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렇게 boring한 어른의 삶

viv! 2025. 1. 15. 22:53

열정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사라졌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지

살아남았잖아. 한잔해~



달력 넘어가는 속도가 무서울 지경이다.
그간 나는 잘 먹고 잘 살 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 한 해가 되었다.

용기 내서 같은 회사의 옛날옛적 학교 이름뿐인 가벼운 인연을 핑계삼아 얼굴도 모르는 선배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했다. 처음 한 용맹한 짓이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새파란 후배를 학교 이름이라는 어찌보면 아주 얕은 인연만 가지고도 아는 체 해주는 그런 게 새삼스레 신기했고 감사했다.

짧게 스쳐지나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도 성심성의껏 챙겨준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 대단한 정치적 감각만 놓고 봤을 때 순수하게 나를 생각해서 한 행동은 아니긴 해도 어쨌거나 나를 잘 봐줘서 일어난 일임은 알기에 그것도 그것대로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을 일일이 표현하는 데 다소 미숙해서 돌이켜 봤을 때 후회스러운 순간도 많은데 그 마음을 잘 봉합해 가면서 한 뼘 더 성장하면 되는 것이지 뭐….

지난 한 해에 나와 만난 사람들은 내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큰 그릇이라는 과분한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가?

난 회사에서 막냉이 포지션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상큼하다며 상큼이라고 불러주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꼬맹이로서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사회생활 짬을 좀 먹은체 하며 조언이랄까 훈수랄까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건방지다. 근데 나이 떼고 사회생활 연차로 붙는 사회인걸까. 그런 건방짐조차 새겨들어주고, 나를 믿고 조언을 구하며, 나를 기특하게 여겨주는 감사한 어른들만 만난다. 새파랗게 어린 게 쪼매난 머리로 한 생각을 얘기하는데 꼬아 듣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랑 일하는 것도 내 복이다. 이런걸 감사할 줄 알게 되다니.

전에 만났던 지옥도가 나에게 일상적 낙원을 준 것인가 ㅋㅋ 대체 어떤 병신같은 환경에서 일한거냐고… 다들 놀라워한다… 그야 말로 돈 받고 할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개쩌는 ex-perience!

내 나이 스물 여덟. 이제 세는 나이로 서른이다. 서른이라는 게 겪기 전에는 꽤 무섭고 무거운 숫자였는데 막상 되어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아직도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런걸수도 있겠다.

늦은 후회, 조바심과 조급증으로 가득 찬 내 이십대… 이십대 끝자락을 마무리를 잘 짓고 더 성숙하고 알찬 삼십대로 넘어가고 싶다.

만나는 세세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배려를 습관화 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표현할 줄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어야지. 당연시 주어지는 것이 없는 만큼 나도 받은 만큼 베풀줄 알아야지.

열 받는다고 힘들다고 억울하다고 분하다고 바로바로 성이 나는 그런 가벼운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반면교사 삼을 수많은 늙은이들을 봐왔으니 또 아름답게 잘 성숙한 어른들을 살펴보며 잘 닮아가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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