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외였던 것
미국에 대한 나의 편견과 실제, 의외라고 생각한 부분
나는 미국 무식자로서 미국인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역사가 짧다. 그 전까지는 터키인 프랑스인 이태리인 등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부류의 인간들과 부대끼면서 히어로물로 국뽕용 역사물을 대체하는 경향이 강한 미국은 어쩐지 깊이가 없고, 소위 감성이 부족한, 벼락부자 졸부느낌으로 폄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근현대사에서 유럽인들이 똥싸고 다닌거에 묻혀서 그렇지 그 역사 짧은 미국도 삽시간에 슈퍼파월이 되어 여기저기 밀고 들어갔다가 똥싸고 나온 흑역사가 있으니, 그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수세기 내내 짓밟힌 나라 국민이라 그런가 자격지심에 절어서 그냥 강국 역사를 가진 놈들은 싸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난 한평생 역사시간이 서럽기만 했는데 이 새끼들은 뭐 맨날 지들이 개쩐대…독일 빼고
게다가 미국인들을 조롱할 때 나오는 흔한 이미지



이런 편견이 뒤섞여서 딱히 알아가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다가 미국인 남자를 만나면서 거의 반강제로 개화당했는데, 많은 수의 편견은 사실이었다. 미국이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적어보는 내가 의외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모습들…
1. 미국인들은 생각보다는 보수적이다.

미국을 미디어로 접한 나는 미국이 성적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크레이지 파리피플들의 나라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로 고딩들끼리 나가서 놀다가 얼렁뚱땅 첫경험 하는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보면서 유교걸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고 서양것들(미국+유롭)다들 애들을 내놓고 키우는건가 싶기도 했다. 미디어가 나를 그렇게 세뇌한 거 같다. 근데 정작 실제 미국에 가보고, 생각보다 매우 건전한 인간들을 보고는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못지 않게 가두리로 애들 키우는 집도 은근 많고 그 경향은 중산층 이상일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성관념이라고 해야할까, 젠더 관념도 되게 보수적이다. 남자라면 이래야지 라든가 여자라면 이래야지 라는 게 유럽보다 강하게 의식 속에 있다. 그래서인가 미국에서 휘황찬란하게 입고 다니는 남자들은 게이 아니면 유럽인이다. 남자의 남성성 여자의 여성성이 조금은 지나치게 강조되는 바람에, 또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는 만큼 남자들이 평생을 본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야해서 남자들 인생에 참 제약이 많다.
데이트는 남자가 낸다, 프로포즈링은 남자 월급 3개월치다. 이 정도도 못해주면 찐따냐 루저냐 게이냐 뭐 이런 온갖 비난이 몰아치고 그만큼 사회적 압박과 남자라면 어쩌고 국룰이 많다. 우리나라도 그런가? 집도 남자가 데이트도 남자가 남자가 차도 없냐 월급은 남자가 많아야지 등등 이런 소리를 하나? 얼핏 보기에는 남자들이 온갖 가스라이팅과 역차별에 시달리는 거 같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훨씬 개방적인거 같다. 우린 적어도 남성성을 강요하면서 썬크림 찍어바른다고 해서 Gayyyyyyyyy라고 조롱하는 사회는 아니니까…?

2. In God We Trust, 기독교 문화
보수적인 미국이랑 살짝 내용이 겹치는데, 글재주가 없어 그냥 적는다. 난 일평생 미국이 마냥 개인주의 심각한 나라인줄 알았다. 전체적으로 유럽 가톨릭 국가들에 비하면 공동체주의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띄는 건 맞는 거 같다. 근데 겪다보니 어찌보면 또 그건 대도시 문화권( 특히 뉴욕 엘에이)한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내에서 공화당지지 성향 강한 바이블벨트 포함 동부 지역으로 가면 답도 없이 보수적이며 가족중심적 기독교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공화당=기독교는 로직이라서 그냥 외워야하는데 공화당 주 들어서는 순간 도로 달리다보면 양옆 광고판에 십자가랑 같이 <8주면 태아의 심장이 완성됩니다.> 이런 낙태 반대하는 죄책감 심어주는 표지판이 마구 꽂혀있다. 십자가와 예수로 도배된 기독교 광고(?)판도 많다.
