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팁과 인팁 연애기간 3년차 커플 관계성에 대한 고찰]
물론 엠비티아이 뇌절뇌절하지만 뒷북은 내 주특기...
남자친구 A, 미국인, 28세, 개발자, ESTP-A
나, 한국인, 26세, 쑨 투 비 백수 , INTP-A
아래는 극 T + 극 P 조합의 커플은 이렇게 만난다는 내용
ESTP 남자친구는 E답게 사교적이며 파티광이다. 인싸 of 인싸, 넓고 얕은 인맥. 모든 분야의 직업군에 아는 사람이 하나씩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마당발이다.
남자친구의 최대 장점은 유연함과 개방성; 나와 다른 것을 보고도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능력이다. 나도 곧잘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나는 나와 안 맞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접근할 생각따위 하지 않고 멀리서 한발짝 떨어져서 그럴 수 있지~한다면, 남자친구는 그럴 수 있지,라며 적당히 맞는 부분만 가지고도 잘 어울리는 편이라서 정말 문자 그대로의 ‘그럴 수 있지'를 실천하는 느낌이다. 내가 누군가의 특정한 한 부분에 꽂혀서 '별로인거 같아' 라고 말해도 '별로지만, 0000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라는 식으로 사람이든 물건이든 뭐든 잘 활용한다. 그것이 특장점인듯.
또 인싸답게 외모관리,자기관리에도 철저한 편이다.
개발자 직업을 가진 사람은 죄다 탈모에 비만하고, 빛을 못 보고 살아서 허여멀건 스타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실제로 남자친구네 팀은...체형은 제각각이지만 탈모는 국룰인가 죄다 진행중……. 다행히 남자친구는 일단 탈모는 빗겨간듯 싶고 gym에 주구장창 간다. (쇠질하고 gym샤워실에서 샤워까지 한다음 집에 오자마자 자면 물값도 절약된다는 미친놈)관리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는 건 성별과 무관하게 만고불변진리라며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요건은 누리고 살아야한다는 멋진 소리를 한다.
INTP 나는 말해 뭐해 그냥 아싸 히키코모리와 다름 없다. 대학 4년 내내 독강을 들어 동기들이 나를 복수전공생, 전과생, 편입생, 복학생 등으로 생각한 적이 있고 경영학과 경제학 중 복수전공을 고민하다가 경영은 무조건 팀플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 독강러의 천국 경제학으로 도망친 1인. 이런 아싸력 때문에 어떤 사람이 특별히 내 마음에 들거나 특별히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면 친구가 될 확률이 없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인간관계는 특별히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보다도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나와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거의 만나자마자 구별할 수 있다. 내가 이상하게 꽂히는 포인트가 있다면 그냥 조건없는 내 사람 카테고리로 직행한다. 그 외에는 모두 넓게 '인간' 으로, 내 사람이 아니면 내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감정적으로 챙겨주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대하기 편리한 NPC존재들이 된다.
남자친구에게 배우는 것은 주로 내 잠재적인 내향성향이 레드플레그를 세우면서 NOPE를 외치는 상대들 또한 나에게 유용하게 쓸 수만 있다면 활용도가 있다는 일종의 소시오패스적..사회성이다. 남자친구는 과연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배우는 게 있긴할까 잘 모르겠음ㅋㅋㅋ확실한건 비사교적인 나를 좀 이상하게 여기기는 하는 거 같다. 근데 여친이 성격파탄자 아닌 다음에야 특별히 아싸인걸 가지고 문제삼을 남자는 없는 거 같기도.
다음으로 가서, 세상을 보는 관점, 해석하는 스타일에 있어 우리는 좀 갈린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를 떠올려보면 “같이” 뭘 한다기보다는 주로 각자 무언가에 몰두해있는편 같다.
ESTP 남자친구는 언제나 자기가 진행중인 무언가와 관련된 유튭, 페북 페이지, 레딧, 인터넷 웹서칭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보를 긁어모으는데 관심사와 취미가 다양하고 하나로 특정되지가 않아서 상당히 산만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집중력도 뛰어나서 그 순간만큼은 최고로 몰입해있다. 뭐해? 하면 그거랑 관련된 일장연설 듣고 같이 지금 보고 있는걸 같이 봐줘야 하기 때문에 뭐에 몰두 중일 땐 적절히 안건드리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안물어봐줘도 뜬금없이 자기가 하는 중인거 tmi할 때가 있어서 사랑과 애정으로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INTP 나는 평소에도 걸어다니는 알쓸신잡으로, 복어탕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복어를 검색하고 복어 독을 읽다가 투구꽃의 독성분이 복어의 독성분과 만나면 길항작용으로 인해 서로가 상쇄되며 복어는 피부에도 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나무위키는 나의 베프…남친이 뭐해? 하고 물어보면 이제 내 알쓸신잡을 뽐낼 차례이다. 남친은 관심없지만 꾹 참고 들어주는 모습인데, 정말 건성으로 답해주기 때문에 다 티가 난다. 하지만 나도 지 얘기 들을 땐 저런 표정이겠거늘 하고 기죽지 않고 일본에서 발생한 투구꽃살인사건을 꼬꼬무 해줌.
