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7월 첫째주, 1주일만에 마드리드에서 이스탄불 또 뉴욕까지 가게 된걸까...
진짜 즉흥 빼면 시체인 나레기. 실행력이 좋은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자.
살라망카 생활 청산하고 마드리드에서 이스탄불로 날랐는데 (7월1일) K랑 이런저런 얘기하고 놀면서 하루 정도 보내고
7월 2일날 밤에 남친이랑 통화하는데 남친이랑 좀 싸움(?). 별로 싸울 일은 아니었는지 왜였는지는 생각 안나는데 아무튼 좀 꽁기해진채로 잠이 들었음.
근데 새벽 4시에 갑자기 눈이 팍!!!! 떠졌다.
그리고 진짜 무슨 좀비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ayak.com 들어가서 미국행 비행기를 검색하고 있었다. 싸워도 미국 가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러다가 발견했다.
500불짜리 뉴욕행 왕복 티켓.
???
진짜 새벽 4시에 몇번이고 그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경유해야 하는 비행기편이긴 했는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브에서 1시간 30분 경유라 정말 개~꿀이었다. (근데 내가 미쳐서 간과했던 사실은 귀국편은 경유가 5시간이었던거... 공항에서 지루해 죽는줄 알았다. 갈땐 좋았지.)
내가 진짜 이 남자 만나는 바람에 경유 항공편을 다 타본다.
그런데 소심한 나는 남친한테 (방금 좀 싸워서 통화해서 나 뉴욕갈까? 살까말까? 하기 좀 자존심 상했음) 묻지 않고 오전 8시까지 뜬눈으로 지새면서 티켓이 사라져버릴까 ... 불안해서 살까말까 하다가
아침 먹으면서 K한테 물어봄. K는 완전 로맨틱하다고 난리가 났는데 G는 왜 이렇게 급하게 결정하냐 해놓고는 500달러라고 하니까 그러면 가야하는거 아니야? 너네 돈으로는 싼거 맞지?(이 말 너무 슬프다ㅜㅜ) 했다.
그래서 두명의 응원에 힘입어 아침 먹으면서 충동 구매했다.
그리고나서 이제 비행기표 샀으니 주변인 모두에게 통보하기 시작함 "나 미국 갑니다. 모든 만남 일정은 다다음주로 미뤄주세요"
근데 나 포함 내 친구들 모두가 간과한 사실이 정작 내 남친의 의사 따위는 이 구매 과정에 1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N네 쌍둥이 형제가 하는 카페 가서 뉸뉴냔냐 점심 먹으면서 "미국 잘 다녀올게~" 하는 중에 갑자기 잊고 있었던 남친의 의사가 생각났다. 그날 밤에 공항 가야하는 스케줄인데 정작 남친한테 얘기 안하고 표만 덜컥 산ㄱ...
그래서 남친한테 점심 이후부터 미친듯이 전화를 걸었는데 자느라 안받음 ...
원래 10시나 되어서 어기적어기적 일어나는 남잔데 당연히 안받지...
계속 미친듯이 거니까 오후 4시에 받았는데 자다 깬 사람한테 "자기야 놀라지마 나 내일 미국 가는 비행기표 샀어" 하니까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자다깨서 "꿈인가" 이런 소리도 하고 서서히 정신이 들었는지 한 2분 뒤에 진짠지 거짓말인지 500번 물어봄.
근데 나 진짜 미쳤었나 지금 생각해보니까.
남친 직장인인데 나 진짜 대책 없는 편... 정 안되면 난 뉴욕 안봐도 상관 없으니까 바로 뉴욕에서 ATL날아가도 되고~ 하는 마인드였다. 개미친듯.
근데 남친이 한시간 정도 뒤에 있다가 "일단 리프카한테 말해서 휴가 냈는데 이틀밖에 못써서 이번 주말에는 조지아 돌아와야 할거같아. 뉴욕 가는 항공편을 알아봐야겠어. 호텔도... 아..." 하고 과부하 걸림.ㅠㅠ
아. 일 저질러 놓고 너무 미안했다. 근데 나는 그냥 진짜 남친 얼굴만 보는게 목적이었어서 걍... 내가 바로 애틀랜타로 가도 상관 없었는데 진짜로 뉴욕 1도 안궁금했다.
