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조용한 희망(Maid)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미혼모, 빈곤층, 복지 사각지대,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
줄거리; 스포 있음
너무 어린 나이에 준비없이 엄마가 된 알렉스의 고군분투 성장기다.
첫 장면은 트레일러 하우스를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알렉스. 대충 챙긴 짐과 아이를 뒷자석에 태우고 지옥같은 첫날밤을 보낸 뒤, 도움을 요청하러 사회복지센터를 찾고, 사회복지사로부터 도움을 요청할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그래서, 당신이 무직, 쓰레기 백인이니까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라는 모욕을 듣는다.
Because you’re a jobless white trash piece of shit, am I right?
알렉스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임신하는 바람에 학교도 마치지 않았고, 부모의 도움도 바랄 처지가 못 된다.
무작정 집은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학대라면, 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지만 그러려면 아이 아빠를 경찰에 신고해서 학대 기록을 남겨야 한다.
알렉스는 자신을 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 아빠에 대해 신고하길 거부한다. 자기가 당한 건 학대가 아니라면서 강력하게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서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만큼이나 심각한 학대라는걸 알렉스는 모르고 있다.
당장 잘 곳이 없기 때문에 아이와 정부 지원 주택에라도 들어가려 하지만 그러려면 직장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을 하기 위해 어린 매디를 맡길 곳이 없다. 직장을 잡으면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 보조금을 신청할 자격이 생기지만 아이를 못 맡겨서 직장을 못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다.
사회복지사는 직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최대한 알렉스를 도우려 하지만 아무런 경력도, 능력도, 직업교육 경험도 없는 알렉스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알렉스로서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경력이 단절된 기간동안 매디를 열심히 키웠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작 매디를 키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매디를 못 키우게 만든다.
수중에 돈도 없고 오늘 밤을 보낼 곳도 없어 그야 말로 바닥으로 추락한 줄 알았는데, 바닥 밑에 지하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사회복지사는 청소용역 업체를 추천해준다. 알렉스는 서둘러 엄마에게 봐달라고 매디를 부탁하고 청소 용역업체를 찾아가지만, 시급은 고작 시간당 12불, 게다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도구며 업체 유니폼이며 모든것이 자부담인 상태로 시작하란다. 정직원이 되는건 일 하는거 봐서 시급을 50센트 올려주겠다고 한다. 근데 풀타임 잡은 아니고 하루 6시간이 최대란다…
피셔 아일랜드에 있는 멋진 집에 일하러 간 알렉스는 집주인을 만난다. 30분 늦었다며 리스케줄을 해달라고 하는 칼같은 의뢰인에게 손이 빨라 잘할 수 있다며 4시까지 끝내겠다고 한다. 뉴욕으로 갈 거라 다 썩을 수 있으니 냉장고에 있는건 다 버려달라는 의뢰인… 냉장고에는 신선한 과일이 가득 들어있다. $3,$4 짜리 편의점 샌드위치도 살 수가 없어서 아침을 거른 알렉스와 대조되는 변호사 의뢰인의 집…알렉스는 신선한 과일을 마구 먹어치우는 상상을 잠시 한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피셔아일랜드에선 시그널이 제대로 안 잡혀서 알렉스는 엄마가 그 사이 13통이나 부재중 통화를 남겨뒀는지 몰랐다. 엄마는 그새 매디를 보는 일에 싫증이 나고 지쳐서 매디를 알렉스의 남편 션에게 넘겨버린다. 알렉스는 절망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알렉스의 엄마는 정신을 놓은 양극성 성격 장애 환자고, 아빠는 재혼해서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엄마가 정줄을 놓은건 아빠가 알렉스의 어린 시절 두 사람을 학대했기 때문이다.
후에 나오는 아빠는 알렉스가 완전히 마음을 닫은 상대이다. 알렉스는 어린 시절 아빠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였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엄마의 히스테리를 받아줘야 하는 안쓰러운 상황에 놓인다.
부모의 불안정성이 알렉스의 불행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애를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워서 다시 상처를 준다. 아들도 그렇지만 딸은 더욱더 품으면서 키워야 한다는 건 이런걸 두고 하는 말 같다.
알렉스는 열심히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정말 처절하게 계속해서 매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알렉스에게는 매디가 삶의 원동력이고 구심점이다. 만약 매디마저 없었다면 다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매디가 없었다면 알렉스가 이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알렉스는 그래도 비겁한 편은 아니다. 중간에 자칫 크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알렉스는 도움의 대가가 알렉스의 마음인 걸 알았기에 그 손길도 거절한다. 빈곤해질지언정 마음이 빈곤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드라마는 자전적 성격을 가진다. 원작 'MAID'를 쓴 스태파니 랜드(Stephanie Land) 작가는 실제로 가정폭력으로 인해 집을 떠난 싱글맘으로서 돈이 없어 청소부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자전적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은 경제적 위기가 사람을 얼마나 극단으로 내모는지 잔인할만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알렉스의 인생에는 절대로 그냥 일어나는 기적이 없다. 가난은 작은 결정마저 크게 고민해야 하는 무게를 지우고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차가 고장나면 보통은 그냥 고쳐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알렉스는 차가 고장나면, 당장 차를 고칠 형편이 못 되어 일을 못가니, 해고가 될 것이며 해고가 되면, 당장 매디와 갈 곳이 없어 노숙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버린다. 그런 고민에 찌들다보면 쉽게 사람이 비참해진다.
“스트레스와 생존 모드로 24시간을 보내는게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몰라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가족에게 $10도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에 한겨울인데 전기가 끊길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니까요.” 작가는 말한다.
또 작가와 알렉스는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가정폭력 피해자로 집을 떠나왔음에도 법정에서는 그저 일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고 거주지가 없어 아이아빠 보다 못한 상황만 부각된다. 아이를 양육할 환경이 제공되는지를 따지는 법 앞에서는 모성애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편 연출이 재밌는데; 알렉스의 가난한 지갑사정을 보다 실감나게 해주는 장치로 알렉스가 돈을 쓸 때마다 잔고가 보인다. 이 연출은 작가 본인이 실제로 마트에 사서 $2 스펀지를 구매할지 말지 고민했던 기분을 떠올려 만든 연출이란다.
작가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담은 작가 인터뷰를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