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굳이 따지면 Z세대에 속하는 사회생활 3년차 초보자인 어린년이다. 우선 변명부터 하자면 난 내가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싸가지가 있다. 대신 상대도 나에게 싸가지가 있으셔야 나도 싸가지가 있을 뿐이다.
이런 유치한 소리를 마구 지껄이는 나는 물론 정말 미숙한 어린이지만 그런 나조차 사회생활을 나이로 하는 건 나보다 더 하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유 뭐 나이로 일하나요? 라고 말하는 나보다 연배 높은 분께는 제가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 많이 배우고싶습니다. 라는 말은 나와도, 대뜸 아니,이 어린년이…? 하는 인간은 아니,이 나이만 쳐먹은년이…? 하며 똑같이 대하는 것 뿐이다.
굳이 따지면 눈눈이이라서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격은 못 되는거 같긴하다.
첫 직장 생활을 해보면서 나는 나와 안 맞는 인간을 대하는 법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해봤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안 맞다싶으면 안 보면 그만이었다만….회사생활을 하면서는 안 맞는다고 안 볼 수 없는 노릇이니, 나를 맞추든 저 인간을 바꾸든, 상황을 바꾸든 뭐라도 해야했다. 진심 돌겠더라.
그런데 당시 나는 아무래도 내 나이에 걸맞게 좀 미숙하게 대처했던거 같다…
성격상 이래야 교태야 사근사근한 편도 못 되거니와, 빈말 못하고 뻣뻣한 성격으로 냉냉하다는 오해도 사서 이게 내가 대단히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정말이지 그 당시에는 패닉이 올 정도로 다른 인간을 대하는 것에서 상당히 애먹었다.
내 또래가 아닌 인간들을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대해야 했던 적이 없는데, 정말 미칠노릇이었다. 내가 말하는건 내 귀에도 다 어색하게 들렸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오죽 웃겼을까? 싶다 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제발 업무 얘기만 하면 참 좋으련만 왜들 이렇게 스몰톡을 좋아하시는지 미칠 노릇이었다.
나에게 질문하면 내 답변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할 걸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휴가를 어디 가냐고 묻는 것 조차 조오온나 싫었다. 그리 궁금한 것도 아니면서 그냥 시간을 떼우려고 나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싫었다.
나는 한톨도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맘이 없는데, 자꾸 소재거리 찾는다고 이거저거 물어봐대니… 미칠노릇이었다. 공유할 내용을 미리 골라두고 던지고 또 내 바운더리는 확실히 지키고 뭐 그런 밸런싱이란걸 전혀 못할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말 많은 사람이 자기 얘기를 마구 떠드는걸 듣는 편이 속이 편했다.
안 친한데 자꾸 친한척 하는 직장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어서 한동안 뻣뻣하게 굳어있었더니 이번에는 애가 안 밝다고 또 지랄이었다.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쾌활하고 발랄한 게 아닌데도, 사회는 생각보다 어린년은 밝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돌려돌려 내가 차갑고 싸가지 없다는 뒷말이 한 차례 돌고 나서 나는 고민했다.
대화가 부족하면 싸가지가 없는게 되는걸까…?
그리고 이 고민은 곧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아주 건방지게도 나는 딱히 나한테서 문제점을 못 찾아버렸다.

일을 서로에게 쳐미루는 맛에 사는 걸 보면서 가뜩이나 부족했던 인류애가 사그라들고, 지가 할 수 있는 심지어 지가 하면 더 쳐 간단한 업무도 최대한 안 하려고 발악하는 걸 보면서 심하게 현타가 왔다.
도대체 뭐지?
처음에는 그냥 존나게 무능력한건가…싶었는데, 후에는 단순 무능력이라기보다 그냥 일 자체가 존나 하기 싫으니까 짬밥 찬 순서대로 업무를 안 하려고 후임한테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아니라면 진짜 존나 저렇게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든 본인들이 자성의 시간을 좀 가져야 한다.
저런 류의 뭐지? 를 몇 번 겪고 나니까 사실 그냥 나도 짜증이 나서 말미에는 최대한 안 하려고 한 거 같다. 뭔가 업무가 떨어질거 같으면 내 거 아니라고 확 쳐내고, 업무분장이 회색지대면 이거 거기 주라고 확 미루고. 개지랄하든 말든. 내가 안 바쁘고 쟤는 바빠 뒤지는 타이밍일지라도, 동료애는 원래 없던 곳에서 배운거라곤 이런 것 뿐이니까.
두번째 직장에서 일을 배우며 놀란 건,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본심을 잘 숨기고 일에 진심일 수 있나 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진심인진 모르겠지만 와 진짜 뭐지? 싶을
정도로 일에 매몰되어 있다. 나도 나중에 저러려나 싶을 정도로 일에 진심이니만큼 업무 외 잡소리, 별, 쓸데없는, 개소리들을 안 한다. 하더라도 덜 한다. 그냥 무던히 스루할 수 있는 정도다.
일이야 뭐 무슨 일이든 처음 인수인계 받을 때만 병신인증의 연속이고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인간이 하는 업무란게 사실 대단한건 없어서 그냥 하면 되긴 하는건데, 난 이미 사람이 ㅈ같으면 걍 일도 ㅈ같아지는 법이란걸 배웠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무던하면 일 자체가 아무리 고되고 열받게해도 그냥 다 무던해지나보더라.
처음에 왔을 때 알려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한번 더 봐주고 물어봐주고 또 뭐랄까 자기가 더 하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뭔가 다들 나한테 몰래카메라 하는게 아닐까 했다. 어느 정도는 얼른 가르쳐놔야 얘가 제 몫을 빨리 하니까 일해라 노예야~~ 의 마인드도 있겠으나 뭔가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더 하면 된다라고 서로 우기는 걸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몰카인가? 이게 가능하다고?
내가 이리도 글을 길게 쓴건 사실 내가 오늘 스스로에게 놀라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칼퇴를 사랑한다. 누구든 안 그렇겠냐만은… 일과 후 내 시간을 위해 회사에서의 8시간을 해내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야근이야
그렇다쳐도, 칼퇴는 사수하고 싶은 맘인데 내가 칼퇴를 포기하고 무급 노동을 했다.
왜? 그냥. 내가 좀 더 하면 된다 하는 마인드가 판 치는 곳에서, 분위기상 그렇게 변했나보다. 나도 쌩까고 가도 되는데 사실 동료가 눈코뜰새 없이 바쁜걸 아니까 도와주고 싶었다. 나만큼 피곤할텐데 빨리 하고 일찍 퇴근하면 좋잖아. 따위의 생각이 스스로 들다니 웃겼다. 팔자 좋네, 니 코가 석자야. 오지랖은. 싶은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데도 그냥 내 맘이 그랬다. 먼저 들어가는게 불편했다.
알빠노 시전하면서 응 니 일~ㅋ 하던 삶에서 스스로 뭐지? 싶은 변화긴 하다.
그래서 말인데, 역시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확고해지고 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달에 3천원 벌기(카카오 한 달 적금) (33) | 2024.01.27 |
---|---|
한화생명 감기 몸살 (수액, 독감검사)실비 청구 (18) | 2024.01.15 |
모노링구얼 미국인 (3) | 2023.12.07 |
조금은 반사회적인 인간이 생각하는 결혼식 문화 (3) | 2023.12.03 |
스타필드에서 주차 자리 맡기 빌런을 만나다 (1) | 202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