결국 “나 미국 간다” 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정말 모든걸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남친 엄청 급하게 호텔 예약하고 비행기표도 last minute로 사서 더럽게 비싸게 주고 날아왔다.
급조된 여행 치고는 나름 운이 따라줘서, 우리는 날씨 정보도 없이, 사전 계획도 없이 당장 묵을 장소만 정해서 도시를 정했고 점점 남쪽으로 이동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남친이 월요일부터는 리모트로 근무를 하기로 허락을 받아놨던 상태였는데 그래도 오피스 아워는 지켜서 일해야 했다. 그래서 여행 후반 마이애미에서는 나홀로 놀기 달인이 됐음.
아무튼 대책없는 나는 오후 두시 반 뉴욕 도착이었고 그 날은 7월 4일, 미국 최대 국경일이나 다름 없는 독립 기념일이었다.

남친이 입국 심사관들이 잡으면 이 사진 보여주라고 했는데 진짜ㅋㅋㅋㅋㅋ넌 미국놈이라서 외국인들이 입국심사대에서 어떤 취급 당하는지 모르냐... 거기서 내가 폰 만지면 너 뉴욕호텔에서 졸라 혼자 자야해...^^
밤에 불꽃놀이 볼 생각으로 누구보다 신나서 도착함.
입국 심사관의 무례한 질문을 좀 받았는데. 이새끼가 날 보자마자 싱글벙글 웃더니 왜 왔어? 이러길래 걍 여행하러.
오우 혼자? 하면서 근데 엊그제 스페인에서 터키 갔는데 왜 또 미국에 왔어? 해서
걍 심호흡 한번 하고 내가 스페인에서 공부중이었는데 터키에 친구들이 있고 썸머하우스가 있어서 거기 가서 여름 보내려다가 갑자기 남친 보고싶어서 어제 티켓 충동구매해서 왔어. 티켓 어제 샀어 500불에 샀당! 하니까
오우 잘샀네~ 하더니.... 남친 미국 사람이야? 이래서 ㅇㅇ. 하니까
왜? 이제 한국 남자는 못만나겠어? 이랬다.
그런 다음에 어디서 묵어? 언제 가? 이런 평범한 질문도 했는데 진짜 기분 더러웠음.
근데입국심사대다보니까 제대로 받아치지는 못하고 그냥 손사레를 치고 말았다. ㅅㅂㄻ 진짜 딱 밖에서 만났어봐 I'm gonna sue your ass.
통과하고 나오는데 내 얘기를 들은건지 보안관 두명이 또 말을 걸었다. 남친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 남친 안부 좀 그만 좀 쳐 물어.
후... 그래도 미국인 남친을 둔 여자들의 입국심사담에는 흉흉한 소문들이 많아서 입국 심사에 도가 튼 나도 미국 입국심사 자체가 만만하지는 않은데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와 아제르바이잔 터키 이런 관광객들 사이에 껴있어서 그렇게 느낀 걸까) 별 다른 까다로운 질문 없이 그냥 (기분더러운) 농담 따먹기를 끝으로 통과하는걸 보며 역시 한국 여권 위대하구나 싶었다. 기진맥진해서 호텔에 도착했다. 남친은 급하게 예약한터라 여러 호텔들을 조사해보지는 못했지만 뉴욕 호텔들이 전체적으로 낡아서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고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게 우리가 들어간 방은 1박 250달러의 방이었는데 화장실은 좁았고 가구 등도 모두 낡았었다...ㅎ 뉴욕 시내에서는 딱히 비싼 가격도 아니고 급하게 알아본거니까 당연히 좋은 방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몸이 지쳐서 그런가 진짜 방 컨디션 보고 개빡쳤음.
게다가 ㅜㅜ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퀴퀴한 냄새... 피곤해 죽겠는데, 냄새 나는 방이라니? 냄새가 뭔고 하니 책상 밑에 박아놓은 벽장 에어컨에서 물이 흘러나와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남친이 책상에 앉아서 남친의 워커홀릭 워킹맘 보스인 리프카의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동안 남친 슬리퍼가 흥건히 젖었기 때문에 우리가 까무라치며 발견한 것이다.
