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

MBTI P에 대한 고찰:나는 왜 계획과 안정과 유지를 불안해하는가?

viv! 2024. 1. 27. 12:42

MBTI P (그 중에서도 특히 대문자 볼드 언더라인 P) 성향 : 게으르거나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는 우리는 사실 엄청난 효율러일수도ㅋ

님 T세요? 너 T발 씨야? 이런 밈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내가 T나 F의 구분보다 더 흥미롭게 보는 건 P와 J의 구분이다.

공교육을 거치면서 인간은 사회가 원하는 인간 유형을 대략 학습하게 되는데, P는 사실 우리 사회 구조에서 매우 살아남기 힘들다.

학교 입학한 순간부터 P인 우리는 학업 계획서나 여름방학계획서 따위를 작성하는 법을 알게 되는데,  곧 인생 전반을 점령할 진리를 깨친다.

“아, 계획은 세워봐야 별 수 없구나?”

학교라는 공간에서 12년간 무수히 계획의 중요성을 학습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수정되지 않은 왼손잡이 인간들처럼 꿋꿋하게 살아 남은 존재들인 것이다.


1. P 성향 의 정의


P(Perceiving,인식형)의 인간들인 우리들은 말 그대로 인식된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부류들이다.

J(Judging,판단형)과는 달리, 인식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한 결정을 잘 내리지 않고 유보한다.

혹자는 P형이 게으르고 나태한 유형이라고 폄훼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P형이 게으르고 나태하게 보이는 것은, 상황에 대한 판단 즉 외부로 표출되는 결정을 미루기 때문이다. 이때 미루는 이유는 귀찮아서라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어서 이다.

인식되지 않는 상황(미래 발생할 일)에 대해 내가 어찌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겠어? 하는 것이다.

2. P 성향의 장점


그러니까 어찌보면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으며,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자부하건대 아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P형으로서 내가 늘상 생각하는 것은, 인생이란 돌발과 예측불가능한 것들로 점철되어있는 지루한 일상을 약간의 미소로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저새낀 왜 저럴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기에 계획이 틀어지거나 심지어 엎어져도 크게 화가 나거나 불안하지 않다.
원래 촘촘한 계획일수록 어긋난다. 세상은 언제나 다발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며 그걸 인간이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느슨한 계획이야말로 성공한다.

계획이 없다면… 계획을 망칠 수도 없죠?



그러니 P 사전에 실패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늘 그럴싸한 미완성의 임의적인 계획이 무수히 존재할 수 있다. 그때그때 실행해보면 될 일이다.


3. P 성향의 단점


단점은 뭐 간단하다. J의 입장에서 P이새끼들은 도대체가 생각이라는걸 하는지 의아할 순간이 많을 수 있다.
J는 결정을 유보하는 것을 결과를 책임질 자신이 없어 회피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P와 J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경우는, 주로 더 유연한 성향의 P가, J의 마이크로매니징을 못견딜 때이다. J입장에서 P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묻는 것이나 알고 싶어하는 것을 P는 과도한 통제로 볼 수 있다. 계획이라 함은 제한된 시간내 제한된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P는 그런 것이 와닿지 않으니 순서를 정해야 하는, 그러니까 일의 전체를 봐야 하는 순간이 오면 패닉이 온 상태가 되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4. P를 위한 제언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곧잘 박해를 받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 장점이 넘치는 인간들이다.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정해진 길을 갈 때보다 수많은 옵션을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고, 그 길을 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가능성이나 소소한 성취감에 무척이나 열린 존재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품은 사람들인 것이니까.

목표나 end goal이 없는건 아 이렇게 살면 안 되는걸까 하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기죽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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