때론 서로 안물안궁이지만 사랑이란건 이렇게 서로의 tmi를 견뎌주는 것 아닐까…?
한편 N과 S가 비등비등한 나는 “만약에 게임”이나 “밸런스 게임”에 열려있다. 나는 절충이 되는 망상 레벨을 가진 반면 극S 남친은 단호박 그럴일은 없어, 그게 대체 왜 궁금해? You crazy lol 란 식으로 나오며 내 망상에 동참해주지 않아 가끔 짜증난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인 국제 정치,경제도 사실 만약 이라는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이론과 실제를 끈임없이 비교하는 과정인데 남친은 그렇군…근데 그게 중요한가? 이 정도 반응을 보인다. 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지, 좀처럼 내 열띈 방구석 분석에 즐겁게 동참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남자친구가 오히려 일상적 스몰토크를 시도하고 (오늘 회사 어땠어? 오늘 하루 어땠어?) 지루하고 매일 비슷한 하루일과에 대한 tmi를 늘어놓거나 누가 뭐를 해서 얼마를 벌었고, 남자친구가 오늘 부수익으로 얼마를 벌었고 이런거를 들으면 할 말이 없다.
수많은 대화 패턴 분석 결과 남친에게 와닿지 않는 뜬구름잡는 주제(미중 경쟁, 우러전쟁, 이슬람세계, 달러 패권, 부동산 전망)에 대한 대화는 남자친구를 어쩌라고- 싶게 만들어 대화 참여도를 떨어트리고, 보다 현실적 주제(돈 버는 법, 친구가 사업 투자한 이야기, 땅 산 이야기, 사업 아이템 이야기 및 오늘의 수익 결과)의 대화는 대체로 나를 어쩌라고- 싶게 만들어 대화를 힘들게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니네 안 맞는데 도대체 왜 만나냐 싶은데 한동안 고전하다가 우리가 보다 '현실적인' 케이스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대화 패턴에 시너지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국 나는 현상에 대해 책/유튜브/신문 등으로 취득한 지식을 가지고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걸 좋아하는 것이고, 남친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그냥 이론적으로 남친은 경험적으로 해석하면서 곧잘 불꽃같은 토론이 일어나고 무언가 어떤 쪽으로건 결론이 나면 나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대화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거나 관점을 수정보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상적.
여기서 현실적케이스라함은 주변인 분석 관찰일 수 있고, 같이 본 다큐 (주로 범죄 다큐),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워킹맘 시리즈 등)에 대한 대화 및 우리 모두를 연관시키는 공동의 사업아이템, 니 인생과 내 인생에 대한 코멘트(지적질)일 수 있음.
우리의 상호보완적 관계라면, 나는 N 때문에 생각만 많고 실천력은 떨어지는 반면 남자친구는 생각은 짧고 실천력은 무지 빠르다. 남친이 와다다다 불꽃 튀어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뭔갈 실시할 때면 나는 엥? ㅇㅇ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하면 남친은 쉿, 조용히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제 내가 말한 거기서 딱 막히면 나는 에헤이 그거 내가 그럴 줄 알았어(이미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여러 실패 사례…)몽총이같으니 요롷게 해봐 하는식. 남친이 무대뽀로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그냥 어?…저게 되네? 싶을 때도 있다. 남친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거기서 배웠으니 됐다는 식. 반면 나는 생각만 오천번 하고 시뮬레이션 돌리다가 오천가지 실패사례를 생각하느라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가 있음. 그럴 때 이제 남자친구가 멱살 잡고 벼랑끝 작전을 쓰는데 도대체 언제! 언제! 언제! 라며 닥달하면 나는 아이고 귀찮아 죽겠네 잔소리쟁이! 하면 되잖아! 하면서 그제서야 끄응차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은 T. 우리는 말로 싸우다가 상대 말 중 맞말이 있으면 아, 그렇군요. 그럼 그 부분은 내가 미안합니다. 하고 빠르게 인정해서 잘 안 싸우는 거 같다. 납득만 되면 싸울일이 잘 없다. 남자친구에게 100% 투명하게 전달하고 서로 오해할 소지가 없게 잘 의사표현을 하면 된다고 여겨서 불필요하게 남자친구가 서운해하거나 화가 나거나 반대로 내가 화나거나 뭐 이런걸 우려하지 않아도 돼서 그게 너무, 제일 좋다. 남친은 솔직히 내가 감정적이라는데 그건 지 한정 그런거고...;
이밖에는, 아스퍼거증후군 혹은 소시오패스처럼 공감지능 떨어지게 말 해도 둘다 데미지를 거의 안 입는 편이라 가끔 필터 삭제하고 말해서 이건 ㄹㅇF 성향의 상대였다면 펑펑 울고 헤어졌을듯 이라고 회고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뇌 거쳐서 결재 받고 말하지 않아도 돼서 본연의 나다울 수 있어서 좋긴한데… 이게 맞나.
