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입니까? Are you racist?

viv! 2023. 6. 29. 00:00

미디어가 만든 인종차별과 혐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에 관하여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여기에 대해 예! 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대답한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인정하기 싫지만 마일드한 레이시스트이다. 타인종과의 어울림은 NIMBY현상과 유사하다. 다민족? 다문화? 필요성에 동감하나 내 뒷뜰에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은 관대하고 포용적인척 하지만 가난한 이웃국가들에게 돈을 먹여 난민수용을 어떻게든 떠넘기고 있다. 이유는 무슬림난민이 싫기 때문이다. 유럽내 이슬람포비아는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또 어떤가? 미국 공화당은 다시 장벽을 세우고, 이민장벽을 대폭 높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이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도덕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정말, 우리 마음에 이들에게 공감하는 단 한 줌의 마음도 없나. 그럴만도 하지라는 생각이 들잖아.

이렇듯 우리 사고는 절대 인종차별주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매스미디어가 각종 분란을 조장한다는 얘기를 종종 하는 편이다. 대중은 휩쓸릴 뿐이라는거다. 미디어란 결국 조회수=돈의 논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특정 정보를 일반에 뿌리고 싶어하는 “세력”의 비위에 맞게 혹은 특정 정보를 추구하는 “일반”의 취향에 맞게 가공된 정보만이 공개될 뿐이라고 매우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말한다. 그 중 특히 비판하는건 역시 인종에 관한 레토릭이다. 우리는 무언가 나쁜일이 일어났을 때 그게 꼭 특정 인종이 특정인종을 겨냥한 것으로 믿거나 특정인종이 특정인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미디어는 놀랍게도 그럴때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역시 그렇지” 할만한 사례를 보여준다.

그러니 인종차별은 분명히 존재하며  미디어를 통해 학습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나 역시 살면서 지나치게 많이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때로는 너무 대담하게 인종을 가지고 나를 재단하는 사람들이 있고 때로는 너무 subtle 해서 도대체 이게, 이 기분 나쁜 느낌이 인종차별인지 아니면 내가 예민했던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경험적으로는 후자가 더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예민하다고 자책하게 되고 정신승리하게 되는 과정이 괴롭기 때문

내가 유럽에서 힘들었던 것은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동양인 여성'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고 서서히 스스로를 분리하게 되는 감정이었다. 어느 집단에서건 내가 동양인 여성이기 때문에 가지는 특정한 포지션이 있고, 유럽은 아직 미국만큼 예민충들이 설치는 사회가 아니라서 그런가 인종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낮았다.

칭키 아이즈 라고 불리는 눈찢기

 

 

요지랄로 눈을 찢어보여서 황당하다고 하면 “왜? 너 그렇게 생겼잖아! 너네 다 똑같이 생겼어” 하는 사회였으니까.

대응법

내가 그렇게 생기고 안 생기고가 아니라 닌 내가 이렇게 위아래로 찢으면 어? 기분이 좆겠니 좋같겠니?

결국 유럽은, 우리 한국과 비슷한 닫힌 세계라는 느낌이 들었고 마이너리티로서 그 벽을 깨는건, 아마 유럽생활을 오래한들, 단순한 능력이나 소셜스킬만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인종 때문에라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기는 싫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어딜 가나 눈에 띄었고, 눈에 띄는건, 그것도 다른 것이 아닌 인종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건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 잠시 거쳐갈지언정, 평생 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은 다르냐고 묻는다면 절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미국은 예민충이 설치는 만큼 인종주의를 더욱 교묘하게 발전시킨 나라라고 보는 축이 맞다. 여전히 주류 미국 사회는 백인 남성으로 이뤄져있고 이 명제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하게 백인 남성과 그외 다른 인종 및 성별 간에는 벽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아름다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나라라는 생각이든다.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롭고 평등한 가치는 눈 감고 들으면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린다. 모든 인종이 그런 피상적인 속성으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아메리칸 드림은 이런 걸 좇아서 만들어졌고 또 우리 동양인들은 성공한 마이너리티로서 모범적인 이민자들이었다. 말 잘 듣고, 크게 눈에 안 띄고, 공부 열심히 하고 돈도 열심히 벌고. 진짜 말 잘 듣는 애들. Model Minority. 라고 명명한 것부터 우리는 딱 거기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적 가치는 바꿔말하면 미국 백인 우월주의에 도전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되는 가치이다. 그리고 거기에 크게 불만 없으면, 미국은 천국이다.

