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루프트한자에서 400유로 보상 받은 후기(취소/지연보상)

viv! 2020. 3. 13. 22:39

지난 2019년 6월 나는 마드리드에서 뮌헨을 경유하여 자그레브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자그레브에 있는 사촌언니네 가족과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고, 저녁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6월 20일 4시쯤 도착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그런데 마드리드-뮌헨 항공편이 지연되었고, 허겁지겁 탑승장에 도착하니 이미 게이트가 닫혔자며 비행기가 캔슬되었다고 고지 안하고,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서비스센터로 가서 대체항공편 타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마드리드-뮌헨 비행기 지연으로 인한 환승 실패인줄 알았는데 나아아아중에 알고보니 이 비행기 자체가 캔슬된것이었다.

그 뒤로 대기하는 동안 갑자기 시작된 폭풍 때문에 대체항공편도 바로 마련이 제대로 안되어서 나는 결국 비행기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끝없는 지연 속에서 내가 넘 무리한 환승편을 계획한걸까 하며 자책하고 기다리고 (개빡침)….

마드리드->뮌헨->자그레브 구간을 마드리드 ->뮌헨->프랑크푸르트->비엔나->자그레브로 아주 개같은 비행을 한 뒤 저녁 9시를 넘겨서야 자그레브 공항에 내릴 수 있었다.

저녁 식사는 커녕, 아침에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저녁 9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는 잘 먹지도 않고 잠도 안자는 나는 그저 피곤해 죽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기다리고 있을 언니, 형부와 조카들 생각에 너무 미안해서 미칠거같았다.

저녁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면 어쩌나 싶어서 상황 설명하고 먼저 먹으라고 해놓고는 혼자 세상을 저주하고 있었다.

해당 비행기가 캔슬 됐다는 사실도 당일 항공사가 알려준 내용이 아니라 이후에 내가 알아낸 내용으로, 여행 마지막 날이었던 6월 27일 저녁에 갑자기 두브로브니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루만 더 연장할 생각으로 루프트 한자 홈페이지를 접속했다가 왕복 항공여정표에 주의: 당신의 비행기가 캔슬되었을 수 있으니 확인하세요. 라는 문구를 보고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귀국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소리인줄 알고 놀라서 루프트한자에 전화를 걸어 알게된 것이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아, 마드리드 가는 항공편 말고, 너 20일날 뮌헨에서 자그레브로 가는 항공편이 취소되었었다는 소리니까 걱정하지마!” 라고 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그때 취소되었다는 소리를 못들었었는데? 그 항공편이 취소된거였어? 그러면 그날 뮌헨에서 자그레브로 가는 항공편 자체가 없었던거야?" 따져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 쿨함.

"응 그거 취소됐었어~ 그래서 우리가 너 그때 대체항공편 마련해줬잖아"

아 그런거였어?…ㅎ

나는 거기서 매우 빡쳐버렸다. 당일 캔슬이었다고? 항공사가 어쨌든 캔슬에 대한 고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심히 괘씸해서 6월 28일 스페인에 돌아간 직후부터 바로 보상 받을 방법을 연구했다.

passenger right 찾아보니까 내 케이스는 “EC261/2004” 에 의해 400유로까지 보상 받을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상황이었다.


EU regulation No. 261/2004

Based on the 2004 EU261 ruling, your flight must either take off or land in the European Union, in the latter case the airline must also have is headquarters in the EU. Your claims are valid up to 6 years retrospectively. It does not matter whether you took the flight as business traveller or as part of a package holiday, it is the person who suffered the inconvenience of the flight disturbance who receives the compensation.
You are entitled to compensation in the following cases:

  • Delays: Your flight must have arrived at its destination 3 or more than 3 hours late
  • Cancellations: If you have been informed of cancellation less than 14 days before departure
  • Overbooking: The airline overbooked your flight and you will not find a seat on board, which is equivalent to denied boarding.
  • Missed connecting flight: If the final destination is reached 3 or more than 3 hours later due to a missed connecting flight This also applies if the connecting flight was operated by another airline as long as your ticket is valid for both legs of the flight.

The amount of compensation is dependant on the distance of the flight – not on the amount you paid for your ticket.