남친은 웬만하면 모든 문제를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는 편이고 나는 웬만하면 모든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어서 내 권리를 찾자는 주의이다... 근데 대체로 남자들이 문제 삼는거 되게 싫어하고 다 참으려고 하는 호구 기질이 조금씩 있는거 같음……
나는 이건 명백한 호텔 측의 실수이고 이걸 호텔 프론트에 얘기하면 이건 무조건 방 바꿔주고 심지어 업그레이드를 해줄 내용이라고 말했다. 남친은 뭐 그럴것까지 있냐 그냥 우리 나간 동안 청소나 수리를 해주면 되는거고 이런걸로 방 바꿔달라고까지 얘기를 안해도 된다.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러든지~ 하고 호텔 프론트에 가서 얘기하라고 옆구리를 쿡쿡 쑤셨는데 남친이 예의 그 정중한 얼굴로 이런이런 문제가 있는데 혹시 수리나 청소가 가능한지 묻는 걸 보면서 혼자 옆에서 끼어들어서 “이미 카페트가 젖어서 방 전체에 냄새가 나는것이라서, 단순히 청소로 가능할지는 의문이에요~” 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나를 좀 째려봤지만. 결국 내 말이 맞았고 체크인 전 투숙객의 방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건 호텔 측의 실수였기 때문에 사과와 함께 룸 업그레이드를 받아 조금 더 넓은 방에 묵었다.

우리는 나갈 채비를 마치고 출출한 배를 달래러 뉴욕 거리로 나섰다.
뉴욕이 딱히 맛집이랄게 있나? 뭐든 맛있는 동네 아니야? 세계 음식 천국 뉴욕 아님? 돈만 있으면 어느 나라 무슨 인종이 만들었건 그 나라의 최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땅 아니냐구.
하지만 사실 우린 그렇게 엄청난 곳을 가지는 않았다ㅌㅋㅋㅋㅋㅋ
늘 뉴욕하면 자기 몸집만한 피자를 힘겹게 옮기는 돼지같은 쥐 움짤이 생각났는데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 뉴욕의 지하철 상태를 보니 너무찰떡같이 어울리는 풍경이라 잠시 피자쥐를 떠올리며 사색에 잠겨있을때 남친이 딱 피자 얘기를 함......ㅋ
“뉴욕이니까 조각피자 ㄱ? 코난도 왔다감”
셀럽 추천 맛집은 믿고 거르는 난데 코난오브라이언도 왔었다는 말을 듣고 호오 싶어서 결국 가게 된 그 집은... Joe’s pizza!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뭐 테이블도 4개 뿐이고 ㅋㅋ 그마저도 다이닝에 적합하지 않은 바 형식 테이블이엇는데 진짜 인산인해 줄이 엄청났다.
뭐 얼마나 맛있겠어 그래봤자 피자 한조각인데... 했는데
저 피자 한조각이 사실 웬만한 피자 미듐 사이즈의 3조각은 되는 사이즈였다.
토핑도 그득그득하고, 남친은 페퍼로니 나는 머쉬룸을 시켰는데 나 버섯 짱 좋아하는데 정말 버섯도 개많이 올라가고 ㅜㅜ치즈도 많고 너무 따뜻하고 너무 맛있었다.... 근데 사진 형편없어보이네. 아무튼 정신없이 먹어치운 다음 우리는 ...?

뉴욕 거리를 막 걸어다녔다.
어딜가나 물씬 풍기는 자본주의의 냄새...
그러다가 급하게 불꽃놀이를 보러 이동했다.
뉴욕 우버는 공항 갈때 빼곤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뉴욕 지하철은 뭐랄까 정말 최악이었음ㅋㅋㅋ 파리랑 거의 최악의 지하철 쌍두마차 격이랄까.

사실 여기 자리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어서...
경찰들이 혹여나 발생하는 사고를 대비해서 배치된 모양이었다.