이런 사회 분위기 덕분인지 결혼도 개빨리 하는데, 미국 실리콘밸리, 엘에이, 뉴욕 등 민주당 성향의 굵직굵직한 도시야 뭐 유럽화돼서 3-40대 싱글 흔하지만 그 동네들 빼면 죄다 20대에 결혼하고 남는 애들은 거의 하자 있는 애들 취급 받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애도 많이 낳음. 애 3-4씩 있는 집이 생각보다 많아서 이상하다. 내 또래가 애 둘 씩 있는거 우리나라에선 흐엑 놀랄 일인데 미국은 너무 일반적이라 진짜 신기하다.
조지아주 출신인 내 남자친구가 결혼무새 돼서 맨날 자기 주변은 다 결혼하고 약혼한다 난 다 갖췄는데도 결혼 안 하고 있으니 이상한 놈 같다. 주변 지인들이 다들 사윗감으로 눈독 들인다(…) 긴장해라(…;;)이런 소리를 하는게 남친 소싯적 친구 그룹을 보니 좀 이해는 간다. 다들 서른 넘기기 전에 약혼하고 애 낳고 그러고 있음… 미챴나벼 유럽은 평균 결혼 연령대가 우리만큼 높고 우리처럼 아예 안 하는 추세라 친구들 중에 결혼 얘기하는 애도 없고 거의 우리랑 비슷한 느낌인데… 미국은 진짜 가족 꾸리는 거를 되게 당연히 생각한다는 점에서 의외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것 같다.
3. 자유의 나라긴 한데, 유전무죄 무전유죄 좀 심함.
극단적인 빈부격차로 돈이 있고 돈이 없는 자의 삶이 극명하게 나뉜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삶이란건 모든 나라에서 다르겠지만 선진국 중에 이렇게 사회보장시스템이 작동 안하는 거처럼 보이는 나라도 드물듯. 애초에 있긴 한가 싶다 사회보장시스템이라는게. 의료시스템은 돈 없으면 나가 죽으라는거인거 뭐 유명하다. 거지처럼 입고가면 할인해준다는 웃픈 얘기가 있기도 한데, 애초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보장해주진 않는 느낌이다. 최소국가 마인드 그 자체라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에 인간들이 상당히 예민하다. 솔직히 우리도 안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사법시스템도 돈 있는 놈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은 돈 없으면 걍 죽으란 소리같다. 돈 있는 자에게 축복이 있고 돈 없는 자에게는 그야말로 헬이 있는 사회가 미국 사회다.
정말 미친게, 일론머스크 미치광이같은데 이 사람이 하는 행동은 모두 법 위에 있다. 미친놈이 자기 전여친 엠버허드(조니뎁 전부인…ㅋㅋㅋ) 엿맥이려고 한건지 사귈때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타쿠 캐릭터 코스프레 복장하고 있는 아주 지극히 사적인 사진을 트윗에 올려서 미국인들이 어떻게 저런 사적인 사진을…!!!! 하며 기함하고 당사자인 엠버 허드도 사생활 유출로 개빡쳤다던데, 머스크는 이걸로 고소 당하면 돈 좀 쥐여주지 뭐 뻐큐ㅗ 하는 심보로 한게 보인다.

게다가 일론머스크는 대마가 불법인 주에서 대마를 피면서 팟캐스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정말 뭔 지랄을 해도 말 그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As long as you got ya money.
4. 미국, 상상이상으로 해외여행 안 나간다
우리가 해외에서 만나는 수많은 미국인들은 그나마 미국에서 나온 사람들이고 그들은 3억 인구 중 4천만 정도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에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 인구가 2천 8백만….우리식대로라면 미국인들도 한 1억 7-8천만 정도는 해외여행을 해야 맞는데 말이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해외 여행 나가는 인구가 적은 것 같다.
