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액땜
하하하! 2020년!
학기 마무리 짓는 와중에 도라이 교수한테 물리고 또 피부과와 맞짱을 떠야 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

역대급 2020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해서 나의 스트레스 지수를 최고치로 만들어주었다.
1. 학과 시험에서 커닝 오해를 받았다.
기말고사에서 내 답안이 대단히 완벽하진 않지만 한국인이 곧잘 저지르는 실수를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부정행위자가 되었다. (???)
교수님이 대뜸 부정행위자는 예외없이 F라더니, 너무 실망이라고 하더니, 성적이 등록된 뒤에 공지사항에 F주려다가 D준거라고 써놨길래
아니 어느 생각없는 작자가 감히 시험 중에 부정행위를 한걸까? 진짜 생각 없네 ㅉㅉ 했는데
성적이 나오고 보니 그게 나한테 한 말이었다.
D?
상황을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지하게 내 작문이 D를 맞을 정도로 처참했는가를 고민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딧에 내 작문을 복붙해서 첨삭을 요구해보니 원어민들 피셜 꽤 잘적었다고. 자잘한 실수 (불필요한 전치사, 문장부호 실수)를 교정받았다.
그러니까 말귀를 못알아들어먹을 깐따삐아 어로 적은 것도 아니었음. 까스떼야노가 맞았음.
근데 D?
설마 내가 부정행위?

?????? 예? 저요?
당황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분노와 황당함을 빼고 최대한 정중하게 적었더니
내 답안이 외국인 친구나 교포한테 검수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내 작문은 학생 수준의 실수도 있었고 완벽하지도 않은데 원어민이 검수해줬을리가 있나, 그게 어찌 가능한가 하고 문의하니

라는 답이 왔다.
이 말 자체가 이해가 너무 안가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한국어임에도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어민이 교정한거면 완벽할텐데 완벽하지 않았으니 나는 교정 받은 것이 아닌 것이 되는거고, 번역기가 제공할 수 없는 현지인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즐비한데 번역이 완벽하지 않다는건 어불성설 아닌가?
난 내가 박사 과정 쯤 되면 이런 갑질을 굳건히 감내했을터인데 내가 학사 학위과정 중에 이리 미치개이를 만날 줄이야. 그나저나 우리학과에도 이런 똘갱이가 있었구나 싶다. 늦게 만나서 ㅈ같았고 다신 보지 말자.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궁예 히스테리짓 하는 교수는 짤려야 한다.
처음에 난 어차피 취업도 했고 사실 이 길로 갈 것도 아니고 따라서 이 교수와도 안 볼 사이라고 여겨서 똥 밟은 셈 칠 생각이었으나 점점 생각할수록 학교 떠나기 전에 처음으로 받은 D가 증거도 없이 미친똘개이의 심증만으로 혼자 뇌내망상해서 받은거란 사실이 너무 빡치기 시작했다.
평점 깎이는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 사람을 뭘로 보고 ;;; 내가 무슨 거창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고작 2학점짜리 학과 시험 따위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하는 생각에 잠이 안왔다.
근데 이 교수는 나중에 나한테 시험지를 채점하고 본인이 너무 열 받아서 잠을 못잤다고 했다. 진심으로 내가 외국인 "친구" 한테 번역을 맡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릴 하나 싶었다. 내 프사가 물론 외국인 도배이긴 하지만 그중 단 한명도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는게 함정...
어쨌든 나에게 그딴 더러운 불명예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 용납이 안가서 오해를 풀고자 했는데 교수는 나에게 증명할 자료를 보내라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내가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니 존나게 구시대적이다. 날 부정행위자로 몰아갈 생각이면 최소한 나에게 부정행위의 증거를 제시해줘야지. 그래도 까라면 까는게 학생의 도리인지라 구구절절 기억을 더듬어 쥐어짜서 내가 부정행위자가 아님을, 이러한 표현은 어디서 읽었는지 이러한 단어는 어디서 찾았는지 등을 첨부해서 보냈고 내 작문 스타일이 혹시 영어에 지배당한 내 뇌 때문에 다른 학우분들 답안이랑 좀 다르게 읽히려나 싶어서 영어 느낌이 강한 표현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해명했다.
그런데 그 후에 전화 와서는 내가 보낸 내용은 그냥 안읽었다고 했다. 읽을 필요도 없었다며 자기한텐 그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자긴 다 안단다.
궁예세요...?
도대체 뭘 아는지 모르겠어서 벙 쪘는데... 일단 저 자료 만들고 찾는다고 날린 내 3시간 가량의 시간도 매우 아까웠지만 교수 말투가 진심으로 화가 나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학생이라지만 자기 혼자 오해해서 내 부정행위 사실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말하는 투가 정말이지 역겨웠다.
그래 뭐 (되게 선심 쓰듯...그럴 일 없지만..이라는 말투로 )우연일 수도 있단다. 그래서 내가 억울할 수도 있단다. 우연일수도 있지만 대체로 한국인 학생이라면 으레 두 세개는 실수하는데 아무튼 자기가 보기에는 이럴 수가 없단다. 그래서 부정행위란다.