남친이 갑자기 할랄가이즈 같은걸 기어이 먹어야겠다고 푸드트럭을 가는 바람에 우리는 건너편으로 건너갈 기회를 놓쳤었고 그 사이 경찰들이 건너편 (다리가 있는 쪽)으로 못가도록 펜스를 둘러 쳐버려서 우린 멀찍이서 건물들 사이로 잘 보이지도 않는 바다를 바라보게 될 지경에 놓였었다.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음식을 사겠다고 한 남친의 아마추어적인 선택에 빡이 쳤지만 곧바로 분노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다음 명당을 물색했고 운 좋게 펜스가 열린 그 짧은 틈을 타서 앞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우리 등 뒤로 경찰들이 자기들끼리 “Hey!!! Close the fence! You idiots! What the fuck!!”
하는걸 들으면서 킥킥 대면서 앞으로 나옴.
남친 말에 따르면, 하다 걸렸을 때 하지말라면 안하면 되지만 이것 자체가 범죄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이미 한 행동에 대해서는 경찰이 뭐라하진 못할거라 했다.
그 말을 믿고 계속 앞으로 전진해서 바다 코 앞에 다다름.
방파제 같은 것에 사람들이 걸터 앉아있었는데 경찰들이 내가 그걸 넘어가려고 하자 ma’am, You can’t cross it, please walk to the other side 했는데 나는 매앰 소리를 처음 들어서 나한테 하는지 모르고 존나 계속 엉덩이를 방파제 위에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ㅋㅋㅋ남친이 듣고 내 이름 부르면서 저지 안했으면 경찰한테 저지 당할뻔...ㅎ 암튼 그러다가 눈치보다 또 경찰들이 없을 때 방파제에 앉기를 성공했고 방파제에 걸터 앉아서 불꽃놀이를 볼 계획이었으나... 옆에 선 할아버지가 엄청난 설명충이었다.
익숙한건지 할머니는 인생 무표정한 인상으로 남편 얘기와 설명에 반응도 없었고 할아부지는 내 남친과 우리 또래의 다른 커플 남자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려고 들었다.
1.왜 이 자리가 베스트 스팟인지
2.불꽃 놀이의 기원
3. 저 다리의 완공 년도
4. 내가 젊었을 때
내 남친은 포장음식을 입에 쑤셔넣으며 듣는둥 마는둥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하하 정도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정도로 잘 빠져 나왔고 내가 한국어로 “할아버지 너무 시끄러워” 하자 “응 맞아” 하고 응수한 뒤 다른 데로 갈래? 했고 자연스럽게 음식을 다 먹어서 자리를 뜨는 것처럼 자리를 뜰 수 있었는데...
약간 순진하게 생긴 불쌍한 캐나다 청년은 초반에 내 남친이 대충 uhhuh 거리는 동안 열정적으로 yes, surely it is! 이런 식으로 말한데다가 덧붙여 질문까지 한 바람에...할아버지의 트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청년의 여친...은 할아버지 부인과 같은 표정으로 허공만 보고 있었음.ㅎㅎ
우리는 나름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나보겠다고 이동을했지만 할아버지말대로 거기가 명당인지라 멀리 가진 못하고 간신히 할아버지가 덜 들리는 곳으로 감. 명당은 맞았지만. 우리가 너무 눈이 높은걸까? 불꽃놀이는 노잼이었다.
9시 정각이었나 화려하게 시작한 뉴욕시민들 세금 터트리기 퍼포먼스는... 디즈니에서 너무 격한 감동을 받아서 거의 울 지경에 이르렀었던 우리를 감동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둘다 별 말 없이 서 있었음.
나중에 돌아오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 솔직히 노잼이었지?"
"응, 니 얼굴에서도 다 티났어"
" 솔직히 디즈니가 너무 넘사였어..." 했다.
...그래서 말인데 남자친구가 이걸 볼까?
디즈니 또 가고싶다.
디즈니 너무 좋았다.
디즈니가 최고 좋아.
디즈니 백번 가야지.
올랜도 디즈니 월드 꼭 가세요들.
아무튼 뉴욕 첫날은 이래저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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