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왔다. 원래는 5월에 내가 한국 휴가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서 올려고 했었는데 본인 온콜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내가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그 사실을 알았고, 내가 빡쳐서 길길이 날뛸까봐 (본인 말로는 내가 화가 나서 스트레스 받아서 한국휴가를 망칠까봐….) 말 안하고 기다리다가 내가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에 말해줬다. 못 올 것 같다고.미리 확인 안해서 몰랐다가 심지어 알게된 첫 시점에 말 안해준게 그것도 날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어줍잖은 변명을 늘어놓는게 말 그대로 너무 빡쳤지만 이번 프로젝트 때 처음 생긴 온콜 제도고, 첫 사이클이라 팀원들에게 양해 구하고 바꾸기도 여의치 않고, 내가 스트레스 받으면 개복치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한국 떠나기도 전에 화날까봐 그랬다고 했다. 뭔 개소린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때 알건 뒤늦게 알곤 온콜이 새롭게 생겨났단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남친이 오는건 물 건너간건 마찬가지이니 힘 빼지 말자 싶어서, 몇몇 친구에게만 악을 좀 쓰고 말았다. 하지만 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건가 싶긴 했다.
그래서 언제 올건데? 하니 뭐 여차저차 마무리 짓고 나면 6월이 될 것 같다 했다. 그리고 6월 중순에 편도 티켓으로 왔다. 그 편도가 900불이었다. 항공료가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갔다.
픽업하러 이스탄불로 갔는데 이미그레이션이 더럽게 오래걸려서 혼자 공항에서 거의 네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전총리가 소유한 호텔이었는데(…) 전 총리 집에 딸려있어서 호텔 앞에 군경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이게 뭔가, 드디어 테러 활동이 감지된건가, 했는데 응 아니야 그냥 전직총리꺼라 그래.

우리 룸 안에 저런 전등이 있었다. 시덥잖은 걸로 낄낄대는걸 좋아하는 성격들이라 둘이 Haunted hotel이라고 낄낄 거렸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도 쬐끔 하고, 마사지도 받고, 대충 얼렁뚱땅 주말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나서 한 주를 잘 보내고 금요일에 급체를 해서 죽다 살아났다. 냉방병이 불러온 급체 같았다.
마지막 장염 급체가 2020년 7월이었는데… 그 이후로 근 2년간 이렇게 아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사온 소화제를 급히 먹었지만 소화제를 다 토해버렸다. 그런 다음엔 도저히 꼼짝도 못하겠고 누워있어도 토할 것 같아서 처음에는 A를 근처에도 못오게 하고 2층 화장실에서 아주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위액이 다 나온 것 같은데도 체증이 안내려갔다.
나중엔 별 짓을 해도 체증이 안내려가서 아랫층에서 일하는 중인 A에게 소리를 치며 상전노릇을 했다. 물을 가져오너라 따뜻한 물 아니 이 자식 왜 이리 오래걸리는게냐 마이크로웨이브라는게 있는데 너는 어찌 물을 끓이고 있는게냐! 빨리! 빨리!
그 다음엔 마사지 해달라 하면서 온갖 유튜브에서 하라는 마사지는 다 해봤는데 아무 소용 없었다. A는 꿋꿋하게 내가 시키는대로 다 했다. 근데 알고보니 토 냄새 나는데 참고 있었던 거였다…ㅎ 나중에 그냥 2층에서 일하라고 하니까 사실… 2층 전체에서 토 냄새 난다고…ㅎ
비위 좋네… 나는 나름 배려해서 A 한테 마사지 해달라고 부를때마다 나한테 냄새날까봐 샤워하고 혹시 몰라서 방향제도 뿌렸는데…ㅎ
한국 사이트들에서 하라는건 매실청 먹는거, 손 따는거인데 매실청은 없고 손 따는건 남친이 무슨 샤머니즘 취급하면서 절대 절대 못해준다고 기겁하길래 나도 마땅히 바늘 소독할 방법도 없고 아픈 와중에 미국인 설득할 힘도 없어서 그냥 포기함.
그럼 미국인들은 체 하면 어떡해? 하니까 약 먹고 잔다길래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사온 소화제가 있었다.
소화제 먹고 토했는데 이거 먹고 또 토하면 어떡해? ㅠ 물도 토하는 지경인데 싶었는데, 펩토비스몰…👏🏻 이 약이 나 살림. 다행하 펩토비스몰 먹고는 토 안했다.
약 먹고 얼마 안지나서 메스꺼움이 좀 사라졌고 나는 그대로 기절해서 잤다. 남친이랑 주말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이대로라면 못 갈 것 같아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남친이 자꾸 취소하자고 했는데, 너무 너무 너무 취소하기 싫었다. 고작 이것 때문에! 주말 여행을! 취소할 순 없어!