  • Short distance flight delays – Below 1500km – Passengers are due €250 compensation
  • Medium distance flight delays – Between 1500km and 3500km – Passengers are due €400 compensation
  • Long distance flight delays – Over 3500km – Passengers are due €600 compensation

내 상황이 어찌나 거지같았었는지, 저중 하나만 해당되면 됐건만, 해당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3시간이상 지연은 당연히 해당되었고, (최종목적지에 4시 도착예정이었는데 9시 넘어 내렸다고!!!!) 나는 내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상황을 14일 이내에는 개뿔 비행한 날 이후 1주일 뒤에 알게 되었고(ㄹㅇ 항공편 변경하러 간 창구에서도 안 앟려줌…^^)환승비행기는, 애초에 마드리드에서 뮌헨 가는 비행기 자체도 40분 가량 늦게 떴었는데 그 뒤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비엔나 가는 대체항공편조차 2시간 가량 늦어져서 정말, 정말, 정말, 화가 많이 났었거든....덕분에 하루를 공항에서 다 쳐날렸으니 말이야.

내 비행거리는 마드리드에서 자그레브로 계산하면 1701km로, medium distance에 해당됐다. 그냥 비행기표 보상 개념인듯 했다. 자그레브행 왕복 비행기표를 내가 대충 30만원 주고 예약했으니까 400유로 보상 받으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하루 개고생하고 겨우 비행기값 되돌려 받는거라 이가 갈리지만…이거라도 안받아내면 내가 너무 화가 나.

Which rights do I have during waiting at the airport?


The EU regulation states that if you’ve experienced bad flight disruption you’re entitled to more than your potential compensation, regardless of whether the airline is responsible for the situation or not. Here you can see your entitlements based on the length of the delay and the distance of your flight:

  • Short distance (up to 1500km): departure delayed over 2 hours, or flight cancelled – free drinks and food, and 2 telephone calls, emails or faxes
  • Medium distance (between 1500 and 3500km): departure delayed over 3 hours, or flight cancelled – free drinks and food, and 2 telephone calls, emails or faxes
  • Long-haul (over 3500km): departure delayed over 4 hours, or flight cancelled – free drinks and food, and 2 telephone calls, emails or faxes

 

그리고 이자식들 ... 기다리는 동안 음료랑 음식이랑 이런것도 안줬다 ㅡㅡ


아무튼 나는 보상 규정을 세세하게 파악한 뒤 세상예의정중하게 루프트한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6월 20일 항공편으로 여행했는데, 내 비행기가 취소된 사실을 듣지 못했고 대체항공편이 지연되어서 자그레브에 원래 예정했던 시간보다 5시간이 더 지나서야 내릴 수 있었어. 이것과 관련해서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그러자 루프트한자 고객센터는 하루 뒤에 세상 무책임한 답변을 보내왔다.




20일 비행은 오스트리아 항공으로 보상해줬잖아^^ 아니 그건 보상이 아니잖아 이놈들아
28일 리턴 항공표는 살아있으니 걱정말렴 하는 저 말투…에 나는 각잡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근데 이제 조금 구구절절하게…



우선 나는 20일에  내가 탑승할 예정이었던 뮌헨-자그레브 구간 비행기가 취소된 상태였다는 소식을 게이트에서조차 듣지 못했다. 게다가 뮌헨-프랑크푸르트-오스트리아-자그레브 행 대체항공편을 마련해주던 서비스센터 직원도 내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않아서 나는 내가 비행기를 놓친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소중한 여행의 시작을 완전히 망쳤다는 사실인데 보상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 (쌔빨간 거짓말...규정을 이미 찾아낸 이상 저걸 근거로 보상을 꼭 받을것이었음.) 자그레브에 사는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해서 4시에 도착 하고 싶어 다른 시간대보다 더 비싼 해당 항공사를 이용한 것인데, 9시에 내려서 저녁 약속은 커녕 몸만 녹초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내 도착은 원래 도착시간보다 다섯시간 가까이 지체되었고, 내 하루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저녁식사도 완전히 망가졌다.

만일 항공사가 당일 나에게 동 항공편 취소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 나에게 다른 옵션을 제시했더라면 나는 내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루프트한자를 다시 이용할만한 항공사로 생각하기 위해서 항공사측에서 내 시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나와 같은 케이스들이 EC261/2004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랬더니 포기했는지 답변이 왔다.


금전적인 보상은 너의 신원이 확실해야해서, 네 여권 사진과 얼굴이 함께 나오게 찍어서 보내줬으면 한다. 그리고 해당 항공편 티켓이 남아있으면 그것도 첨부해주길 바람.


그렇지, 보상은 순순히 줄리가 없음.
늘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뻔히 내가 그 비행기 결제한 이력이 다 미리 보냈었고 자기네 홈페이지에서도 항공편 이용 기록이 다 보이는데 티켓까지 첨부하라고.

그래서 흡사 머그샷처럼 화난 무표정을 하고 ㅋㅋㅋㅋㅋ
여권을 얼굴 옆에 들이밀고 찍어서 보냈음(6.29),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이제 얼굴마저 팔린 마당에 남은 참을성이라고는 없는지라, 얼른 나의 400유로를 받아내고 싶었다. (보상액이 400유로라고 컨펌은 안해줬지만 400유로이리라 굳게 믿고 있었음)

7월 1일은 마드리드에서 이스탄불로 날아가느라 바빴기 때문에 7월 2일이 되어서야 다시 독촉메일을 썼다.