둘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서로 구속 매우 싫어한다는 것도 잘 맞는다. 비록 롱디중이지만 시간 단위로 연락 안 하고 어디야, 뭐해 이런거 없고 넘 바쁘다 싶으면 바쁠거라고 말하고 하루 정도 연락을 안 하기도 한다! 롱디임에도 그게 가능하냐 물으면 매일 그러는게 아니니까, 바쁘면 어쩔 수 없고,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서. 게다가 롱디, 시차가 있는 롱디라서 까딱하면 서로 깨어있는 시간대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이해할 부분이다. 바쁜 일 우다다다 끝내고서 시계를 보고는 아이고 벌써 자겠네 하고 전화 안하는 대신 문자 남겨두고 인스타 릴스 졸라 보내놓음ㅋㅋ 뭐 그래도 평소엔 시간 안 정해두고 서로 그냥 생각나면 전화하는 편이긴 하다, 낮이건 밤이건. 그래서 사실 상대방의 시간대를 무시하고 전화할 때도 많은 것 같은데 이건 우리가 하도 싸돌아다녀서 타임존이 늘 바껴서 그런 것도 있다. 자다가 깨서 받은 적도 있고,자다가 벨소리 듣고 무음 버튼 누르고(...미안)계속 잔 적도 있음.
끝으로 대망의 P. 내가 우리 연애를 굉장히 좋아하면서도 이 관계,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둘 중 하나는 좀 방목적 방임적 성향이 아니라 으아아아악 패닉! 내가 다 챙겨야해! 내가 안 하면 이 배는 침몰해! 하는 뭐 위기의식 가득한 J여야 될 거 같은데 둘다 세상 느긋… 하나는 과연 침몰할까? 그래도 설마 내가 주인공인데 내가 죽겠어? 이러고 있고 하나는 그래 죽으면 죽는거지 뭐. 이러고 있는 꼴.
둘다 선입견이 없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 틀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로 충돌이 없다.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에 둘다 열려있고 무계획 무지성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건 똑같음. 그래 해보지 뭐. 해보고, 아니면 아닌거고. 근데 이제 나같은 경우 그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가 미리 정보성 글 등을 통해 선행된다면 남자친구는 그냥 안내는 쓰루~ 하고 실제로 해봐야 알지! 하는편인듯. 나는 근데 저 정보성 글을 탐구하다가 되려 시작도 전에 지치기도 함. 남친은 일단 시작하는 힘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반복적이고 획일화된 것을 싫어해서 예측가능한 것에 대한 큰 권태를 느끼고 루틴하거나 과도하게 경직된 조직문화를 거부하는 것도 우리 둘의 P에서 나오는 특징인거 같다.
데이트 일정의 경우, 둘다 세세하게 안 짜고, 큰 틀 (ex. 나라 또는 도시)만 짜고 도시의 어디를 가야겠다 이런건 잘 없다. 대부분 당일 혹은 전날 즉흥적으로 채워넣는다. 오늘 뭐할래? 내일 뭐할까? 그때그때 검색해서 가고 그 결과에 둘다 불만 없다. J가 보면 기절할 패턴… 구글 지도에 쉐어로 가고싶은 곳 여러개 핀 박아놓으면 여행 준비 끝!
하물며 차 타고 목적지 a를 향해 가다가 갑자기 중간에 맵 보다가 어? b란 곳이 있는데 여기가볼래? 해서 차 돌린 적도 많음. 심지어는 티켓이나 호텔 예약도, 마지막 순간에 끊을 때가 많음. 도시 이동하면서 이동 중에 예약한 적도 있음. 라스트미닛은 가격대가 사악할 때가 많아서 우리 제발 이러지 좀 말자 라고 해도 슈퍼파워P들이라서 둘중 누구도 “어디 예약할까?" "거기 예약 했어?” 란 말은 고사하고 우리 뭐할지 묻지를 않으니…근데 사실 정말로 나는 남자친구를 보는게 목적이지 특별히 뭘 하든 상관 없긴하다. 남친도 마찬가지래. 같이 있는게 중요하고 가는건 뭐 어딜 가든 비슷할거고, 둘이라면 가서 뭘 하든 재밌겠지 뭐. 어차피 세세하게 여행계획 짜봐야 그대로 안 되는게 인생이다. 가서 또 이거 먹자 정했지만 메뉴 보다가 음 근데 이게 더 맛나보여, 할 때가 많기도 하고.
남자친구는 심지어 터키 올 때 미국인이라 비자 필요한데 비자 갱신하는걸 깜빡하고 비행기 타서 나를 순간 멘붕 시킨 이력이 있음. 다행히 독일 경유편이라 독일에서 신청했지만. 이때는 아무리 노답 즉흥러인 나라도 좀 충격이었음. 아무리 다서 여섯번째 오는 터키여도 비자를 사용하는 나라라면 기한 정도는 확인하지.
이런거 보면 대책없이 사는거 같지만 패닉하기보다 어찌저찌 상황을 잘 모면하는 편인거 같다. (그 와중에 바로 납득하는 나)
우리는 언뜻 보면 잘 맞는 사이인지 모르겠기는 한데, 둘다 서로에게 최장기간 연인인걸 보면 서로가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가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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