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천주교의 서양문화 차이
흔히 서양이라고 하면 유럽과 미국을 구분짓지 않고 뭉뚱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비유하자면 마치 한국이나 인도나 같은 아시아 국가라 유사하다고 말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으로 각 문화권의 특징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다.
여러차례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나는 각 국가들이 비슷하면서도 오묘하게 특징이 나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사실 해답은 너무 간단히도 종교였다.
가톨릭 문화권과 개신교 문화권은 서양국가라는 큰 틀에서 묶이면서도 굉장히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내가 느낀 바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가톨릭 문화권의 라틴계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여유롭고 가족 중심적이며 물질 너머의 정신적인 무언가를 추구한다. 본인들 국가들이 워낙 유구한 역사가 있다고 여기다보니 전통을 중시하는 것 같고 이는 가족중심적 문화와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성공을 위해 돈을 쫓는 행위를 “인생을 즐길 줄 모른다” 거나 “불쌍하다” “(돈을 쫓는건) 천박하다” 고 까지 비하한다.
이들에게 사회적 성공보다 중요한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현재의” 행복이다. 대가족끼리 식탁에 둘러앉는 경우가 많으며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해서 그렇고 지금 부는 바람 햇볕 계절의 향기 같은 낭만적인 소리를 자주 한다. “오늘 햇살이 피부에 닿는 온도가 너무 완벽하니 피크닉을 가자“ 는 내가 실제로 들은 말이다.
스페인어로 trabajar como los chinos 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하면 중국인들처럼 일한다는거지만 속뜻은 개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즐길 줄도 모르고 고되게 일하는 것. 그래서 중노동을 trabajo de chino (중국인들의 일)라고 까지 한다.
한번은 프랑스인 친구들이 8월 한달 동안 어느 나라를 갈지 고민이라길래 난 처음에는 역시 유럽이라 옆 나라 다녀오기가 편해서 그렇구나 하며 기껏해야 유럽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어디 좋던데 하니까 인상을 찌푸리며 이탈리아 가느니 프랑스를 안 벗어난다며 태국이나 브라질 같은 국가들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태국? 브라질? 애인이 있나? 왜 그 먼 곳을? 대체 휴가를 며칠이나 쓰려고? 하니 3주 정도? 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대충격이었다. 멀쩡한 직장인들인데 3주씩이나 어떻게 해외를 갈 생각을 하는지. 근데 알고보니까 그게 보통이었다. 한국 연차 일수가 15일인걸 말해줬더니 본인들은 절대 아시아에서 일하지 않을거라며 올랄라 거렸다.
대학때 친했던 스페인 출신 교수님 P는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매력이 나뉜다면서 강남은 빌딩숲이라 매력이 없고 북촌 같은 동네가 있는 강북이 훨씬 아름답다고 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공간을 지킬 줄 모르는거 같다며 싹다 갈아엎는 재개발 사업보다 보존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그랬다. 하지만 한국인 성미에 보존 사업은 안 맞아…그리고 애초에 먹고 살기 급급해서 장기적으로 미관적으로 아름답고 보존할 가치있게끔 짓지도 못했을 뿐더러 난개발에 가까운 사업이 많아서 공동재정비구역 이런식으로 묶어서 다 허물어버리는게 코리안 스타일임.
한편 미국과 독일은 개신교 영향을 받은 국가라서 그런지 성향이 라틴계 국가들과 확연히 다르다.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충격 받았던 건 돈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게 출세하는거고 돈이 너무 중요하다. 돈에 대해 묻는게 실례라는 생각도 가톨릭 국가들 한정이고, 개신교 국가들에겐 크게 실례가 아님. 돈이 되는 건 뭐든 하고 그걸 해내기 위해 인내할 생각도 충분히 있다. 성인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나잇값을 못하는 것이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건 한심한 것이다. 그리고 라틴 국가들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도 이쪽이 더 강하다. 성과주의 능력주의에 크게 불만이 없다.
가족과 함께?도 물론 중요하지만, 네가 일을 잘해서 돈 더 많이 벌면 네 가족과 더 퀄리티 있는 시간 보낼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해라. 느낌.
개신교 기반 국가들은 물질주의를 부정하지 않고 속세에서 성공을 이뤄내는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이 각광 받고 능력있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막대한 부와 지위를 사용해서 나름대로의 사회환원 사업을 개인이 스스로 해내는 것에 사회가 큰 찬사를 보낸다. 그런 성공한 캐릭터들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미국인들이 집착하는 건 럭셔리 브랜드와 고급스포츠카, 비싸고 큰 집 등이다. 우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프랑스나 이태리가 럭셔리 브랜드의 본고장인데 럭셔리 브랜드 소비 수준은 미국이나 동아시아 국가 가 훨씬 앞서는거만 봐도 천주교국가와 개신교 국가의 차이점이 확인된다.
흥미롭게도 이런 종교의 태도는 신대륙 식민지배 시절 식민지에도 이식이 되어서 영국식 문화(영국은 천주교+개신교 혼재된 성공회) 이식된 미국 캐나다와 천주교가 이식된 중남미의 본질적인 특성이 결정된 거 같다.
멕시코에서 근무를 한 경력이 있던 L 교수님은 멕시코 근무 시절 점심먹으러 가놓고 복귀 안 하는 직원들 잡으러 집집마다 다닌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보면 개신교 사상의 영향을 상당히 받아서 미국적 사고방식이 작동하는 거 같으면서도 유교 사상 못 버려서 공동체주의적 면모를 가진건 또 라틴계 국가랑 비슷한 혼합형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