왜냐면 내 화난 여권사진이랑 티켓사진을 보내고서도 보상을 못받으면 너무 비참할것 같았거든ㅋㅋㅋㅋㅋ내 초상권 ㅠㅠ

"너네가 요청한 서류는 다 제출했는데, 내 케이스에 관해한 절차가 시작되었는지 알고싶어” (7.2)

그리고 나서 나는 7월 3일 새벽에 500불 짜리 왕복 티켓을 발견해서 (충동적으로 )뉴욕으로 출발해버렸다.

그리고 뉴욕에서 남친을 만나서 한참을 루프트한자를 씹으면서, "도대체가 보상을 해줄 생각이 없나봐!" 하는 중이었는데...

클릭 확대

7월 5일에 갑자기 답이와서 혼자 돌고래소리를 냈다.
대박! 독촉의 인내의 보람이 있군!

ist-jfk는 $500을 주고 샀으니 400유로면 대충 그거 메꿀 돈이었다. (즉흥 뉴욕행 때문에 자그레브행 메꾸는건 이미 의미없어져버림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내 Bank account 정보를 넘기고...
마음 편히 기다렸다.

그리고 무려 8월 1일.
심지어 약간 까먹으니까 입금 된 저 시간 간격.
저때 괜히 한달 간격으로 유로 사아알짝 떨어졌을 때라 짜증났다. Santander 계좌 스페인 떠나고 닫아놔서 한국 계좌로 받은건데... 암튼 아쉬웠다. 그래도 받아냈으니 됐다.

남친은 그거 보상 안해줄걸? 하다가 내가 받아내니까 본인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다른 건으로 보상 받으려 했는데 당연히 실패했음.

루프트한자가 이런식으로 날치기 취소를 많이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번은 우리가 각자 스페인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이스탄불로 와서 발렌타인을 보내고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미국 돌아가는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됐었다. 그리고 그때 그게 루프트한자 프랑크푸르트 경유항공편이었고…

전날 마지막 저녁을 함께 먹고 약간 우울해진 상태로 나는 이제 마드리드로, 남친은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는데 남친이 메일을 확인하더니 "어? 내 비행기... 취소됐잖아?" 라고 했고, 항공사는 대신 하루 프랑크푸르트에서 묵을 수 있게 호텔을 제공해줬음.

그래서 내가 같이 가고싶다고 하니까 남친이 그럼 걍 자기랑 같이 프랑크푸르트 갔다가 ㅋㅋㅋ거기서 마드리드 가라고 다구간 항공권 끊어줘서 졸지에 프랑크푸르트 여행을 하게 됐었지.

그런데 그때 남친의 케이스는 좀 달랐던게 extraordinary circumstances(weather condition)에 해당하며 어쨌거나 전날취소하며 대체 항공편 마련될거라고 고지를 했고 호텔을 제공해줬어서 항공사 측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봤는지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만 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봐도 너는 보상 받기엔 그땐 항공사가 당시에 나름 최선을 다했더라.

참고용으로 아래 항공사들이 보상에서 예외로 취급하는extraordinary circumstances를 발췌해 남긴다.


What are “extraordinary circumstances”?


Sometimes, under EU regulation, flight disruption does not qualify for compensation as the cause behind it was deemed to be an “extraordinary circumstance”. This is when it the disruption is out of the airline’s hands, and therefore not their responsibility. These circumstances include, among others:

  • Unavoidable security risks
  • Political instability
  • Airport or airspace closure
  • Adverse weather conditions
  • Birds flying into the engine
  • Strikes

An exception is made if the airline could have prevented the problem. An example would be if the airline blamed bad weather for flight disruption, and what actually happened was that the airline failed to ensure that there were adequate supplies of de-icer before the onset of winter. In this case the airline can be held responsible for the delay, after all they could have prevented it. A crucial indicator of a situation like this is if other flights were operating during the bad weather.


남친은 이 막줄에 살짝 희망을 걸었던것 같은데 뭐 결국 그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제대로 뜬 비행기가 아무도 없었는지 보상을 못받았다.

아무튼 이러이러하여 400유로 보상 잘 받았으니 비슷한 상황에 참고해서 쓸 사람은 참고해서 자기 권리 찾길!
특히 돈 보상 문제는 내가 바쁘게 찾아보고 메일 쓰고 재촉하고 그러는 수밖에 없는거 같음. 항공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고객들이 조용히 넘어가주길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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