 


그러나 거기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 미국이 힘들어질 것이다. 공공연하게 다 아는 사실이지만 주류 백인 사회는 백인이 주류가 되지 않는 미국을 매우 경계하며 미국은 철저하게 백인의 백인에 의한 백인을 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보수적으로 보면 백인 남성을 위한. 고학력 고소득 남성일수록 이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것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앵글로색슨의 나라였고,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까지 갈 것도 없이 미국을 건국한 “주류”는 앵글로색슨이니 그 외의 유럽인종(남유럽 특히 이태리계 또는 슬라브/동유럽계)은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던 국가였으니까. 백인 내에서도 갈래를 나눠 차별하던 버릇이 다른 인종에게 안 미쳤을리가 없다.

여전히 미국의 주류 사회란 단순히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다. 어쨌거나, Token black, token asian, token hispanic 등으로 마이너리티들의 대표성만 입맛대로 기용하고, 백인우월주의를 보호한다. 그러니까 그 고까운 주류 클럽에 가입하려면 그들의 마이너리티 token 으로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은 인종차별주의적이지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걸 절대로 들키면 안되므로, 백인의 사상을 백인의 시각으로, 그러나 마이너리티의 입으로 설파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

공화당 논객으로 이름을 알린 캔디스 오웬스는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공화당의 black token이다.

 

백인우월주의자의 캔디스에 대한 평가

난 캔디스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다. 캔디스가 공화당에 가입하게 된 건 민주당의 무능함을 경멸해서라고 보고, 민주당 골수 지지자인 흑인커뮤에게 “피해망상으로 꿍얼거릴 시간에 차라리 노오오오력을 해!”라는 일침을 던지기 때문에 속시원한 측면도 있음.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흑인사회 뿐만 아니라 많은 마이너리티가…종국에는 꿍얼거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다.

별개로 동양커뮤니티도 조금 각성할 필요가 있다. 흑인커뮤니티에게 저들은 앉아서 불평만 해, 라고 하기에는 동양 커뮤니티는 왜 누가봐도 부당할 때 내는 목소리조차 흑인보다도 적고 그마저도 모두에게 무시당하는지…

 

어쨌거나 백인우월주의는 실제하며 이들은 마이너리티의 화합이나 성장을 경계한다. 마이너리티의 상한선은 전문직, 졸부나 셀럽등으로 사회적 성공을 맛볼 수는 있어도 사회를 굴러가게하는 핵심 계층이 될 수는 없다.

이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분열이다. 모래알같은 다인종 집단은 작은 균열만으로도 흩어지니까. 백인 외 집단들이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LA폭동은 왜 일어났는가? 나는 그것이 미디어가 부추긴 싸움에 사람들이 선동되면서 일어난 일종의 사고라고 본다. 두순자 사건과 로드니 킹 사건이 비슷하게 흘러간것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만, 경찰들은 판결 이후 베버리힐즈, 즉 부유한 백인주거지에만 밀집했다. 

수많은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들은 마치 한인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처럼 한인타운에 나타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백인주거지 외의 지역의 경계를 허술히 함으로써 나머지 지역이 초토화될때까지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소떼를 몰듯 폭도들을 한인타운으로 몰아넣어 분풀이 대상을 한정한 것이다. 동양인은 마이너리티일 뿐이니까.

이런 레토릭에 잘 놀아나면 마이너리티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분노도 서로를 향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백인을 향해 억눌려있었던 분노는 자연히 사그라든다. 그야말로 이이제이(또는 갈라치기;divide and rule)의 실현이다.

네이버 메인 기사들을 읽는 편인데, 미국 시애틀 한인부부 총기 사건을 보고 댓글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레토릭에 놀아난 이들의 댓글들이 줄지어 달려있다.

