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터키 음식 먹고 싶다

viv! 2020. 8. 20. 01:02

터키 음식은 소울 푸드 마냥 주기적으로 먹고싶다.
요즘들어 속 시끄러운 일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터키 음식이 자주 생각난다. 그런데  화려한 요리보다는 평범한 가정식이나 길거리 음식이 더 먹고싶다. 사실 ... 가정식이 더 귀한 음식이다. 현지인 집에 초대받지 않으면 사먹기는 애매하니까 ㅋㅋ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그런 음식들이 많은데 지금은 내가 먹고싶은 음식 기준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Etli Patates (엣리 파타테스) 

Etli patates


감자탕 같은 비쥬얼을 자랑하는 이 요리는 터키식 고기 감자 스튜이다. 그냥 일반 서민 가정식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보통 양고기로 만드는데 간혹 소고기로 만들기도 한다. 맛은.. 상상가는 그 맛이다.
빵이나 올리브유에 볶은 밥을 곁들여 먹곤 한다.
여러모로 한국인들에게 그닥 거부감이 없을것 같다. 진정 터키식 소울푸드 느낌.
나는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하는 편인데 저 요리는 희한하게 좋아한다.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 그런가.

B네 어머니는 내가 불쑥 나타날때면 이걸 참 맛깔나게 만들어주시곤 했다. 언제나 그 집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배불리 얻어먹었는데, 그게 터키인들의 인심이다. misafirlik(손님 접대) 문화에 맞게 잠시 온 손님일지라도 배고플까봐 불편할까봐 온갖 편의를 봐주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어줄 수 있는 가장 상석을 내어준다. 그런 문화이다.
나는 복닥거리고 사람 냄새나는 그 집이 좋아서 종종 가곤 했었는데 코로나 덕에 언제 다시 가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갈 수 있다면 언제고 문을 활짝 열어주시면서 머물고 싶은만큼 머물라고 하시겠지. 어딜 가나 이런 인연들이 생기는 것도 참 복인것 같다.


2. Mantı (만트)

Mantı


‘만트’라고 하는 이 음식은 사실 작은 만두들이다.
대신 우리나라와 달리 속에 그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고작 고기 정도 들어가는듯?( 십수년간 그렇게 많은 그릇을 비워놓고 한번도 재료를 고찰해본적이 없는 내가 레전드...)
저 하얀 것은 요거트이다. 터키 사람들은 만트에 요거트를 꼭 부어먹는다. 나는 K-입맛을 가져서 만두에 요거트를 부어먹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어 퍼석한채로 먹곤 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먹는건 다 이유가 있는거다.ㅎㅎ요거트 위에 버터와 기름을 두르고 민트나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는다. 요거트는 약간 텁텁할 수 있는 맛을 부드럽게 중화해준다. 우리와 달리 당면 야채가 들어간 속이 아니라서 만두만 먹으면 조금 텁텁하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지낼 때 몸살 감기에 걸려서 엄청나게 아팠던 날이 있는데 그날 만트를 먹었었다. 정말 너무 아팠는데 아쉬운대로 만트를 먹으니 뜨끈한 것이 입에 잘 맞았었다. 아마 그 기억에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마냥 내 영혼을 위한 만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만트는 가정식으로도 많이 먹지만 일반적인 식당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것 같다. 예전에 이스탄불에는 딱 만트만 파는 브런치카페같은 예쁜 식당들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모르겠다. 근데 그냥 일반 식당 들어가면 웬만하면 판다.

3. Biber Dolma (비베르 돌마)

이건 내가 주기적으로 먹고 싶다고 발작하는 내 최애 음식이다. 가끔 먹는 꿈까지 꿈;;
내가 모든 돌마류(속에 밥을 채워넣는 형식의 음식) 좋아하긴하는데 피망으로 만드는 비베르 돌마는 단연 원탑이다.