어쨌든 나는 을이고 뇌피셜을 지껄이는건 교수고.
Es decir, 갑이고.
시키는대로 똥개훈련을 마치고 본인이 제시하는 대로 재시험을 치룬 뒤 B0라는 점수를 받았다. D+에서 올라간 점수이니 만족해야 하는걸까? 나는 정말 억울했다.
그냥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한 학기 내내가 고역이었다 사실은.
매일 머리, 어깨, 목, 머리, 손목 아무튼 다- 아프다고 한다.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소리로 수업의 30분을 잡아먹기 때문에 그렇게 쳐아플거면 집에서 요양이나 하지 도대체 학교를 왜 나와서 강사질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음.
본인 tmi 와 사족 및 잔소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가끔 음소거 해버리고 싶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모두에게 푸는 일도 다반사였다.
실수로
그리고 질문하면 모르는게 너무 많다.
당황하거나 모르거나 나중에 알려줘야 하거나...
수업을 준비 안하고 들어오는건지.
오락가락하는 수업 내용은 정신 사납고 필기할 내용은 없다.
우리학교 수준에서 보기 드문 교수 형태라고 생각했다.
스페인에서 문학 박사는 도대체 무슨 수로 받은건지 모르겠다.
편견이 너무 뿌리 깊어 스스로도 극혐이지만 도대체가 애정을 쏟을 대상이 집에 키우는 개새끼 밖에 없는 노처녀들의 히스테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애인이라도 사귀든가 애인 만들기 싫으면 히스테리를 쳐부리지을 말든가.
나이는 곱게 쳐먹어야 한다. 곱게.
나는 한살 한살 먹을수록 말을 덜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2. 피부과 맞짱 뜬 일 (feat. 의료사고)
필링하다가 화상 입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던데 나도 당했다.
뭐 엄밀히 말하면 진피층까지 약품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화상은 아니고 화학 자극 반응이라고 정정 해줬지만
열감 오르고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진물만 안날 뿐 약한 화상과 비슷하다.
난 원래 통감?에는 예민하지 못한 성격이고 엄살진상을 극혐하여 너무 아프지 않으면 또 너무 이상하다 싶지 않으면 대체로 전문가들을 신뢰하고자 한다. 때문에 그날 피부과에서 일을 당하고도... 뭐 지들이 나보다 전문간데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열감이 너무 심하고 얼굴 전체에 각질이 하얗게.... 게다가 문제는 좀 아팠다. 집에 와서까지 피부과 진료 받은 내용이 아팠던 적은 없기에 분명 이건 비전문가 일반인인 내가 봐도 잘못된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날 원장님이 약품 바르신 직후에 당황하신듯한 톤과 간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원래 계획된 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진정케어로 돌린점. 뭔가 수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당시에는 저 교수의 개똘개이 짓으로 인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뒤늦게 엄마에게 모든 상황을 말하니 엄마는 분기탱천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덜컥 겁이 났다.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는 의료사고라고 누가 필링하고 얼굴이 그렇게 다 벗겨지냐고 했다. 그래놓고 주변에서 필링 받고 얼굴 다시 안돌아온 사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최악의 사례인 고 박지선 개그우먼의 필링 부작용 햇빛 알러지 사례를 들먹이며 너 이거 제대로 설명 받고 대응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난 뭐 내가 초 예민 피부도 아닌데 한번 이렇게 됐다고 설마 햇빛 알러지씩이나 생기겠어...? 했는데 피부장벽 무너진 상태라는 얘기를 하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가뜩이나 ㅄ상태인 피부에 이게 얼마나 크리티컬 했을지 짐작이 안가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없어도 다른 일들로 진짜 바빠서 머리 터질 것 같은데 돈 내고 다니는 피부과에서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헛걸음을 해야해서 정말 성가시고 짜증나서 죽는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점에는 피부과의 미흡해보이는 조치에 분기탱천한 상태로 얼굴 벌겋게 까진채 쓰고 있었다면 지금은 후속 조치로 인해 많이 진정된 상태라는거다. 여전히 붉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뭐... 진정치료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시간이 답이니... 참...ㅋ
피부과에서는 어쨌거나 나름대로 조치를 취해주었고 원장님도 환자 입장에서 개빡치고 성가시는 이 상황을 이해해주려 해서 나로서는 분노를 좀 삭힐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가뜩이나 바쁜데 피부에 시간을 더 쳐 써야하고 자극 받은 것 때문에 기존에 받던 여드름 치료를 잠시 중단했어야해서 짜증났다. 좀 많이 빡쳤음.
그래도 뭐... 이미 벌어진 일... 멱살 잡고 법정 갈 상황 아닌 것에 그나마 감사하며 최대한 둥글게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원 요청 했을 때 쉽지 않으셨을텐데 개인적 친분도 없는 의사에게 자기 과실을 인정하는 뉘앙스로 편지를 써주신 점도 개인적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참 웃긴건 이 상처가 내가 기존 치료를 마치고 원장님이 1회 서비스로 진행해주기로 했던 치료에서 얻은 상처라는 사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나도 마음이 좀 안좋네요.
나도 개진상은 아닌지라 한가하게 남의 돈으로 치료나 받고싶어하는 양심없는년 취급을 당할까 우려되어 지레 3회만 진정치료를 받고 그만두었다.
어쨌든 2020년 연말 참 다이내믹했는데 이 2가지 일이 같은 날 일어난 것이고 나는 진짜 세상이 나와 싸우고 싶은 줄 알았다. 이게 종말인가? 2020년이 내 마지막 해였던 건가? 이렇게까지 운 좋지 못한 일이 연달아 생길건 뭐람? 하는 생각을 하며 하나하나 해치우려고했건만 어찌저찌 얼렁뚱땅 ....지나갔다.
이제 아무리 ㅈ같은 일이 생겨도 견딜 힘을 좀 얻었다.

This... shall... too... 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