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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수저 놓는 문화는 어디서 나온걸까

by viv! 2022. 9. 14.

외국에 살고는 있으나 한국인들과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식사예절에 대한 동상이몽

테이블에 앉은 서열상 막내(나이든 직급이든)는 식사 자리에서 재빠르게 커틀러리 세팅하고 물 따르기.

나는 회사에서 나이로는 제일 어린데, 보통 식사 자리에서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마련이니까 대화를 하다가는 그 수저 챙기는 물컵 챙기는 타이밍이란걸 항상 같이 자리한 누군가가 재빨리 해버리면 그제서야 어어어 하면서 좀 거드는 시늉만 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재빨라버리면 내가 할게없어져버려서 허허 머쓱하구먼…이 되는 건데 이게 괜시리 아무도 뭐라 안해도 아 내가 했어야 하는거였나 싶어지면서 밥 먹기도 전에 괜히 한번 꺼림칙한 기분을 준다.

여전히 이런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면
내가 참 요상한 요즘것, 버르장머리 없는 독특한것, 참 가정교육 괴상하게 받은건가, 센스가 부족한가 외국물 먹어서 애가 이상해졌나, 싶으려나.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내 행동을 수정해야겠지만 반발심이 든다.

가정교육은 우리 부모님도 옳고 그름을 떠나 문화적으로 당연히 어른에게 먼저 놔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시니 논외로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개쓸데없는 꼰대유교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회식용)한국식당에서 물컵, 수저통을 한구석에 미리 쌓아놓고 손님이 착석하면 알아서 가져가게 하는 위생적으로 구린 인건비 절약시스템이 이런 이상한 문화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요새 웬만한 식당 가면 어차피 기본으로 커틀러리 세팅을 해주잖아. 만약 서비스차지 받는 식당이라면 당연히 서버가 깔아줘야지 싶고 그런거 아예 안해주는 간편식 식당이면 간편식당 형편에 맞게 자기거 자기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아주 잘못된 생각인가 싶다. 요즘 식문화 형태에 불필요한 올드한 컬쳐 아닌가?

나는 씨니어가 되면 내 수저 건드리지 말고 각자 챙기자고 하고 싶은데 이상한걸까. 그냥 가까이 앉은 사람이 수저통에서 자기거 챙기고 옆으로 토스하는 그런 문화가 되면 좋겠고 제일 좋은건 역시 그냥 알아서 커틀러리 세팅해주는 문화가 되는 것. 미리 가져다 놓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위생적으로 너무 아닌거 같아….

난 수저 챙기는 그런 쓸데 없는거 말고 음식에 침 닿지 않게 각자 덜어먹기, 한번 손 댄 음식은 자기가 가져가기, 뒤적거리지 않기, 쩝쩝거리지 않기 같은 문화가 더 정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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