우리가 묵은 호텔. 특가로 1박 $119 였다.
1년 전에 친구랑 휴가철에 왔을 때 1박 $250 정도였는데 아직 극성수기가 아니라 그런가 괜찮았다. 대신 그때친구랑 묵을 땐 스위트로 업그레이 해줘서 룸이 훨 좋긴 했다ㅋㅋ 남자친구랑 가니까 안해주네 ㅋㅋㅋㅋ

아무튼 악으로 깡으로 금요일 내에 아픈걸 끝내고 토요일부터는 놀아야만 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6시에 초인적인 힘으로 마지막 약을 복용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택시 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도 못했음. 간신히 숨만 쉬는 정도… 남친은 진짜 취소하자 다시 물었지만 내 의지가 존나 확고했다. 아냐 나 괜찮을거 같음. 괜찮을거임. 고작 급체 따위에… 주말 여행 포기 못해.
그리고나서 기적처럼 괜찮아졌다. 사실 좀 무서워서 공복을 오래 유지하려고 했는데 넘 배고파서 스프를 좀 먹었는데 살 것 겉길래 전날과는 달리 움직여도 아무렇지도 않아서 수영도 하고 ㅋㅋㅋㅋ 2시쯤 되니 너무 배고파서 과일로 시작함. 멜론 수박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길래 오렌지 쥬스도 좀 먹고 나중에 수영 알차게 하고나서 저녁에 토스트+감튀+탄산도 아무렇지도 않길래 역시 어제 그것은 장염이 아닌 급체였다. 하고 혼자 진단을 내리고 이제 살아났구나 했다.
수영하다가 남친이 저 건너편 저기 어디야? 하길래 몰라~ 했더니 저기도 터키야? 해서 터키지 그럼ㅋㅋㅋㅋㅋㅋ그리스겠냐 하니까 지도로 보더니 야 저기 그리스잖아 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진짜 그리스 키오스 섬이었다. ㄴㅇㄱ

그리스 섬들 대다수가 그리스 본토보다 터키에 가깝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안되겠다 우리 다음 여행지는 그리스다.
앙카라 돌아오자마자 탑건 보러 갔다.

톰크루즈…내 마음속 그의 얼굴은 탑건 1986에 머물러 있는데 새삼 늙은 것이 보여 마음이 찢어졌다. 나 태어나기 10년도 전에 나온 영화를 보고 그 잘생긴 얼굴에 감동했었는데. 톰 아저씨 언제 이렇게 늙은거야.
근데 늙어도 잘생긴건… 관리의 힘이겠지만,역시 대존잘에는 나이가 없나보다.

A랑 스카이 박스에서 봄. 이 동네 스카이 박스 무려 220리라. 달러로 치면 13 달러인가. 이 축복받은 물가…

셜록이 넷플릭스에서 6.30 자로 내려간다길래 부랴부랴 정주행에 들어갔다. 시즌 1 대존잼 시즌 2 존잼 시즌 3 …? 이게 뭔..? 시즌 4 개졸작 이었다. 아일린 애들러는 와중에 아름다움. 내가 하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잘생겼다 하니까 나중엔 남친이 저게 왜 잘생긴거냐 짜증냄ㅋㅋㅋ

테린이의 테니스 코트. 주2회 치는데 잘 늘진 않는다. 내 자세가 워낙 병맛 같은 것도 있지만 이전에 얼굴을 직빵으로 맞고 나서부터는 겁이 생겨서 어쩐지 공이 너무 직선으로 날아오면 대응을 못한다. 뭐 차차 좋아지겠지.
이번달 휴가는 일주일동안 마이애미-올랜도를 갈 계획이다. 비행기표가 무려 1300달러였는데 이 쳐돌아버린 항공권… 어딜 가나 개비싸고 한국행은 2000불이 넘었다. 어쩌겠나 싶어서 그냥 결제함. 흑흑…
올랜도에서 이틀 정도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고, 예산이 허락하면 디즈니도 갈거다. ☀️ 마이애미에서 잘하면 친구 B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넘나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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