Biber Dolma

피망 안에 다진 고기와 토마토페이스트, 토마토로 간을 해서 쪄내는(?) 음식이다.
안다. 뭐 비쥬얼만 보면 딱히... 먹고싶어지는 그런 류의 음식은 확실히 아니긴하다.
나도 어릴땐 피망밥이라고 하길래 먹기 싫어서 냅다 도망갔으니.
하지만 그런 9살의 내가 피망을 먹게 만들었을 정도로 맛있다. 터키인들은 여기에 또 요거트를 뿌려 먹는데 이미 촉촉한 음식인지라 나는 사실 깔꼼하게 그냥 먹는게 제일 좋다.

이 요리는 프랑스의 팍씨와도 비슷한듯 한데 난 팍씨가 이걸 따라한거라고 생각함. 물론 근거는 없지만 쌀을 이용한 요리이니 아나톨리아가 원조일 것이라 믿음.

S 이모는 내가 놀러가면 늘 비베르 돌마를 한 냄비 해두곤 하셨다. 내가 비베르 돌마를 가장 좋아하니까. 이모의 요리 솜씨는 다 훌륭하지만 정말 비베르돌마만큼은 이스탄불 아니 터키 전역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진짜 비베르 돌마 장인인데 비법을 모르겠다. 그냥 평범하게 하는데 맛이 왜... 다르지? 내가 친구 집집마다 밥동냥 다닌 15여년의 세월동안 한번도 S 이모의 비베르 돌마를 뛰어넘는 돌마를 맛본 적이 없다. 가끔 이모를 납치해와서 한국에서 터키식 가정식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꿈을 꾼다.


4. Midye Dolma (미ㄷ예 돌마)

여름이면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원픽.
미디예 돌마.
대략 15년 전. 어느 레스토랑에서 에피타이저로 나온 홍합밥을 처음 먹어본 뒤에 홍합을 사랑하게 됐었다.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터키 편에서 소개했다던데, 내심 뿌듯하면서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서 짜증났지만 뭐 다들 드셔보고 광명 찾으셔야지.


이건 사실 식사가 아니다. 에피타이저라 해산물 레스토랑에 가면 한접시 정도 cold appetizer 류에서 시키는? 정도이다. 근데 나는 이상하게도 에피타이져에 꽂히는 사람이라 그런가 cold appetizer은 미디예 돌마, hot은 무조건 깔라마리 튀김을 시키고 세상을 다 가진마냥 행복해한다.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참 저렴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본식보다 맛있는 경우가 허다한걸 어떡해.  특히 바닷가 근처를 여행하게 되면 나는 미디예 돌마에 반이상 정신이 팔려있다. 이스탄불에서 먹는 것도 맛있다만 섬에 들어가서 먹으면 홍합의 신선함 덕에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맞닿은 곳에 바다가 있다면 무조건 홍합밥... 지인들에게는 무조건 추천한다.

백종원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프로그램 명에 걸맞게 길에서 서서 사드시던데 그렇게 간식 느낌으로 길에서도 많이 팔지만 사실 길에서 사먹는건 조금 비추한다. 뭐 꼭 나쁘다는건 아닌데... 간혹 더운 날씨에는 관리도 잘 안되고 탈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 가급적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동네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좋겠다...


그리고 백종원도 그랬지만 터키인들은 껍질을 숟가락 마냥 먹는데 나는 껍질로 퍼먹기가 너무 불편하고 짜증나서 그냥 티스푼 요청해서 티스푼으로 퍼먹는다.

물론 아주 외국인짓이긴한데 다들 귀여워하니까 괜찮다. 흠 외국인짓도 나이 먹으면 안귀엽고 주책스럽거나 무례하게 느껴지려나. 좀 더 나이먹으면 그냥 껍질로 먹어봐야겠다. 아직은 티스푼으로 먹는걸 선호한다.

5. Kumpir (쿰피르)

Kumpir


쿰피르라는 음식인데 진짜 특별한거 없는데...추억맛 보정되서 맛도리인척 먹을 수 있다. 간혹 먹고싶은 날이 생긴다. 
내용물이 별게없어서 한국에서도 해 먹으려고 한 적이 있는데 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왜냐면 내 생각에 터키는 토양이 약간 사기라 감자가 다른거 같았다. 
우리나라도 농작물이나 과일 맛난게 많은데 터키는 토마토며 감자며 일단 야채가 다 맛있다. 우리나라 야채들이 맛없단게 아니고 뭔가 터키거랑은 좀 다르다. 농산물 전문가는 아니지만 품종이 다른게 아닐까…?