일부 미국 사람들은 여권이 없고 태어나서 한번도 미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이게 진짜 개충격인데 미국 한 주가 한반도보다 크니까 그냥 그 안에서 여행가고, 다른 주로 나가본적도 없는 인물들이 많다. 남자친구가 지금까지 11개국 정도 다녔고 거의 두세달에 한번 해외 나가는 편인데 남친 친구들 중에 제일 여행 많이 다니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좀 특이한 것도 있지만 30개 정도 되는 나라를 방문해서 그런가 그런것들이 전혀 impressive 하지 않았는데(유럽에 있으면 워낙 옆나라 가는게 쉬우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도 남친도 너무 놀라워했다...
해외 가는 걸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엄청 비싸고 힘든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유달리 해외여행을 쉽게쉽게 잘 나가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수도…
5. 미국, 비만인구만큼 많은 인플루언서 몸매들
처음 미국 갔을 때 전동휠체어 군단을 보고 대충격을 먹었었다. 다리가 다친게 아닌, 초고도비만인 사람들이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붐비는 곳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있다.
그런데 비만들은 좀 저소득층에 몰려있고 중산층 이상으로 가면 자기관리에 환장한 소위 말하는 헬창이 많다. 자기관리 범주에 운동과 성형이 같이 들어간다. 여자나 남자나 gym 다니는 건강한 문화도 있지만 성형수술도 생각 이상으로 개많이 하고 가슴 엉덩이 수술 코수술 입술 필러 ㅈㄴ 많이 하는듯… 미의 관점이 달라서 그런건지 여자들이 엉덩이랑 가슴에 유달리 집착하는 거 같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보면 몸매 괜찮고 얼굴 청순하고 예쁜데 콤플렉스 개많은 여자들도 있어서 그냥 한국 가세여 하고싶을 정도… 또 남자들은 마초(not gay) 증명용으로 웨이트 겁나 치고 몸을 무조건 키워야한다는 강박 같은게 있는거 같다. 몸매에 중간이 없고 극단적인거 같다.
6. 미국에서 학력은 중요하거나 아예 안 중요하다
배운 이와 배우지 않은 이 사이 간극이 너무도 크고 상식이랄게 없으니, 1%의 미국인이 99%의 미국을 먹여살리는 나라라는 생각을 줄곧 했다. 물론 이 생각은 현재 미국을 전보다 잘 알게되었음에도 딱히 안 바뀐게 함정
이 배경에는 최종학력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한 몫 하는 듯 싶다.
A는 20대 후반임에도 2억이 넘는 연봉 구간에 있지만, 고졸이다. 대학은 갔는데 졸업 전에 취업을 해서 계속 이직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아서 그렇다. 뒷받침 될만한 경력과 능력이 있으면 학력은 그렇게까지 안 중요하다. 자격요건은 학력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
근데 또 아예 안 중요한건 아니다. A도 사실 좀 더 다니다가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는 딸 생각을 하고 있다. 이유는 네트워킹.
대학과 대학원으로 만든 네트워크 즉 연줄로 미국 사회는 거의 굴러간다고 보면 된다. 우리로 치면 와 낙하산 아니야 하는게 미국에선 당연한 거다. 나 얘 믿어, 너 나 믿지, 너도 얘 믿어. 이런 문화. 대신 그 연줄은 딱 들어갈 때까지만 그렇고, 일 시켰는데 병신일수도 있지 않는가. 근데 그럼 그냥 바로 내보낸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문화가 낙하산이 존재해도 낙하산이 아니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낙하산이라고 하기도 애매한게 entry level 이나 그런식으로 꽂지 나중에는 아무리 연줄 닿아도 본인 경력이 돋보여야 하긴 한다. 인터뷰 할 기회 정도를 더 주는 것 뿐이지.
그리고 생각보다 Ivy league 진학을 포기하는 케이스들이 더러 있다… 우리로선 상상이 잘 안가지만…집안 기둥 뽑아서라도 가야하는 거 아닌가? 학비가 워낙 비싸고 미국 내에서도 갑자기 ‘유학비’가 많이 드니 타주 대학은 학과 랭킹까지 기타 등등 고려해서 대단히 의미있을 정도 아니면 잘 안 가는거 같고, 보통은 그 주의 플래그쉽 주립대를 선호하는 듯 하다. 생각보다 개념이 다르다.
미국 사회는 아직 잘 몰라서 생경하고 공부해야할게 더 많은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