 

이를테면...인어공주는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딱히 반기는 편은 아니다.

https://youtube.com/watch?v=EhKFv92JGqM&feature=sharec

@Longbeachgriffy

Not my ariel 은 인종불문 다양하게 터져나왔다. 우리는 살색으로 구분되기 이전에 모두 디즈니를 보며 자라온 세대로서 애리엘이 푸른눈과 하얀 피부 그리고 빨간 머리를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게 인종주의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님을 안다. 정말 흑인 애리얼은 디즈니의 악수였고, 얄팍한 상술로 인종주의를 봉합하려던 시도는 참패했다. 제발 배운게 있기를 바란다....


이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또 미디어는 신나게 미국 밖에서 인어공주가 다 쳐망한 이유가 미국 빼고 다 인종차별이 심해서라는 개소리를 늘어놓더라. 특히 한국이 인종차별 심하다고 까는데, 지들이 조악한 연출이나 노래만 잘하는 주연배우의 발연기, 캐릭터에 맞는 외형도 안 갖춰놓고 왜 글로벌 관객들을 무지한 이들로 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The Little Mermaid' tanks in China and South Korea amid racist backlash from some viewers | CNN Business

A lawsuit by TikTok users challenging Montana’s ban is being funded by the social media company itself

www.cnn.com

개소리를 늘어놓으며 정신승리중인 CNN


시애틀 총기사건에 대한 다른 댓글이다.

이런 댓글들이 유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댓글을 읽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미디어에 세뇌되었는지를 알수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시애틀 총격 이전에 21년도 애틀란타 마사지샵 총격사건 때도 “흑인일 것이다” 라고 했었고, 텍사스 몰에서 일가족이 총격을 당했을 때도 “흑인일 것이다” 했으나 두 케이스는 각각 성 중독에 걸린 백인(...마사지샵을 끊기 위해 총격을 가함…병신)과 백인우월주의를 신봉하는 히스패닉(병신)이었다.

다시말해 범죄는 사회부적응자이자 병신일뿐인 가해집단을 분류하는게 크게 의미가 없고, 피해집단이 특정한 프레임으로 인해 병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사실에 포커싱해서, 병신을 줄이고 병신에게 세뇌를 시킬 수 있는 프레임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두고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건만 피상적인 가해집단에의 조명이 이뤄져 인종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형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종을 나누는 건 의미가 없는데... 굳이 팩폭을 하자면 백인이 압도적으로 동양인에 대한 증오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 

미국형사사법저널(American Journal of Criminal Justice)에 실린 ‘아시안계 미국인 대상 혐오 범죄(Hate Crimes against Asian Americans)’에 따르면 1994~2014년 발생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 329건 중 74.5%가 백인이 가해자였다. (중앙일보,2021)


그러니까 동양인은 백인>>>>흑인>히스패닉 순으로, 사회에 많이 존재하는 인종 순서 그대로 그냥이리저리서 다쳐맞고 다니는거다.  동양인이 만만하니? 하지만 미디어와 미디어를 소비하는 대중은 팩트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우스운 것은 꽤나 냉정한척 하며 이 글을 작성한 나 조차도 이런 미디어에 뇌가 절여져서, 나도 모르게 그대로 생각하고 흠칫 놀란 순간이 있었다.

***스포주의***
영화 겟 아웃(2017)의 엔딩 장면인데,
https://youtube.com/watch?v=sShCkBit0Bo&feature=sharec

***스포주의***
이때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당연히, 당연히,당연히, 백인일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여느 영화에서처럼 죽는 흑인캐릭터(스테레오타입)으로, 백인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 취급을 받을 것으로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정말 놀라운 반전이었고,감독에게 한방 먹은 완벽한 엔딩씬이었다고 해야하나.

각설하고, 인종주의는 참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간단하게 들먹일 수 있기 때문에 요리하기 손쉬운 주제이면서도 안타까운 주제이다. 살인사건같은 강력범죄 사건이 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든 “범죄자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으려하니까 말이다.

어째서 인간은 왜 나와 다름을 나누는 것에 편리함을 느끼는걸까. 어째서 우리는 모든 동물들을 지배하고 내 입맛에 맞게 길들인 후 하다못해 동족에게까지 차별을 행하는걸까. 모두가 똑같은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는 고여서 썩기 마련인데, 남녀간 인종간, 종교간, 이제는 성적지향성을 가지고도 나뉘어서 너무 많은 것을 혐오하고 살아간다. 혐오범죄를 멈추기 위해서는 혐오를 부추기는 미디어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만…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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