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뉴욕에서 애틀랜타로 이동했다.
남친은 혹시 혼자 뉴욕에서 좀 더 지내다가 바로 마이애미로 날아오고 싶은지 물었지만 나는 '뭐 그럴 필요 있나' 했다.
마이애미로 곧장 가지도 않고 애틀랜타로 간건 남자친구의 아버지랑 남자친구가 (내가 미쳐서 혼자 뉴욕행을 계획하기 이전부터) 미리 약속을 해놓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남친 보러 온것이 미국행의 주 목적이었어서 혼자 뉴욕에서 며칠 더 있어봐야 할 것도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나도 그냥 너랑 같이 갈래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JFK에서 ATL에 내려서 남친 부모님 집으로 갔다.
부모님과는 초면이었는데 나는 아침 6시에 비행기를 타고 내린 관계로 몹시 못생겼었고 꾀죄죄했었으며 생얼에 기름진 상태였다.
웃긴게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음... 아무런게 더 이상한건가.
아무리 그래도 예의상이라도 뭐 사가야하는거 아니야? 물었더니 “공식적으로 약속 잡고 만나는 자리도 아닌데 뭐... 그냥 인사 하고 들어가서 낮잠 자고 있어”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예전에 이런 비슷한 말 믿었다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냥 남자 말을 믿어봤다.
근데 남친 말이 맞았다. 인사랄것도 없었고 남친이 아버지를 도와줘야할 일이 있어서 들린 것이라 차에서 내려서 잠시 악수만 하고 끝났다. ㅎㅎ 머리도 얼굴도 엉망인 채로 삐죽삐죽 차에서 내려서 인사하는데 정말 화사하게 맞아주셔서 좀 뻘쭘했다. 좀 더 사람인 꼴로 인사 드리면 좋으련만 정말 남친샠히...
원래 나는 일이 끝날동안 잠을 잘 계획이었는데, 남친 아버지가 내가 너무 피곤해보인다고, 지금은 괜찮으니까 혼자 하고 있을테니 남친보고 날 집에 데려다주고 이따가 다시 오라고해서 집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ㅠㅠ 감사해욤...쏘 스윗...
남자친구 아버지 50대 중반은 넘으셨는데 도대체 왜 4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건지. 남자친구랑 나란히 서 있으니 그냥 좀 나이 차이 나는 형제같았다. 아버지뻘이라기에는 너무 젊은 삼촌 느낌? 피부도 너무 좋으시고 주름 하나 없고 심지어 후디 입고 계셨는데 그마저 너무 젊은 감성이라 ㅋㅋㅋㅋㅋ진짜 내가 생각하던 후덕한 아저씨 이미지가 아니셔서 깜짝 놀랐다. 집안에 동안유전자가 있나보다.
아무튼 나는 집으로 가면서 남친이랑 그리웠던 chick fil a를 먹고... ㅎㅎㅎ breakfast menu 5가 bacon/sausage 중에 선택인지 모르고 쫙 다 불러서 점원을 당황하게 만들고 내 최애 스트로베리 밀쉐를 먹으면서 집에 옴.
여기서 남자친구한테 한번 더 반하는 일이 생겼다.
차에서 집에 가는 길에 집에서 뭐할거냐, 묻는 남자친구한테 나 너무 힘들어서 욕조에 물 받아놓고 거품 목욕이나 할래, 했더니 남자친구가 집에 가자마자 목욕실을 들어가서 욕조를 닦고 향초 캔들이랑 아로마 오일이랑 러쉬 버블바들을 꺼내고 있는거다.
당시에는 별로 감동 안받고 그런 행동을 당연시 여겼는데 나중에 욕조에 몸 담그고나서 뇌가 말랑해지고 생각해보니 정말 감동적인 것이었다.
본인이 더 피곤했을텐데...
난 그래서 남친 나가고나서 물 받고 뜨끈하게 씻을 수 있었다.
나른하게 목욕하고 나니 잠이 왔고 나는 stranger things 3를 보다가 잠들었다. 뭐든 몰아보는게 제맛이지. 전 시즌들이랑 중간에 시간적 흐름이 끊기니까 앞 내용이 기억이 안나고 주인공 애들도 성장기라서 ㅋㅋㅋ너무 커버려서 몰입도가 떨어지더라...
한참 자고 일어나니까 남친이 너무 힘들다, 졸립다, 집 가고싶다, 샤워하고싶다, 저녁 뭐먹을래? 하고 문자 보내놓은게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고 5시쯤 남친이 집에 왔다.
“뭐 먹을래?” 하고 거의 얼굴 보자마자 물었는데 생각해둔게 없었다.