쿰피르는 뜨거운 오븐에 구운 감자를 두동강내어 안을 슥슥 버터와 모짜렐라치즈를 비벼 바르고 주문자가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모든 재료를 때려넣어주는 별 것 없지만 맛없없인 음식이다. 

속재료는 소세지 옥수수 올리브 적색양상추 버섯 당근 완두콩 등등이다. 감자 써브웨이 느낌.

난 맨날 고민하는척하면서 그냥 다 넣는다.

간식으로도 많이 먹는데 사실 한끼 식사이고 상당히 칼로리도 당연히 개높다. Ortaköy가 쿰피르의 성지격이고 거기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서 멍때리면서 쿰피르를 먹으며 바다 구경하면 하루 뚝딱.

6. Lahmacun (라마준)

Lahmacun

터키 여행 기껏 가서 이거 안먹고 온 사람들 반성하시고 다음 여행 계획에 추가하시길.

라마준은 오스만 튀르크의 조상인 셀쥬크튜르크 유목민족의 소울이 살아있는 스낵랩이다.

사실 자세한 역사나 유래 따위는 모르겠고 맛은 있다.

얇은 난같은 반죽에 양고기, 이탈리안파슬리 등 향신료를 발라 구운 다음 생야채를 넣고 말아먹는 것인데 아주 조화롭다. 사실 요리 똥손이라 도무지 뭐 어떤 과정으로 만드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언제나 먹는 것만 내 일이었고 만드는 것은 내 일이 아니었어서ㅋㅋ

터키의 슬픈 경제난 탓에 두장에 대략 3~6리라 정도 하는 라마준은 이제 아무리 비싸봐야 800원짜리 음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맛은 여전히 정말 좋으니 터키에 가면 꼭 저걸 둘둘 말아서 먹고 다니길 바람.

이건 사실 내가 먹고싶어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쓰는 리마인더임.

나랑 터키 여행 갔었던 미국인ex는 터키가 처음이었는데 간밤에 야식으로 주문한 라마준에 뜬금없이 반해서 대체 이 존맛 타코는 뭐냐고 했었다 ㅋㅋㅋㅋ처음에는 약간 성의없는 비주얼 때문에 이게 뭐냐며 반신반의 했는데 내가 가르쳐준대로 둘둘 말고 먹더니 환희에 찼음. 역시 존맛 음식에는 국경이 없는것이다. 개뿌듯.


7. Musakka (무사카)


진짜 찐중동맛 음식.

오븐에다가 가지, 감자, 양파, 다짐육 넣고 만드는건데
표현력이 달려서 뭐라 표현할 수가 없네.

이런거 주면 솔직히 그냥 먹기 바쁨.

가지 요리를 가장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며...? 난 가지요리를 외국에서 처음 접해서 그런가 가지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그나마 다행인가.

가지는 자고로 기름에 튀기거나 오븐에 구워야 하는데 그걸 쪄서 데쳐서 무쳐서 먹으려 하니 노맛이 되어 어린이들 기피음식이 되어버린 한국과 달리 터키는 기름을 사랑하는 나라답게 건강 따위 개나 주고 참 바람직하게 요리하는 것 같다.

음식은 자고로 맛만 좋으면 된다.
건강하게 노맛으로 사느니 존맛으로 짧고 굵게 살겠어.

아무튼 이 요리는 정말 ...
빵에 올려먹으면 그저 행복한 맛 살찌는 맛...
이 이상 설명을 못하겠다. 걍 존맛을 존맛이라 할 뿐...


8. Köfte (쿄프테)

Köfte

이건 지구 최강의 직화 떡갈비이다. 그냥 닥치고 존나 맛있으니까 술탄아흐멧(블루모스크) 가면 사원 구경은 나중에 하고 일단 이거부터 먹어요. 무조건임.

하긴 원래 너무 유명해서 관광객 미어터지니까 다들 알아서들 먹겠지...ㅋ 사람 많은곳 극혐하는 나조차 맛이 그리워서 이스탄불 갈때마다 꾸역꾸역 찾아가는 곳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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