좀 이른 느낌.

3. 어쩌면 나는 나이브하기도 하고 무모한 편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꽤 오랜 기간 동안 나는 꿈이랄 것이나 진로랄게 없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대체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그런게 뭐지 라는 고민을 멈출 수 없었다. 왜냐면 항상 하고싶은 게 없었다. 그럴싸한 말은 준비해두면서도 막상 그게 내 일이 되면 즐거울 수 없다는 걸 아는 만큼 일을 하기는 싫었다.

4. 나는 관심 분야만 죽어라고 후벼파는 사람이고 학문마저도 편식을 해서 어느 하나는 특정 이론에 내 주관을 가질 수준으로 공부해나가면서도 다른 하나는 관심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팽겨쳐버리는 사람이니까.

5. 그래도 대략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처음 계획했던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하고 있었다. 선택과 집중,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2020년의 나처럼 또 조급증이 시작되었다. 동력을 자꾸 잃고 갈피를 못 잡고. 단단하게 마음 먹은 것도 어쩐지 자꾸 깨어지고 나는 나태한 인간이라서 자꾸 무뎌지고 이게 맞나 이래도 될까. 자꾸 자기 의심이 시작되고 뭐 그런 류의 생각이 반복되었다.

6. 근데 관심이 가는 건 어찌 되건 간에 한번 해보는게 또 어린 나를 위해서는 더 좋지 않겠나 싶어서 대책없이 또 생각도 못한 일을 쳐버린 것이다.

7. 그런것치고는 원하던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사회가 내가 선택해 걸어온 길도 그럴싸하게 여겨주는게 한편으론 감사한 일이었다. 앞으로가 무궁무진하다는 거창한 말이나 기특하다는 말로 포장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8. 기회가 주어졌을 때 손을 뻗을 줄 알고 또 내민 손도 덥석 잡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주어진대로 가보기로 하고,

9. 내 마음은 그저 부유하는 중이라 음, 이번 기회는 내 레주메에 어찌 반영되려나 정도로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이 일하는 분이 물어보더라. 그래서 또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봤을 땐 별로 그렇게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다들 물어보시는 부분이 비슷한걸 보니 얼핏 보기에는 내 이력도 상당히 독특하게 느껴지는가보다. 특색없는 레주메보다는 좋은 뜻이겠지……?

10. 나는 답답한걸 싫어하고 나처럼 답답한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다. 과한 직설은 무례하고 지능이 낮은 행동이지만 적당한 직설은 굉장히 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똑같은 말 여러번 듣는것을 싫어해서 빙빙 둘러 얘기하기 시작하면 예의바르다는 생각보다는 대체 뭔 말을 하려고 서문이 이렇게 긴가 짜증나는 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차라리 처음부터 다 말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있게 해주는 편이 좋다. 직설적으로 말해주기도하고 대체로 꼬여있지 않으니 참 단순한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어 편하다. 내가 사회적 지능이 좀 낮은가……

11. 그새 사회적 페르소나 라는걸 조금 기른거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전 직장에서 내가 가졌던 성격과 꽤나 다른 성격이 창조되었다. 나조차 조금 낯선 새로운 내 성격을 보고 있다… 마냥 밝진 않지만 뭔가 더 밝고 또 뭔가 더 공손하고 뭔가 더… 아무튼 못보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좀 든다. 아니면 내가 그새 그냥 늙은 걸 수도 있다.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식 눈치코치는 좀 약한가 하고 반성한다. 이건 그냥 내 천성인가. 포기해야하나. 크게 지장 없는 수준이라면 그냥 멀뚱멀뚱한 역할도 괜찮은거 같다. 사실 안 괜찮다. 바꾸고싶다. 특히 한국인들과 살기 위해서는 바꾸는게 좋긴 하다. 근데 잘 안바뀌는걸…

13. 장단점이야 다들 가지고 있지만 뭐랄까, 내가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었던 순간들, 이를테면 뭐 인수인계 따위 없이 왜 먼저 묻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주먹구구식, 야생의 날것 그 자체의 트레이닝 과정이 아니라 뭐가 됐건 떠먹여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좀 있다. 이런게…감사하다니 부정하지 못할 노예근성도 좀 있다.

14. 어쨌거나 프리랜서를 꿈꾸다가 조직생활로 복귀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되었고…그랬는데 사실 판단이 이르지만 적어도 이상한 걸로 기싸움 거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취급주의 인간만 없다면, 좋겠다.

15. 조금은 비슷한 부류인가 싶지만 결국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일상에 환기가 되기는 한다.

16. 한국에서 나이란 참 중요한것 같은데, 나는 나이를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주변에서 리마인딩 시켜주는 그런게 좀 있는거 같다. 부정이건 긍정이건, 나이에 관한 코멘트를 들으면 아 맞다 내가 몇 살이었구나 라고 자각하면서 그냥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기대하는 그런게 있겠구나, 혹은 현재 나의 경우에는 “아,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역시 조금은 어리다는 이유로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구나 …어린게 최고야” 뭐 이런 생각으로 귀결되어버림.

17. 사실 나이 개념을 크게 생각 안 하고 살고 싶은데, 그저 사회적 편의를 위한 나이 개념이 뭘 설명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8. 나이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카운팅 되는 것 뿐이니 나이가 많음은 그저 먼저 세상에 도착해 가만히 늙은 걸 수도 있고 그만큼 인사이트가 늘어난 걸 수도 있고, 어쩌면 한 사람이 5년 10년에 걸쳐 겪어 쌓아갈인생 경험이라는걸 어떤 이는 좀 더 이른 나이에 1-2년 만에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는 그런거라고 생각해서 나이만 ‘쳐먹는’ 그런 걸 경계해서 그런것도 있는 것 같다.

19. 각설하고, 소위 말하는 감을 익히는 단계를 살아나가고 있다. 물론 내가 뭘 알겠냐만은, 난 생각보다 더 모르고 있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차라리 뭣도 몰라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다. 그저 뭐, 머리에 입력만 하면되는상태이니 쓸데없는 엣헴이나 아집은 없다. 어느 조직이나 처음 들어가면 그 일종의 굳어진 포맷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 적응해나가고 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깎는것에서, 가방끈이 길고 이력이 화려할수록 자존심이 다치나보더라. 그런데 나는 뭔가 아- 나 그래도 이거는 내가 좀 아는데 내가 이런 취급 당하다니. 분하다. 이런 맘은 나에게 애초에 없으니까 이런들 저런들 괜찮다. 그리고 만에하나 깨질 경우에 대해서도 무던하다. 그러려니. 뭐, 뉜들 다 첨에 잘하나? 하지만 난 결국 무던하게 해낼거야 라는 그런 생각이 좀 있기 때문이다.

20. 일단은 업무상 좋은 기회가 많을 것 같고, 평소 정말 관심있던 주제로 근무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다. 아직은, 헬파티를 살기 전이라 그런가 또는 헬파티를 겪기 전이라 그런가…속단하긴 이르지만 뭐 그렇고 그런 한줄보단 압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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