난 진짜 ㅋㅋㅋ남친이 뭐먹고 싶냐 물을때마다 두뇌 풀가동해야함.
원래는 애틀랜타 돌아가면 충만치킨을 제일 먼저 먹고싶었는다. 스페인에서 한국 치킨을 너무 그리워하던 중이라.... 하지만 어차피 곧 한국 갈거니까 그건 제쳐두고, bahama breeze랑 korean 중에 고민했다. 그러다가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 한식이 땡겼고...
갑자기 비빔밥 먹고싶다고 하고 비빔밥 먹으러 감.
아, 이곳, 천국입니까? 말하는 족족 무슨 한식이든 다 존재하네요. 사랑합니다.
미국에 살면 향수병 걸릴 이유가 없겠다고 오만하게 말해본다. 나는 솔직히 터키 자주 오는 이유도 사람보다는 ㅎㅎ 음식이 그리워서 오는거고 한국도 가족들보다는...ㅎㅎㅎ...음식이 그리워서 가는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식만 한국 터키 골고루 내가 먹고싶은거 제때 제공되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아 근데 찍어둔 음식 사진이 없네.
식당 이름이 뭐더라.
아 서라벌.
둘루스에 서라벌이라는 한식집이었는데 24시간 여는 집이었다. 역시 24시의 민족 코리안...
남친이 사랑니를 뽑은지 사실 2주 정도 밖에 안돼서 아무는 중이라 딱딱하거나 이에 낄만한걸 잘 못먹어 순두부찌개를 시키고, 나는 side로 계란찜을 시키고 비빔밥 내 사랑 비빔밥 시킴 헤헤헤
돌솥에 엄청난 양의 비빔밥이 나왔고 (진짜... 미국 포션 유럽포션의 2 배는 될듯... 사람이 1인분에 다 먹을 양이 아님. 2끼로 나눠 먹어도 넉넉한 양. 하지만 나는 비빔밥이 3개월간 너무 먹고싶었으므로 전부 흡입함) 약간 목밑까지 음식물이 차올랐다 싶을 즈음에 그만 먹었다. 원래 내가 안남기고 다 먹으니까 남친 매우 놀란 눈치였다.
계란찜도 너무 맛있었는데 파나 당근 뭐 이런게 있을 줄 알았건만 그냥 ㄹㅇ'계란'만 있었음.
근데 우리가 뒤돌아보니 어떤 단체손님들 테이블에는 파가 잔뜩 올라간 계란찜이 나가고있길래...ㅡㅡ
내가 "?뭐냐 불쾌하다" 하니 남친이 "because they are in a group. or maybe they have ordered the speacial one" 이럼ㅋㅋㅋ아니 계란찜이 스페셜이어딨어... 스페셜이 파만 올라가냐...그것도 웃겨 이러니까 갑자기 어설픈 한국어롴ㅋㅋㅋ"왜 우리 계란찜 달라이에요!... 우리 green onions 없어요... 저기 사람들 onion 있어요. 우리 계란찜 달라이에요!" 이렇게 불평했다. 물론 소심하게 엄청 작게 속삭이듯이 나만 들리게. 맨날 불평불만항의는 나한테만 함ㅋㅋㅋㅋㅋ
근데 뭐 다시 받아봤자 배불러서 다 못먹을거라 그냥 먹음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먹는 한식은 정말 다 맛있었고 남친이 사이드로 시킨? 갈비구이도 맛있었다. 남친 해물 순두부도 내가 뺏어먹었는데 맛있었음.
서라벌 비빔밥은 걍 쏘쏘. 한 뚝배기 뚝딱 해놓고 쏘쏘라고 하는게 웃기다만 ㅋㅋ 뭔가 고추장?양념장이 조금 아쉬운 느낌? 야채도 그렇고 내 기준 애틀랜타 돌솥비빔밥은 장수장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순두부 찌개는 남친 최애 이모님이 하는 순두부집 있는데 이름 기억 안남...
그래도 미국은 한식을 먹고싶을 때 아무때나 먹을 수 있다는게 진짜 너무 감동이야. 한식재료도 넘쳐나서 내가 해먹어도 되고...(미국 살면 근데 지금보다 더 안해먹을듯. 사먹어도 맛있으니까 그냥 다 사먹을거같다ㅋㅋㅋㅋㅋ외식비 폭발할거같움)
유럽은... 할많하않. 식재료도 구할 수가 없고 사먹을 곳도 너무 한정적... ㅜㅜ
어쨌든 멜팅팟 미국 만세
코리아 타운 만세
애틀랜타 만세
내 남친은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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